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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28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사리아(Sarria)에서 포르토마린(Portomarin)까지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

-조지무어

  

100km 선을 넘다.

사리아(Sarria)에서 포르토마린(Portomarin)까지 23km 정도 걷는 여정이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서며 바나나 한 개를 간단히 먹고 출발을 했다. 가다가 열려있는 식당을 만나면 아침 식사를 할 요량이었다. 전날 4인실 방에 혼자 들어 온 덕분에 이른 아침 다른 순례자들의 자는 것을 방해할 걱정없이 배낭을 꾸릴 수 있다.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선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비가 예보 되어 있어 우비까지 쉽게 꺼낼 수 있게 하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출발하면서 보니 비가 쉽게 오지 않을 듯 하여 반가운 느낌이다. 언덕에 올라 도시 전체를 보고 잠시 떠나는 아쉬움에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다 출발을 하니 잠시 내리막이더니 계속 오르막이다. 바나나 하나만으로는 올라가기에는 조금 버거운 오르막이다.

  

 

▲ 급하게 서둘러 걸어가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새벽 빛과 함께 가로등 불빛이 밝히는 도시의 풍경을 보고 싶어 조금 일찍 길을 나섰다. 해가 뜨는 동안 길이 밝아오는 느낌은 고독하면서 행복한 느낌을 준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사리아(Sarria)에서 포르토마린(Portomarin)까지>

사리아(Sarria)에서 포르토마린(Portomarin)까지 23km 구간이다. 이 구간에서 100km 표지석을 지나게 된다. 실제로 지나가면서 100km 표지석을 발견하지 못했다. 많은 순례자들이 지나가면서 기념으로 낙서를 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는데 주 정부에서 100km 표지석을 옮기고 약간 다른 위치에 표지석을 새로 만들어 놓은게 아닌가 생각했더니 다른 시기에 간 순례자가 올린 사진에 표지석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찾지 못했던지 일시적으로 옮겨진 상황이었던 것 같다. 몇몇 순례자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혹시 딴 곳에 있나 찾아보는데 결국에는 찾을 수 없었다.

오늘 구간은 Alto de Ligonde을 정점으로 내리막이 진행되지만 구간 내내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어 지치기 쉬운 구간이다. 안내 책자에서는 40km 정도 걸어서 Melide까지 걷는 것을 안내하기도 하기만 누적된 순례길의 피로와 겹쳐 힘들 수가 있으니 힘들다면 중간에 멈추고 쉬어 가는 것도 지혜이다. 빨리 걸어간 순례자들은 순례를 끝난 뒤에 느끼는 아쉬움을 더 크게 느끼는 듯 하니, 가급적이면 여유를 갖고 천천히 즐기면서 또 쉬어가며 걸어가기를 추천한다.

항상 명심하자 까미노는 경쟁이 아니다.

 

 

▲ 어둠이 가시고 여명이 밝아오는 동안 숲길을 지나고 철길을 건너면서 길을 걸어간다. 빈 속에 오르막을 오르려니 힘이 들긴 하지만 또 그 덕분에 몸도 마음도 가볍다.

 

 

Barbadelo

4.3km 정도 걸어와서 Barbadelo라는 곳에 도착했다. 중세시대에는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수도원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흔적이 없다고 한다. 의미가 깊은 마을이라고 소개 되어 있고 산티아고 성당이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지나가면서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알베르게 옆의 캠핑카에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을 판다고 소개되어 있었지만 지나가는 동안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마을을 지나고 다음 마을까지 오르막 길을 가야 하는데 아직 문을 연 가게를 만나지 못했다.

  

 

Barbadelo 마을을 지나가면서 109km 표시석이 보인다. 마을을 지나면서 오르막을 오르며 다음 마을 입구까지 간다.

  

 

Rente

1km 조금 못가서 Rente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문제는 여기에도 문 상점이 안보인다. 사리아부터 순례자들이 많아진다고 하기에 마을마다 순례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을 줄 알았더니 갈리시아 지방의 전형적인 농가로 구성되어 있는 듯 하다.

 

 

Rente 마을을 지나가는데 별다른 서비스 시설이 보이지 않는다.

  

▲ 숲과 들길을 따라 간다. 이전 지방과 주변 풍경도 조금 다르지만 나무들의 모습도 다르게 보인다.

   

▲ 표지석이 100km에 가까워 지고 있다. 100km 지점 가까이 가야 Brea가 나타날거라 생각하고 오던 중에 문을 연 Bar가 보였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숙박도 제공하고 레스토랑도 같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허기져서 힘들다고 느낄 때 만난 곳이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했다. 커피를 거의 사발 크기로 시키고 몇가지 먹을거리를 같이 주문해서 먹고 있는 동안 다른 순례자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속속 들어온다.

   

▲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져 있는 숲과 들길을 따라 오다보니 100km까지 채 500m도 남지 않았다는 표지석을 만났다.

  

▲ 언덕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서 100km 석주가 있는 Brea에 가까워 지고 있다.

 

Brea

사리아에서 11.5km 떨어진 마을이다. Brea를 벗어나면서 100km 석주를 만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마을에는 Bar와 알베르게가 한 곳 있다고 한다. 마을의 경계가 애매해서 어떤 마을인지 알 수 없었지만 표지석에 표시된 거리를 보고 여기쯤이 Brea일 것이라 추정한다.


 

▲ 까미노 표시만 보고 따라왔는데 갑자기 100km 석주는 보이지 않고 99.930km 표시석만 보인다. 많은 순례자들의 이 표지석 앞에서 당황한다. 다시 되돌아 갔다 오는 순례자들도 있고 길을 잘 못 든 것인지 물어보는 순례자들도 있다. 마을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아무도 보이지 않아 물어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몇 번을 헤매고도 찾을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길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100km 석주를 찾지 못한 아쉬움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표지석들을 살펴보며 걸어왔지만 거리가 계속 줄어들기만 할 뿐 100km 석주는 끝내 만날 수 없었다.

 

 

Ferreiros

원래 대장간이 있었던 마을이라고 한다. 사리아에서 13km 정도 걸어오면 도착하는 마을이다. 알베르게 옆에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파는 Bar가 있다는 안내책자 설명 때문에 좀 전에 만난 Bar가 있던 곳이 Ferreiros라고 여겼더니 위치 상 Ferreiros 100 km 표지석을 지나 도착하는 마을이다.

  

 

▲ 마을을 지나간다. 고양이 한 마리가 저장고로 보이는 건물의 창에 앉아서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도로를 따라 다음 마을로 걸어가는 동안 하늘이 더욱 파랗게 열렸다.

 

  

Vilacha

Vilacha라는 마을이 나오면서 3km 정도 남았다고 한다. 출발해서 20km 정도 걸어온 셈이다.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오고 부터는 마을 표지판이 없는 곳과 간간이 떨어져 있는 집들 때문에 안내서에 해당하는 마을에 도착했는지를 잘 알 수가 없었는데 Vilacha 마을은 입구쪽에 노란 화살표와 함께 마을 이름이 적혀있다. 직전 마을보다 규모가 큰 마을이고 마을 안에는 알베르게 하나 있다. 알베르게는 남아공에서 온 Bell씨가 운영하고 8명이 묵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듯 하다.

마을을 벗어나 조금만 걸어가면 멀리 호수와 함께 포르토마린이 보이기 시작한다.

  

 

▲ 마을을 지나가다 출구쪽에 이르면 갑자기 멀리 펼쳐진 평원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넓게 펼쳐진 평원의 풍경은 포르토마린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풍경으로 이어진 뒤 좁을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포르토마린으로 연결된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Portomarin

언덕 위에서 보면 왼쪽으로 큰 저수지를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큰 마을이 포르토마린인데 원래 포르토마린은 저수지때문에 옮겨진 것이라고 한다. 저수지가 만들어지면 원래 있던 마을은 수몰 되었지만, 모든 유적이 수몰된 것은 아니고 성당과 일부 유적은 남아 있다고 한다.

2천년대 초반만해도 알베르게가 1곳만 있다가 해가 갈수록 알베르게 숫자가 늘면서 10개가 넘는 알베르게가 현재 있다고 한다. 성당 근처에 다양한 상점들이 있어 성당 근처로 가면 식사를 하기에 용이하다.

마을로 올라와 알베르게를 찾으려고 하는데 비가 떨어진다. 알베르게가 많으니 어디로 갈지 선택하기가 어려워 여기저기 헤매다 알베르게로 들어오니 처음 손님이 되었다. 벌써 몇일째 알베르게마다 첫 손님이 된다.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알베르게를 선택했더니 순례자들이 늦게 올라 오는 듯 싶었다.

  

 

▲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포르토마린(Portomarin)로 올라가는 돌다리를 만날 수 있다. 다리를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 마을에서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한 알베르게 Casa cruz에 들어왔다. 크지는 않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아랫층은 주인이 운영하는 맥주집이 있다.

  

▲ 배낭을 풀어 놓고 세탁까지 마친 다음 성당 구경을 하러 왔다. 성당의 모양이 특이하다. 마을이 수몰될 때 전체를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한 것이라고 한다.

  

▲ 성당 내부와 전면에 보이던 창을 안쪽에서 바라보니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진 창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다.

  

▲ 성당 밖으로 나와 여기 저기 둘러본 다음 식사를 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오늘의 일기

갈리시아 지방 특유의 풍경과 파란 하늘이 어울어져서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하루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걷기에 좋은 날이다. 이제 몇일 남지 않은 일정에 몸을 무거워지지만 이렇게 걸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미소를 멈출 수가 없다. 지나치는 사람들과 손을 흔들기도 하고, '올라'라고 인사하기도하고, '부엔 카미노'라고 말하면서 길을 걸어간다. 몇번씩 마주치는 순례자에게는 반갑게 웃으며 지나가기도 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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