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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8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로그로뇨(Logrono)에서 나헤라(Najera)까지

(조세금융신문=송민재)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 때일뿐

그러나 그 한 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법정스님 - 버리고 떠나기

 


8일째 걷는다

8일째 로그로뇨(Logrono)에서 나헤라(Najera)까지 31km 정도 걷는 일정이다. 1주일을 온전히 걸었다는 것에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뭔가를 해 냈다는 기분이 들면서, 그 동안 걱정했던 것들이 많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였구나라고 느껴지게 한다. 그냥 꾸준히 걸어가면 결국에는 도착하겠구나는하는 막연한 믿음과 함께 표현하기 힘든 감동도 생긴다. 1주일이란 시간은 많은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마술 같은 시간인 듯 하다.

가야할 길이 멀다고 제법 일찍 일어났는데도 3명이 함께 온 한국 순례자들과 일부 순례자들이 있던 침상은 이미 깨끗하다. 순례 기간을 짧게 잡고 순례자들은 더 멀리까지 가나보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로그로뇨(Logrono)에서 나헤라(Najera) 까지>

로그로뇨(Logrono)에서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던 나헤라(Najera)까지 31km를 걷는 여정이다. 나헤라(Najera)는 라리오하(La Rioja) 주의 기념비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동안의 여정은 오늘을 위한 연습이었다고 느껴질 정도 긴 여정이다. 휴식시간과 점심까지 고려하면 9~10시간은 길 위에 있어야 하는 일정이기도 하다. 순례 8일차에서 느껴지는 별다른 감회가 있으니 바쁘게 걸어만 가지 말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느끼면서 걸어보자. Alto de San Anton까지 20km 구간은 꾸준히 오르막 길을 걸어야 하니 체력 안배도 잘하면 좋겠다.

순례길 가기 전에 수건은 몇 장 들고 갈 것인지하는 것도 고민되는 사항 중 하나이다. 매일 샤워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한 두장으로 안 될 것도 같고 그렇다고 이래 저래 많이 들고 가자니 무게와 부피도 부담스러운게 현실이다. 보통은 스포츠 타월 들고 가기를 추천한다. 습식 타월은 젖어도 물 흡수가 뛰어나고 꼭 짜서 넣어 다닐 수도 있으니 편리하다. 계절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겠지만 스포츠 타월을 2장정도 들고 가서 샤워한 뒤 물로 세탁하고 꼭 짠 다음 침상 등에 걸어 놓았다가 다음 날 마르지 않았다면 가방에 잘 걸고 다녀도 된다. 비 오는 날만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넣어 가면 된다. 습식 스포츠 타월이라고 젖은 채로 계속 넣어 다니면 불쾌한 느낌이 나니 잘 말려서 사용하도록 하자. 

스페인의  마트 등에서 샴푸, 바디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액체 비누를 사서 속옷하고 수건 세탁하는데 사용했었는데 냄새도 안나고 말렸을 땐 느낌도 좋다. 겉옷을 세탁해야 할 때는 같이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계속 세탁기를 이용하면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게 된다. 속옷은 자주 세탁할 필요가 있는데 말릴 수 있는 환경을 확인하고 샤워할 때 같이 세탁해서 널어놓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세탁에 대해 무던하다면(순례길 걷는 분들은 여자들도 대체로 무던한 편이긴 하다)  친해진 순례자들과 모아서 하는게 비용도 적게 든다. 세탁기 사용 비용도 자주하면 의외로 많이 드는 경비 중 하나이다.

 

 

 로그로뇨를 벗어나는 길에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다. 골목길을 벗어나니 넓은 도로가 나타나고 공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도시 내 공원 구역을 벗어나면 산책로가 보인다. 아래쪽 왼쪽 사진의 까미노 표시는 떨어져 있는 곳도 제법 있었다. 기념품으로 챙겨 가는 사람도 있는 듯 한데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손대지 않고 가는 것으로 안다.



 로그로뇨(Logrono) 시의 공원인 라 그라헤라(La Gragera) 공원에 들어서면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과 운동하는 시민들 그리고 인공연못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맑고 푸른 하루를 기대하게 한다.

 


 로그로뇨(Logrono)를 뒤로하고 라 그라헤라(La Gragera) 공원을 벗어나면서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앞서가는 순례자가 보인다. 지나치면서 혹시 하고 인사를 하니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다. 부부가 같이 50여일 일정으로 왔다면서 15km 정도만 걷고 성당도 구경하고 같이 주변 산책도 하고 휴식한다고 하는데 여유가 느껴져서 부럽기까지 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신다. 메일 주소라도 물어볼 것을 그냥 사진만 찍고 왔더니 보내 드리지 못하고 있다.



 라 그라헤라(La Gragera) 공원을 완전히 벗어나 포도밭과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바레떼(Navarrete)에 들어서게 되는데, 나바레떼(Navarrete)에 들어서기 직전에 San Juan de Acre 순례자 병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순례자 병원은 1185년에 설립되었는데 1세기 후에 파괴되었다고 한다.


 

 순례자 병원 터 앞에는 와인 양조장이 보이고 순례자 길 표시가 보인다. 표시된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나바레떼(Navarrete)로 들어서게 된다.



화장실에 갇히다.

라 그라헤라(La Gragera) 공원을 벗어나니 6.2km를 지나간다. 다시 6kim 정도를 더 걸어가니 나바레떼(Navarrete)에 도착한다. 나바레떼(Navarrete)는 로그로료보다 역사가 긴 도시이다. 옛 주택을 복원하여 만든 시립 알베르게가 멋지다고 하는데 하룻밤 머물렀다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걸어온 시간을 보니  나바레떼(Navarrete) 지역에서 점심을 먹어할 것 같아 마을 입구 쪽에 처음으로 보이는 바에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화장실을 갔다가 나오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하다 문을 두드리니 주인이 온다. 하지만 밖에서도 안 열리지 않는다. 한참을 애쓰다가 기술자를 불렀는데 그냥해서는 문이 열리지 않아서,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하다가 결국에는 문을 부수고 나서야 겨우 나왔다. 나와서 보니 1시간 가까이 갇혀 있었다

갇혀 있는 동안 든 생각은 그래도 화장실이니 참다가 민망한꼴은 안 보여줘도 되겠네라는 생각과 더 길어지면 앉아 있을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나와서 한참 전에 주문한 점심을 먹고나니 주인이 연신 미안하다면서 점심값을 안받고 초콜렛도 몇개 준다. 고생 끝에 점심값 벌고 재미난 경험도 한 셈이다. 물론 두 번 하고 싶진 않지만.....

 


  길을 따라 오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보이는 도심의 풍경이다. 바로 앞쪽에 있는 바(Bar)가 한시간 가까이 화장실에 갇혀 있었던 곳이다. 당시에는 황당하기도 했는데 돌이켜 보면 좋은 추억 중 하나이다. 연신 미안해 하던 주인이 시진 찍는 모습을 보고 있다.

 

 

 나바레떼(Navarrete) 도시를 지나가다 보니 성당과 부르고스로 가는 길이란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나바레떼(Navarrete) 를 벗어나면서 포도밭이 늘어서 있는 길을 걸어가게 된다.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그래도 흙길에 맑은 날씨라 더욱 좋다. 



 전통 까미노 길 위로 자동차 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Ventosa로 가는 길은 조금 돌아가게 된다. 사진의 표지판을 보면 그냥 지나가도 될 듯 하고 화살표 방향으로 돌아 가야 할 듯 하고 잠시 서성이며 고민하는데 다른 순례자가 화살표방바향으로 나아가기에 따라 간다. 



 Ventosa로 돌가 가게 되는 길을 따라 가면 얼마되지 않아 나타나는 표지석이다. 앞서 갔던 순례자가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Ventosa

화장실에 갇혀 있었던 덕에 예상보다 늦어졌다. 늦어진만큼 열심히 걸어 20km 쯤 가니 Ventosa라는 곳에 도착한다여기서부터 나헤라(Najera)까지 길고도 고독한 순례자의 길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걸어가보면 과연 그렇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다.




 마을로 접근하면 Ventosa를 관통하는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까미노 길로 접어드는 길이 보인다.



 Ventosa를 지나가니 다시 포도밭 사이로 한참을 걷게 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구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는데 구름의 문양이 독특하다. 

 


 Ventosa를 지나 길고도 고독한 순례자의 길을 온 몸으로 느끼고 날 때쯤 건축 폐기물과 폐가구가 쌓인 낡은 공장이 보이는데 이 공장이 밀가루 공장이라고 한다. 상단 왼쪽 사진이 밀가루 공장 담벼락인데 벽에는 근처 마을 성당 수사 에우헤니오(Eugenio)가 써 놓은 글이 있다. 원본 글과 독일어로 번역한 글이 같이 쓰여져 있는데 "순례자여! 누가 당신을 불렀는가? 어떤 감춰진 힘이 당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는가?" 라고 적혀 있다.  나헤라(Najera)로 접어드니 관광버스에 Amado라 씌여 있다. 우리씩 발음이 재미있어 찾아보니 스페인어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나헤라(Najera)에 도착해서 알베르게 찾아 삼만리.....

힘든 것 중 하나가 큰 도시의 입구에 도착해서 다왔다는 마음에 긴장감이 풀렸는데 알베르게까지 한참이나 걸어가야 할 때이다. 나헤라(Najera)도 다를 바가 없었는데 도시로 들어서면서 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가도 알베르게까지 가는 길이 끝이 없다도심을 지나 구 시가지쪽으로 넘어가는 다리까지 와서야 알베르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마치 영원히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쯤에야 겨우 도착한 느낌이다

나헤라에서도 시립 알베르게에서 쉬려고 생각하고 찾아 가기 위해 길을 헤매고, 몇 번이나 길을 물어보고 돌아다녀도 잘 찾아지지가 않는다. 다시 길을 물어 보고  두리번 거리면서 가고 있는데 역시 길을 헤매고 있는 론을 만나 같이 헤매다가 도착했다

나헤라 시립 알베르게는 정해진 금액이 없다순례자가 원하는 만큼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다여기에서 일하는 분들은 더 친절한 느낌이다먹을 것도 주고 와인도 나눠 주고 친절히 배낭까지 자리에 갔다준다문제는 Wifi가 없다는 것이다근처 바(Bar)에 가서 사용해야 한다수용 인원 규모는 큰 편인데 사람이 많지않은게 Wifi 때문인가 했다. 

침대를 배정 받아 짐을 푸는데 젊은 여성 한국 순례자가 인사를 한다몸이 안좋아서 1주일 정도 머물렀다고 하는데 엄마랑 같이 왔다고 하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니 인터넷 쓸 일이 있어서 근처 바(Bar)에 가셨다고 한다.




 도시를 한 참이나 가로 질러 강을 건너가니 알베르게 표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길 표시를 따라 가는데 시립 알베르게는 어디 있는지 잘 찾아지지가 않는다.



 크게 좌측으로 돌아서 왔는데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갔었으면 바로 찾았을 듯 하다. 알베르게 안 안내 데스크이다.



 알비르게 앞에서 보이는 성당과 광장이다. 10~11세기 이슬람에 의해 팜플로냐가 파괴된 후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라 도시의 역사가 깊다. 나헤라에는 훌륭한 성당이 많은데 그 중에 중요한 곳이 사진에 보이는 Santa Maria la Real 수도원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강 쪽으로 오니 강변에 자전거로 타고 산책도 하는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강을 따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 저기 고민하며 기웃거리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간 곳이다.

 


 저녁 메뉴이다. 다른 순례자들과 몇가지를 시켜 나눠 먹은  음식들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다. 하나 둘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도시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저녁일기

저녁을 먹고 들어와 누우니 다리에 감각이 이상하다아직 다리가 다 적응한게 아닌가 보다. 더 걸어 적응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겠는가? 결국 끝에 도착해야 멈출 수 있는 것을.... 처음으로 30km를 잘 걸어왔으니 앞으로 20km는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힘들다 느껴지던 일들도 조금 더 힘든 상황을 겪고 보면 별게 아닌게 되는 듯하다. 앞으로 험한 길이 남았지만 이렇게 하루 하루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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