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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23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엘아세보(El Acebo)에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까지

(조세금융신문=송민재)

 

고통이 남기고 간 뒤를 보라! 고난이 지나면 반드시 기쁨이 스며든다.

-괴테

  

아침 무지개를 보며 출발을 하다.

오늘은 엘아세보(El Acebo)에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까지 40km를 걷는 여정이다.

전날 저녁에 예약했던 아침 식사를 하러 가니 우유, 오렌지 주스, 커피에다가 치즈와 몇 종류의 빵, 시리얼 등을 원하는 만큼 골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을 하니 멀리 무지개가 보인다. 무지개를 보고 조금 걸어가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에는 해가 뜨면서 무지개가 보인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엘아세보(El Acebo)에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까지 >

엘아세보(El Acebo)에서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까지 40km 구간이다. 마지막엔 자료에 없는 마을로 노란 화살표가 안내하는데 느낌으로는 3~4km는 더 걸어가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이 구간에서 까미노에서 중요한 2곳을 보게되는데 폰페라다(Ponferrada)에 있는 Castillo del Temple이 그 중 한 곳이고, 또 한 곳은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에 있는 산티아고 성당의 용서의 문(Pueta del Perdon)이다.

폰페라다(Ponferrada)에 있는 Castillo del Temple은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을 보호하던 템플기사단의 성으로 여태 보아오던 성당이나 성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에 있는 용서의 문(Pueta del Perdon) '병들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순례를 하지 못하는 순례자가 이 문을 통과하면 산티아고에 도착한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교서를 교황 Calixto 3세가 내린 곳이다.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보다 초라해 보이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곳이다.

 

 

 휴양시설에 가까운 알베르게이다. 내부에는 가족 단위로 머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여름에는 수영장과 내부에 작은 마트, 레스토랑도 같이 운영되고 있다.

  

 출발하려고 내려오니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Riego de Ambros

4km 정도 걸어서 도착한 마을이다. Riego de Ambros에 도착하니 마을이 아기자기한데 비가 오니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급경사로 Moribaceca로 이어진다.

이 마을에는 마을 규모에 비해 좋은 알베르게가 있고 서비스 시설도 잘 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16세기에 지어진 성당도 마을에 있어 여유가 있으면 머물렀다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자전거나 차가 가는 길과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 구분되어 있다.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화살표를 따라 내려오면 Riego de Ambros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서 많은 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다.

  

 Riego de Ambros에서 Moribaceca까지는 급경사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비에 젖어 있는 경우 더욱 조식해서 내려가야 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내려가는 동안 조심스러우면서도 여기저기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Moribaceca

4km 추가로 더 걸어 도착했다. 출발한지 8km를 걸어 도착한 곳이다. 드디어 계속되던 내리막이 끝나고 평지가 시작된다. Irago 산의 하행 길이 끝나니 계속 내리는 비와 비에 젖은 내리막길로 인해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서야 여유가 좀 생긴다.

Meruela강 위의 다리를 지나면서 여러 귀족 문양이 새겨진 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게 된다. 이 마을 밖에 훌륭한 알베르게가 한 곳 있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니 이 곳에서 쉬어 간다면 산을 내려온다고 고생한 몸을 쉬게 하기에 적합할 것 같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면 전날 도착해서 찾아갔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엘 아세보에서의 훌륭한 알베르게 시설에 충분히 만족했던 터라 혹시 다음에 온다면 들리고 싶다는 생각만 남기고 지나간다.

마을에는 2군데의 알베르게와 여러 형태의 숙발시설이 있다. 다양한 식료품점과 빵가게가 있는데 다리를 건너자 마자 보이기 시작한다.

 

 

 산에서 내려서면 차도가 보이고 성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당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면 여러가지 상점과 귀족들의 문양이 새겨진 집들을 볼 수 있다. 마을을 벗어나는 곳에 순례자 동상과 함께 일본어가 새겨진 비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Moribaceca를 벗어나서 길을 가는 동안 날이 계속 흐리면서 비가 올 듯 말 듯 하다. CAMPO라는 마을을 돌아서 지나가는데 마을에 대한 소개 내용이 없어서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알기가 힘들다. 멀리 폰페라다가 보이는데 화장실도 급하고 아스팔트 길을 한참을 따라가다 지치는 느낌이 강해져서 폰페라다에 도착해서 먹으려고 했던 점심을 도시에 들어가기 전 길가에 있는 Bar에 들어가서 해결하고 잠시 휴식한 다음 다시 출발했다.

 

 

폰페라다(Ponferrada)

폰페라다(Ponferrada)는 풍부한 금광을 보유한 곳이라 로마시대부터 큰 도시였다고 한다. 도시 내에는 레온 주의 상징이 되는 구 시가지를 잘 보존하고 있고, Castillo del Temple이 있어 더욱 볼만한게 많은 곳이다.

Castilo del Temple1178년에 수도기사단의 수사들이 세운 템플기사단 성이다. 이 성은 이라고 산을 넘는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졌고 전체가 돌로 만들어져 있으면서 표식, 상징, 별자리 등으로 가득 채워진 곳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고 하며 입장료는 유료이다. 유적지 순례를 하게 되면 시립 박물관이 된 옛 왕립 감옥, 르네상스 시계탑, 성모 수태 수도원, 라디오 박물관, 그리고 바로크 양식의 레온 주 시청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찍 도시에 도착해서 하루 머물며 부지런히 돌아보고 싶은 곳이다.

도시를 지나가다 까미노 표시를 따라가다 보니 공원을 지나고 공장지대를 지나게 된다. 도시를 벗어나는 언덕에 오르니 날씨가 맑아지면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을 듯 해서 쓰고 있던 비 옷도 넣고 출발한다.

알베르게가 3군데 정도 있고 다른 숙박시설도 많이 있는 곳이다. 자전거 수리점도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순례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곳이다.

 

 


 성채를 둘러보고 도시를 가로 질러 가다보니 공원 안으로 까미노의 화살표가 인도한다. 공원 안에서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지나간다.

  

 공원을 벗어나서 큰 공장이 보이더니, 아이를 모델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순례길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라 재미 있기도 해서 사진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찍으니 아이 모델이 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자세를 취해 준다. 제법 모델 경험이 있어 보인다.

 


 언덕에 오르니 멀리 도심이 보인다. 점점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비옷도 집어 넣고 겉옷도 가방에 걸고 물도 한잔 마시고 출발을 한다.

   

 도시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폰페라다 외곽 주택가이다.

 

  

Columnbrianos

폰페라다에서 1km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마을이다. 그래도 폰페라다 자체가 큰 도시라서 그런지 한참을 걸어 도착한 느낌이다. 알베르게는 없는 마을이고 식료품점과 빵가게, Bar가 있다.

  

 

 본격적으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햇살이 강해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황새로 보이는 새의 둥지가 있어 신기하다. 아스팔트 길이 계속되니 발바닥이 더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Fuentes Nuevas

폰페라다에서 8km 정도 걸어오면 도착하는 곳이다. 엘 아세보에서 24km 정도 걸어왔다.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하나 있고 식료품점, 빵집 등이 있다

 

 

 파란 하늘이 눈이 부실 정도이다. 포장도로에 지친 다리를 벤치에 앉아 잠시 내려놓았다가 마을을 지나간다. 마을은 현대식 건물에 의해 옛스러운 모습이 덜 느껴지는 곳이다.

 

 

Camponaraya

Camponaraya에 도착한다. 이전 마을에서 2km 정도 걸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는 곳이라서 길을 따라 길게 발달해 있다. 규모가 제법 큰 마을인데 마을을 따라가다 고속도로를 넘어가면 흙길을 밟으며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알베르게와 식료품점과 빵 가게가 있다.

 

   

 길을 따라 오는 것이 마을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조각상과 공원으로 보이는 곳을 지나가면 고속도로 위의 다리와 만나게 되고 다리를 건너고 부터는 흙길을 걸을 수 있다.

  

 포도밭이 넓게 펼쳐진 길을 따라 걸어 갈 수 있다. 차도를 만나더라도 차도 옆의 흙길을 걸어갈 수 있어서 걷기가 조금 나은 편이다.

 

  

Cacabelos

폰페라다에서 15km 정도 걸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30km 넘게 걸어왔더니 지치는 느낌이다. 20km를 넘어 걸어가면 걷고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Cacabelos 표지판이 보이는 마을 입구에 작은 공원 같은 곳이 있어 벤치에서 잠시 휴식하고 있으니 몇 명의 순례자들과 같이 걸어오고 있던 옌스가 지나가다 나를 발견하고는 이 마을에 잘 것인지 더 갈 것인지를 물어본다. 다음 마을로 간다고 하니 알았다고 하면서 걸어가는데, 참 빨리 걷는다. 190cm가 넘는 키라 가볍게 걷는 듯 한데 성큼성큼 걸어가는 느낌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다가 작은 성당 안에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여러가지 전시물이 있다. 레온에서처럼 구경하고 가라는 것이라 생각하고 둘러보고 나오는데 기부 상자를 보여준다. 다 보고는 기부를 안하고 가기는 어렵다.

 

  

Cacabelos를 벗어나니 우측 포장도로로 까미노 표시가 있다. 표시를 따라 가자 마자 오른쪽 우회로가 보이는데 Valtuilla de Arriba로 이어지는 우회로이다. 멀리 돌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이 길이 실제로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Villafranca del Bierzo

드디어 용서의 문 앞에 섰다. 여기까지 걸어왔으니 산티아고에 가지 못해도 산티아고에 도착한 셈이다. 오는 도중 만나는 마을에서 알베르게로 들어갈까 하면서 걸어왔던 터라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 넘어 가고 있다.

비에르소에는 7군데의 알베르게가 있어 오히려 어디로 들어갈까 고르는게 더 어렵다. 시립 알베르게는 마을 입구에 있는데 마을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불편할 듯 하여 좀 더 들어가다가 광고 표지판을 보고 알베르게 Leo에 들어 간다. Leo는 몇 개의 도미트리 형식으로 되어 있다. 한 도미트리에 6~7명이 들어 갈 수 있고 각 도미트리에 샤워시설이 따로 있어 편리하다. 침대도 베드버그 프로텍트가 되어 있어서 안심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

짐을 풀고 정리하고 있으니 다른 순례자가 자기는 코를 곤다면서 혹시 귀마개가 필요하냐고 물어 본다. 귀마개를 가지고 있으니 괜찮다고 하고 그 배려심에 미소 짓게 된다.

 



▲ 교황 Calixto 3세가 교서로 병들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순례를 마치지 못하는 순례자가 이 문을 통과하면 산티아고에 도착한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한 곳이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과 동일한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곳이다.

 



▲ 성당이 있는 근처에 시립 알베르게와 사설 알베르게가 있었지만 좀 더 안으로 들어와서 알베르게 Leo에 들어갔다.

  

▲ 짐을 정리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마을 중앙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들어온 레스토랑에서 순례자 메뉴를 시키니 스파게티와 닭가슴살 스테이크를 준다. 혼자 늦게 온 동양 순례자의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주인이 계속해서 오며 가며 맛은 괜찮냐고 더 필요한게 없냐고 물어보며 챙겨준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얼마나 신경 써 주는지 느껴져서 힘든 하루를 다 보상 받은 기분이 든다.

 

 

 

오늘의 일기

걸어온 거리도 짧지 않았지만 길 위에 있었던 시간이 유난히 길었던 긴 하루이다. 이때까지 걸었던 어떤 날보다도 오늘이 제일 길게 걸은 듯하다. 오래 걸으면서 다리에 오는 무게감 때문에 가방끈에 어깨가 눌리는지 몰랐었던 것 같다. 배낭을 내려 놓은 지금 눌린 어깨가 뻐근하다.


용서의 문 앞에서 한 참 생각에 잠긴다.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무엇일까? 남을 용서하고 말고 할 자격이 누군가에게 있는것일까? 자신을 내려놓고 용서하며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내려놓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그 조차도 이 길을 떠나온 순간 스스로를 내려놓고 용서했으리라 믿어본다. 용서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쉬지 않고 품고가야 할 마음임을 새삼 용서의 문 앞에서 더욱 가슴 깊이 느껴본다. 미움이 싹트기 전에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겠다. 용서 받아야 할 일을 만들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소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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