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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0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새로운 출발을 위해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는 세상은 울고 당신은 웃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화이트 엘크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는 것이 꿈이 된지 오래되었지만, 한 달여 시간을 가던 길을 멈추고 떠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렇지만 하루를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사는 날이 드물고, 겨우 며칠 휴가에 기뻐하며 살다가, 많은 것을 멈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800km를 걷는 것 보다도 더한 도전이고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란 시간은 인생에 있어 0.001%에 불과한데도 그 만한 시간 하나도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는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내려 놓고 떠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의 시계는 단 한 번 멈추지만 언제 어느 시간에 멈출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이 내 시간이라 생각 하고 살며 사랑하고, 수고하고, 미워하더라도 내일은 믿지 마십시오. 그 때는 시계가 멈출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데 있는 것입니다. 꿈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것을 실현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어떤 꿈을 가지고 있다면 기회를 사용하도록 철저히 준비하십시오.


 

중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젊은 나이에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생을 마감한 어떤 분이 남긴 글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회가 온다면 미루지 말고 잡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순간을 알고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 듯 하다. 돌이켜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떠나고자 했던 그 순간을 놓쳤다면 아마도 두고 두고 후회했을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며….

정작 떠나고자 하는 결심은 했지만 걱정부터 앞선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걸어서 성공하는 비율은 실제로는 20~30% 정도라고 하는 말도 있던데 끝까지 걸어 갈 수 있을까?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간단한 영어조차 잘 통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하니 식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가기 좋은 일정을 따지니 점점 출발 일정이 당겨지며 보름 남짓밖에 준비할 시간이 남지 않게 되었다. 누구는 몇 년을 준비한다는데 너무 조급하게 준비하는게 아닐까 하다가도, 괜히 시간 끌면 이런 저런 핑계거리만 더 늘어난다는 생각에 그냥 저질러 보기로 했다. 자료도 수집하고 여기저기 알아도 보고, 필요 물품도 구매하고, 환전도 미리 하는 등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다.

 


 

떠나는 날 이른 아침....

이른 아침부터 깨어 부랴 부랴 짐을 챙겨 인천 공항으로 가는 길 위에 섰다. 비행기 출발시간은 충분했지만 출국 심사, 발권, 배낭 부치기까지 괜히 마음만 조급하다. 전날까지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잠을 설쳐가며 확인했음에도 혹시 뭔가 빠진 것은 없는지 한번 더 확인해 보고서야 기어코 길을 나설 수 있었다. 한달 넘게 걸어야 하는 순례길인데다 낯선 곳에서 잊어버리고 간 것 때문에 난처한 상황을 겪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유래>

예수의 12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순직한 후 그의 제자들이 갈라시아 지방까지 야고보의 시신을 수습해 도착한 뒤 유해를 매장하고 포교활동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이후 8세기경에 별빛들이 빛을 비추며 춤추는 구릉지 들판을 발견하고는 조사를 하다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어 빛나는 별 들판의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라 불리며 성지로 추앙 받게 되었다고 한다.

20세기까지는 신심이 깊은 순례자들만이 이용하던 길이었다가 교황 요한 바오르 2세가 방문하면서 순례길의 재흥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뒤 소개되면서 잘 알려지게 된 길이 되었다. 지금은 종교적인 이유에 상관없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매년 순례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1993년에는 세계 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순례길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프랑스 길, 북쪽 길, 포르투갈 길, 은의 길이 대표적인 길이다. 아직도 열정적인 순례자들에 의해 새로운 길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한다.

순례길 중 제일 유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 프랑스 길이다. 프랑스 길은 프랑스의  생 장 피에 드 포르(St-Jean-Pied-de-Port)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 정도를 걷는다.


 

 

출국

복잡하게 느껴졌던 발권, 짐 부치기, 출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구 앞에 앉아서 기다리니 이제서야 떠나는 게 실감이 난다.  페이스북 지인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 간다고 글을 올리고 나니 겁이 덜컥 난다. 걷다가 중단하면 민망할텐데 괜히 공유했나 싶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선 어떻게 되겠지 속된 말로 무대포가 생기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니 탑승 시간이 다가오고,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한다.
12시간 가까이 비행을 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에서 환승하여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인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난 뒤 독일에서 유럽 여행을 시작할 계획을 하고 있었던 터라 파리 드골 공항으로 바로 가지 않고 독일을 경유하는 코스를 택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왕복으로 구매하는게 좀 더 저렴하다고 한다.)

 


“아무리 머물고 싶어도 삶은 끝이 나게 되어 있는 법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삶을 영위해 가야 하겠지만 결국에는 티끌만한 시간도 채 되지 못하는 시간을 누리고 간다. 찰라의 시간 속에서 채 1%도 되지 못하는 시간을 내어놓고도 온갖 두려움을 느끼면서 이제서야 떠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이 길을 걸어 무엇을 만날지, 무엇이 달라질지 잘 모른다. 어쩌면 떠날 때보다 조금 초췌한 모습 정도 밖에 달라진 게 없을지도 모른다.
항상 가고 오는 것이 낯설고 두렵기도 하지만 때론 도전하고 경험하는 일이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 꼭 필요한 것이리라 위로해 본다.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파리에 도착

파리 도심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도착하고 보니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안타깝게도 차창 밖으로 도시를 스쳐 지나쳐 가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 다시 파리에 올 날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꼭 다시 와봐야지 하고 다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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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걸어서 몽파르나스 역으로....

전날은 파리와 한국과의 시차가 8시간이 되니 하루가 32시간이 되는 경험을 했다. 말 그대로 긴 하루가 되어 피곤할 법도 한데 늦게까지 잠 못 자고 뒤척이다  아침이 밝아오는 느낌에 일찍 눈을 뜬다. 생 장 피에 드 포르로 기차를 타러 가야 한다는 긴장감에 피곤함을 느낄 여유가 없었나 보다.
프랑스 길을 가기 위해서는 몽파르나스 역에서 떼제베(TGV)를 타고 바욘에서 기차를 갈아탄 후, 순례길 시작인 생 장 피에 드 포르로 가야 한다. 아침 식사를 하고 밖을 내다보니 비가 조금씩 오지만 많이 내리진 않고 있다. 호텔에서 준비한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 짐을 꾸리면서 우비는 쉽게 꺼내는 곳에 넣고 역으로 걸어가니 비에 젖은 파리 거리가 감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대충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이 걷고도 몽파르나스 역을 발견하지 못했다. 낭패라는 느낌에 불안해 하다 구글맵으로 몽파르나스 역을 찾으니 걸어온 길을 돌아가라고 한다. 한참 돌아서 가니 한 블럭 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보이지 않았던 몽파르나스 역이 보인다. 돌아서 오기는 했지만 약하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비 오는 파리 거리를 걸었다는 추억은 조금 돌아온 거리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침에 밖을 보니 파리에서 숙소로 잡은 호텔 뒷마당에 비가 내린다.



몽파르나스 역에서

역 전광판은 보니 기차 타는 법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의 긴장감과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 용어들은 당황스럽게 한다. 한참을 시시각각 바뀌는 전광판과 들어오는 기차와 탑승하는 사람들을 비교해서 보고 있으니 조금씩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여유가 생겨 역내를 오르내리며 구경도 하고, 몽파르나스 역 주변도 걸어 다니면서 역 광장에서 사진에 담아본다.




 프랑스어로 표기된 광고판들은 낯선 느낌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몽파르나스 광장에서 캐리어를 끌고 역 쪽으로 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기차를 타고 갈 것 같은데 과연 저 사람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역 광장에 회전목마가 있다. 비가 오는 탓인지 운영은 안 하는 듯 보이는데 아마도 애들을 데리고 와서 기차를 기다리며 놀게 하는 것이라 짐작한다.




 몽파르나스 역 광장에서 보이는 고층 빌딩이다. 몽파르나스 역이 에펠 탑과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인데 이 건물 위로 올라가면 에펠 탑과 파리 시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올라가는 비용은 유료이다. 파리 에펠탑이라도 찍으려고 올라갈까 했는데 전날 비가 오는 날씨에 올라가보지 못했다.




 회전목마와 함께 보이는 몽파르나스 역 모습




 몽파르나스 역 주변에서 발견한 비둘기가 가로등과 전선 위에  줄 지어 서 있는 모습



점심은 눈치껏 바디 랭귀지로....

점심 때가 되었지만 역 주변의 식당을 찾아 들어가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역내 몇 군데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팔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 저기 걸터 앉아 편안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번잡스럽게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그냥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괜찮아 보여, 지하에 있는 가게로 가서 점원한테 진열된 샌드위치 중 하나를 가리키고 크기를 손으로 표시하니 포장을 해서 건네준다. 역시 말이 안 통할 때는 바디 랭귀지가 최고인 듯 싶다. 의자에 앉아 먹으며 기다리다 보니 타려고 하는 열차의 승차가 시작된다는 표시가 나타난다. 얼른 사람들이 몰려 가는 곳을 따라가서 좌석까지 찾아 앉고나니 마치 큰 일을 해 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열차에선 창측에 앉아 지나가는 프랑스 시골 풍경을 바라보니, 집이나 농가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기차가 달리는데도 산이 거의 보이지 않는게 더욱 낯설게 느껴지게 한다.

옆좌석에 앉은 젊은 친구는 동양인이 아닌데도 한국말로 휴대폰 충전 포트를 사용할 거냐고 물어보기에 속으로 놀라면서, 사용 안해도 된다고 했다. 한국말을 하니 말을 더 걸까 하다가도 괜히 말이 안 통하는데 몇시간을 애매하게 있는게 불편하게 느껴져서 모른척 했었다. 나중에 여행을 끝내고 와서는 그냥 말을 걸고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해도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몇 시간을 달리고 바욘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기에 짐을 챙겨 들고 내린다. 프랑스어로 하는 바욘 발음을 들은적이 없어 알아듣지 못하고 지나칠까 봐 시간까지 비교해 보며 긴장하고 있었던 것을 비하면 너무 쉽게 알아 듣고 내렸으니 괜히 허무하기까지 하다.


바욘역에서는 생장으로 가는 기차가 상황에 따라서는 버스로 변경되기도 한다. 표는 바꿀 필요가 없으나 확인 안하고 있다가 놓칠 수도 있다는 말에, 내리자 마자 확인하니 전광판에 기차가 온다고 되어 있다. 게다가 이제부터는 순례자들도 많이 보이고 한국사람들도 눈에 띄게 있어 예상했던 것보다는 혼란스럽지 않은 편이다. 걱정하던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니 역시 그런 것 같다. 여기까지 왔다면 순례 시작하기까지 은근히 걱정하던 부분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보고 안심해도 좋다.


바욘에 도착해서 하루를 지내고 다음 날 생장으로 가는 순례자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바욘에 들러 구경도 하고 가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일찍 생장에 도착하면 생장의 성당이나 마을을 구경도 하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늦은 기차를 타고 온 경우라면 바욘에서 자고 다음 날 일찍 생장으로 들어가는 것도 괜찮은 일정이다.



생 장 피에 드 포르(St-Jean-Pied-de-Port)에 도착하다.

마침 형식이라고 하는 젊은 친구를 만나 같이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순례자 여권을 만드는 곳까지 같이 찾아가게 되니 마음도 편해지고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든든하기까지 하다.




 생 장 피에 드 포르 역이다. 생각보다 크기는 무척 작았다. 아마도 한동안 반복해서 들었던 지명이라 크게 생각했었나 보다.




 마을 안내도이다.  순례자 사무소 위치를 찾아 본다. 하지만 프랑스어로 되어 있어서인지 어딘지 잘 가늠이 안된다. 그래도 대충 눈치껏 중간에 표시된 건물이 순례자 사무소라고 짐작하고 다른 사람들 가는 곳을 뒤 따라 갔다. 역시 모르면 따라가면 최고인 듯 하다.

 


 사무소로 가는 길에 보였던 마을의 풍경. 멀리 하늘이 열리는 모습에 내일은 날씨가 좋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저기로 벽에 나있는 입구 쪽으로 올라가라는 표지가 보인다.

 



 순례자 표시와 함께 조개 문양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이 저 조개 문양이다. 앞으로 숱하게 보게 될 모양이기도 했다.

 



 입구 앞에 있는 안내판과 뒤로 보이는 마을 모습

 


순례자 사무소

역에 내려 사람들을 따라가니 생장의 순례자 사무소에 다다른다. 생장의 순례자 사무소의 업무는 주민들이 교대로 자원봉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크레덴시알이라고 불리는 순례자 여권을 발급해 주는 자원 봉사자 분이 영어를 못했지만 그래도 대충 뭐라고 하다 보니 뜻이 통한다. 여권도 만들고 산티아고까지 알베르게 정보하고 마을과 마을 사이 거리가 표시된 안내서와 함께 한글로 된 간단한 안내 자료까지 받았다. 나폴레옹 길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서 폐쇄되어 있다고 하면서 우회로로 가라고 한다. 우회로를 설명해주면 강을 따라 다리를 넘나들면 스페인-프랑스-스페인-프랑스-스페인으로 국경을 넘나들게 된다고 유머스런 말투와 손짓으로 알려준다.


순례자 여권은 3유로 정도 하고, 가리비 껍데기는 2유로 정도 한다. 이제 가리비 껍데기도 사서 배낭 뒤에 달고 나니 제법 순례자 티가 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숙소를 물어보니 주민들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숙소)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알베르게에 가니 순례자 사무실에서 앞서 순례자 여권을 만들던 사람들도 보인다. 그 사람들 중 일부는 항상 같은 숙소에서 머물진 않았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거의 오랫동안 마주친 순례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날에는 그냥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이국 땅에서의 낯선 사람처럼 느껴져서,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하고, 마주치면 반가워서 미소짓게 되고, 먹을 것도 나눠주는 사이가 될지는 그 때는 몰랐었다.





 사람들을 따라 올라오다 보니 순례자 사무소에 도착한다. 먼저 들어가고 있는 형식.

 



 창문으로 바라본 사무소 안 모습이다. 자원 봉사자들이 순례자들에게 순례자 여권을 발급해주고 안내도 해주고 있다.

 


알베르게(숙소)

순례자 여권을 보여주고 여권에 도장을 찍고 알베르게(숙소)나 일부 바에서도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 이 도장이 결국 길을 걸어간 흔적이기도 하다) 여권정보(대한민국 여권)를 적고 침대를 배정 받았다. 대체로 알베르게는 5유로에서 12유로 정도로 비용이 싼 대신 이층 침대인 경우가 많고, 한 룸 안에 여러 명이 남녀구분 없이 자는 곳이 대부분이다. 화장실이나 욕실은 공용이어서 교대로 쓰는 데가 있긴 한데 규모가 크면 대체로 남녀 구분이 있는 편이다. 




마을을 뒷편 성곽

자리에 짐을 풀고 침낭을 펼치고 나니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저녁 식사는 아직 하지 못했다.  형식군하고 무엇을 먹을지 여기 저기 살펴보다, 순례자 메뉴를 먹어보자고 했다. 순례자 메뉴는 몇 가지 코스로 순례자들에게 제공되는 값싸고 영양이 보충되는 요리라는 설명을 듣고 왔기에 체험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찾아가서 먹은 순례자 요리는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썩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마음도 몸도 한결 편해진다.
생장에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바람에 순례자 여권을 만들고, 알베르게를 정하고, 저녁까지 먹고 나니 마을을 구경을 할 만한 시간이 나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숙소 뒤편에 있는 성곽으로 올라가 본다.


 

 

 삼각대가 없어서 성곽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보조배터리와 지갑 등을 이용해 찍은 사진

 

  

 낮에는 순례자 사무소를 찾아가기 바빠서 못 봤는데 올라와서 보니 생각보다 큰 마을이다.

 

 

이렇게 순례를 준비하는 시간은 마무리 하고 출발 선위에 섰다. 2~3주에 걸쳐 일어나는 일들을 줄여서 정리하다 보니 숨 가쁘게 달려온 느낌이다. 앞으로 연재하는 동안는 800km를 걷는 동안 천천히 생각하고 걸었던 느낌이 잘 전달되기를 희망해 본다.

매회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정보를 담겠지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사람은 까미노 친구들이라는 카페나 다른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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