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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14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Hornillos de Camino에서 Boadilla del Camino까지
오롯이 홀로 걸어가는 고독한 길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어느 틈엔가 유유히 흘러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에 있기를

- 히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춥다. 그래도 다시 까미노 

오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험을 하는 날이었다. 부르고스로 향해 가던 길도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지만 이 날은 이 지구 위에 마치 혼자 있는 듯한 완벽한 고독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한 날이었다.


새벽이 되어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알베르게를 나선다. 오늘은 Hornillos del Camino에서 Castrojeriz까지 20km 정도 걷는게 목표다. 실제로는 목표보다는 2배정도 걸어가긴 했지만……

잠에서 깨어나 보니 벌써 출발했는지 비어 있는 침대가 보인다.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고 난 뒤 혹시 놓고 가는게 없는지 살펴보고는 1층으로 내려와 간단한 아침 요기를 한다. 앞문이 잠겨 있는 탓에 뒷문을 열고 마당을 통해 나가니 까미노 위에 다시 서게 된다.


조금 걸어 마을을 벗어나는 곳을 지나가면서는 추워서인지 손이 시려 오는데 고통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비가 올 때는 귀찮기는 해도 우비를 뒤집어 쓰고 가면 바람도 막아주고 그래도 한 겹 더 입었다고 추위도 조금 덜어주는 편인데 오히려 비가 오지 않는 새벽은 더 춥다고 느껴지는 듯 하다. 춥다고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니 부지런히 걸어서 몸에 열을 내는 수 밖에 없다. 처음에 까미노를 시작할 때는 시간이 가면 점점 따뜻해 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점점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인지 온도가 더 내려가는 듯 하다.

 

 

 

 아침에는 마당이 있는 뒷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문은 열고 나와서 지난밤 숙소를 한 번 더 기억하려 바라보다 다시 길을 떠난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Hornillos de Camino에서 Boadilla del Camino까지>

Hornillos de Camino에서 Boadilla del Camino까지 40km 구간이다. 14일째 구간으로 Hontanas에서 Fromista까지 안내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날 Hontanas까지 가지 못하고 Hornillos de Camino에 머물렀던 이유로 Boadilla del Camino까지 40km를 걷게 되었다. 원래는 Castrojeriz까지만 걷고 휴식하고자 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3~4개 마을을 더 지나 Boadilla del Camino까지 걷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는 인상적인 풍경이 많다. 메세따의 지평선을 보며 하염없이 걷는 체험도 색 다르고 광활한 대지 위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을 체험하기도 했다. 걷는 구간은 체력이나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듯 하다.

까미노에선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스페인어로 간단한 단어만 말해도 의사소통에 혼선을 줄여줄 수 있다. 능숙하게 영어를 잘 하거나 스페인어를 잘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순례가 끝나고 나면 사용했던 스페인 단어가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일단 자주 쓰게 되는 스페인어만 알고 가자.

먼저 숫자는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진열되어 있는 빵이나 메뉴에서 고를 때 손가락으로 가르키면 되는데 그 다음으론 개수를 말해야 하니 스페인어로 숫자를 말하면 편하다.

1.    숫자는 대충 5까지만 알면 되고 그 이상은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1 – uno(우노), 2 – dos(도스), 3 – tres(뜨레쓰), 4 – cuatro(꾸아뜨로), 5 – cinco(씬꼬)

2.    Bar에 가서 커피를 시키면 꼴라체라고 묻는 것처럼 들리는데 leche가 우유라는 뜻이라서 우유를 넣을건지를 묻는 것이다. 우유가 필요하면 레체라고 하고, 필요 없으면 그냥 노 레체라고 하면 알아 듣는다. 한국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를 많이 찾아서인지 아메리카노라고 하면 우유없이 커피를 많이 준다. 그리고 그란데나 빅이라고 표현하면 큰 잔에 커피를 많이 주니깐 참고하자.

3.    커피는 그냥 커피라고 하면 뜻이 통하고 오렌지 주스도 그냥 오렌지 주스라고 하면 알아서 준다. 물을 달라고 할 때 워터라고 하면 잘 못 알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땐 아쿠아라고 하면 더 잘 알아 듣는다.

4.    인사말로는 Buen Camino(부엔 까미노)라고 하는데 순례자끼리 인사하거나 스페인 사람들이 순례자들한테 많이 사용한다. 길 가는데 스페인 사람이 부엔 까미노라고 하면 Gracias(그라시아스)라고 하면 된다.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만날 때 반갑다는 인사는 Hola(올라)이다. 올라라는 인사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5.    길을 가다보면 Casa(까사)라는 단어를 많이 보게 되는데 집이란 뜻이다. Amigo(아미고)는 친구란 뜻인데 스페인 순례자들하고 친해지면 아미고라고 부르는 소리를 가끔 들을 수 있다.

스페인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손짓 발짓으로도 웬만한 뜻은 다 통할 수 있으니 못한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말자. 오세브리오에선 뽈보를 문어라고 말 하면서 시킬거냐고 묻는 식당도 봤다. 가끔씩 안녕하세요라는 한국 인사말도 들을 수 있는데 한국 순례자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알베르게를 나와서 마을을 지나가는데 아주 오래된 지역이라는게 느껴진다. 성당쪽에 보면 시립 알베르게 쪽 화살표가 보인다.

 

 

 마을을 떠나 길을 나서니 아침 여명이 밝아 오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길을 따라 평원을 따라 가는데 다른 순례자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해가 떠오르니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평원 위를 걸어 가다 보니 멀리 풍력 발전기도 보이고 커플로 보이는 순례자가 앞서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해가 뜨는 곳에서 빛 내림이 보인다.

  

 돌 무덤와 함께 빨간 십자가 그리고 파란 하늘….

 

 

Arroyo San Bol

6km 정도 가니 Arroyo San Bol이라는 마을이 좌측으로 100m 가면 나온다고 되어 있다. 까미노는 San Bol 마을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San Bol 냇가를 지나게 되는데 여기에 San Baudillo라는 마을이 있었고 1503년에 주민들이 일제히 사라졌던 적이 있어 더욱 신비를 자아내는 곳이라고 한다. San Baudillo 마을 위에 있던 안토니어 수도원 나병 요양소는 2012년에 화장실 시설, 수도시설, 벽난로, 바닥 온돌을 완비하여 순례자들의 추천이 높은 알베르게가 되었다. 밀밭 한 가운데 있어 밤 밀밭 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멀리 San Bol 알베르게가 보이고 길은 마을을 지나지 않고 옆을 지나간다. 아래 평원 위에 홀로 있는 작은 건물이 알베르게이다.

  

 Hontanas까지 5km 남았다는 표지판과 함께 왼쪽으로 100m 정도가면 San bol로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이 서 있다.

 

 멀리 폐허의 흔적은 보이는데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까미노 표지판에는 누가 써 놓았는지 Never give up이라는 글이 있다.

 


 낮은 하늘을 따라 평원을 한 참 걸어가다 보니 Hontanas에 다와 가는지 마을에 대한 소개와 알베르게 광고판이 보인다.

  

 

Hontanas

Hornillos del Camino에서 Hontanas까지 걸어오는 동안 San Bol 마을이 있었다고는 하나 마을을 그대로 지나치고 나면 길 위에서의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평원 위에서 하염없이 걷는 일에 지쳐갈 때쯤이 되어야 지평선 아래로부터 마을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Hontanas이다. Hontanas는 여러가지 순례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쉬어가기 좋은 마을 중 하나이다. Hontanas에는 훌륭한 알베르게도 있고 여러 개의 샘과 식당들이 있어 필요한 것들을 구하고 하루밤 쉬어 가기에 좋은 마을이다

 

  

 Hontanas를 벗어나는 곳에 있는 작은 건물 벽에 Buen Camino라는 글이 적혀 있다.

 

 

 마을을 벗어나는 곳에 아스팔트 도로와 옆 길이 나란이 보이는데, 까미노는 오른쪽 길을 통해 다시 언덕을 오르게 한다. 꼭대기까지 오르진 않고 조금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난 화살표를 발견할 수 있다.

  

 Hontanas를 벗어나서부터 걷기도 편해지고 추위도 덜해지니 조금씩 걸음도 빨라지고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 속에 마음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스팔트는 지친 다리에 치명적이다. 편한 길이라 생각하다 아스팔트를 만나니 더 힘이 든다.. Hontanas에서 Castrojeriz까지 10km를 가는데 절반이 아스팔트 길이다.

 


 San Anton 수도원이다. 지금은 수도원 일부를 복원하여 알베르게로 사용하고 있는데 까미노에서 가장 독특한 알베르게로 알려져 있다. 12명이 머물 수 있고 6~9월에 오픈한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던 길을 지금은 차도가 지나가고 있다.

  

 

Castrojeriz

San Anton 수도원에 도착하니 승합차가 차도를 따라오다가 손짓을 하며 길가에 차를 세운다. 가서 보니 도장을 찍어 준다고 하면서 직접 손으로 만든 기념품이라고 하나 사라고 한다. 대충 눈치를 보니 왔다 갔다 하면서 순례자들한테 도장을 찍어 주고 기념을 파는 듯 했다.

Castrojeriz는 원래 서 고트족 도성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언덕 위에 부서진 성이 보이고 그 밑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마을에는 순례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가게가 있으니 등상화나 배낭 등에 문제가 생겼거나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장만할 수 있는 곳이다.

Castrojeriz가 오늘의 목적지였는데 숙소를 알아보려고 기웃거리다 점심부터 챙겨 먹고 나니 이른 시간이다. 하늘의 구름은 눈 부시고 추운 느낌마저 사라진 터라 그냥 멈추는게 너무 아쉬웠다. 아픈 다리는 걱정이 안될 정도로 끊임없이 걸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게 어느새 다시 길 위에 있게 한다.

 

 

 

▲ 멀리 Castrojeriz 마을이 보인다. 언덕 위로 부서진 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방 도착할 것 같은데 제법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San Anton 성당을 지나면 오른쪽에 있는 흙 길을 통해 좀 더 편하게 걸어 갈 수 있다.

  

▲ 마을 입구에서 성당이 보이는데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성당 옆을 지나게 된다. 이 성당이 Colegiata de Nuestra Senora del Manzano 성당이다. 17세기에 크게 확장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고 알폰소 10세가 찬가를 바쳤던 성모상이 있다.

 


▲ 멀리서 볼 때는 제법 높은 곳에 있었던 Runinas del Castillo de Castrojeriz 성인데 길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 어느새 바로 눈 앞에 있다.

 


▲ 마을 안으로 깊이 들어오면 다른 성당이 보이고 오래된 마을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 점심 식사를 한 Bar 앞에는 조그마한 광장이 보이고 마을 길이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좀 더 가면 레스띠 알베르게라는 까미노 정신을 가장 잘 지켜나가는 곳이 있다고 한다. 기다렸다 찾아갈까 하다가 오후 3시나 되어야 연다고 하니 갈등하다 계속 걸어 가는 것에 마음이 기운다 .

  

ATM 기계가 있는 마을이라고 되어 있어서 마을 밑으로까지 내려와서 찾아 갔는데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어서 마을 구경만 여기저기하고 떠난다.

  

▲ 마을을 떠나 까미노 표시를 따라 도로를 건너면 멀리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설마 하면서 가까이 와서 보니 갈림길에서 언덕쪽으로 까미노 표시가 있다. 이 언덕이 Monstelares 언덕이다.

 


Mostelares 언덕으로 오르던 중 Castrojeriz 마을을 돌아다 봤다.

 


▲ 파노라마로 보니 그 때 눈으로 보던 광할함과 비슷하다.

 


▲ 언덕의 정상에 도착하니 높은 산을 오른 듯 힘이 든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예상과 다르다. 언덕을 넘으면 내려다 보는 풍경일 줄 알았는데 지평선이 눈에 들어오는 평원이다.

 


▲ 낮은 구름과 넓을 평야가 끝없는 공간 위에 홀로 선 느낌을 준다.

 

 

▲ 메세따 평원을 한참을 걸어가도 또 평원의 끝에서 내려다 봐도 순례자들이 걸어가는게 보이지가 않는다.

 

 

Puente Fitero

Puente Fitero 마을은 어디인지 잘 구분을 할 수가 없다. Monstelares 언덕을 내려와서 한참을 걸어오다보니 다리가 보이고 성당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보인다. 아마도 San Nicloas 성당인 듯 하다. 5월 중순부터 9월까지 알베르게가 운영된다고 하는데 식당, 주방, 온수와 샤워시설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아침식사도 제공되고 이탈리아 페루자 순례자 연합에서 온 자원봉사자가 환영의 뜻으로 순례자들의 발을 닦아 준다고 한다. 알베르게가 열리는 시기가 아니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Pisuerga 강을 건너면서 돌아본 성당 유적지 모습이다.

  

▲ 강을 건너니 순례길 안내도를 만날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굽어진 길을 따라 가니 다음 마을에 도착한다. 이 강에 있는 중세의 다리는 부르고스 지방과 팔렌시아 지방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는데 강 건너편 쪽에서 San Juan 수도기사단 기사들이 통행세를 받았다고 한다.

 

 

Itero de la Vega

이 마을에 몇 군데 알베르게와 순례자들을 위한 시설이 있다. 시립 알베르게는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데 들어가면 관리하는 사람이 별도로 있진 않다. 조금 서글퍼 보인다고 설명하던데 들어가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마을을 벗어나서 언덕을 넘어가면서부터 끝없이 펼쳐진 밀밭의 지평선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알베르게는 시설이 괜찮을 듯 한데 시립 알베르게가 마을을 벗어나는 쪽에 가까운 편이라 다시 돌아가지 않고 날이 좋다는 이유와 함께 더 걸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 서글퍼 보이는 시립 알베르게 방안에 잠시 앉아 있다가 조금 더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Itero de la Vega를 지나 광활한 평야 위에서 걸어가는 길은 광야에 홀로 선 고독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늘 아래 길만 보이고 좌우 앞뒤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한참이나 이어지니 그 막막한 외로움은 다시 경험하기 힘든 소중한 느낌일 것 같다.

 

 

Boadilla del Camino

Boadilla del Camino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너무 늦게 도착했더니 알베르게 3곳 중에 2곳에는 자리가 없고 시립 알베르게만 비어 있다. 시립 알베르게는 직전 마을보단 나아도 창고를 개조한 듯한 분위기라 그런지 다른 알베르게가 만석이 되어야 순례자가 들어오는 듯 하다. 시립 알베르게 마저 없었더라면 호텔에서 자야 했을 것이다.

Boadilla del Camino 1345년에는 성당이 3곳과 순례자 병원 2곳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Santa Maria 성당만 남아 있다고 한다. 성당 뒷편 기둥은 범죄자를 결박하고 판결을 내린 곳이라고 하는데, 그냥 지나치며 보기에는 기념비 같아서 그런 역사가 있는지는 나중에 자료를 보고서야 알게된다.

 

  

▲ 마을로 들어와 숙소부터 찾으려고 하는데 성당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유일하게 남았다고 하는 Santa Maria 성당이다.

 


En el Camino 알베르게에 대한 좋은 평이 많아서 찾아가니 낯 익은 순례자들이 반갑다고 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숙소에 빈자리가 없다. 다른 알베르게도 빈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시립 알베르게는 통채로 비어있다. 자리가 남아 있는 이유는 들어 가서 보면 그냥 알 수 있을 정도로 썰렁하다. 그래도 남은 숙소가 시립 알베르게 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늘의 일기

하루 종일 길 위에서 순례자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거의 만날 수 없는 특이한 날이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가면서도 한동안 길 표시가 없으면 다른 길이 있었는데 못 본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둘러볼 정도다. 때론 노란 화살표를 보면서도 누군가 그냥 표시해 놓은게 아닐까 할 정도로 오롯이 혼자였다. 광활하게 펼쳐진 넓은 평야 위에 홀로 남은 느낌은 마치 이 지구 위에 혼자 남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 하는 정도의 고독한 느낌이었다. 홀로 서 있을 수 있어야 온전히 자신과 만날 수 있다는 말처럼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걸으며 자신과의 말없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 어쩌면 앞으로 다시 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만한 날이다.

 

많은 사진들 안에 순례자나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는 건 실제로 사람들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에 들어가서야 순례자들이 쉬고 있는 모습과 마을 주민들을 볼 수 있었던 특이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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