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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칼럼]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7일차 - 삶의 경계에서 선택한 길

아르코스(Los Arcos)에서 로그로뇨(Logrono)까지

(조세금융신문=송민재)


그대 자신의 영혼을 탐구하라.

다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오직 그대 혼자의 힘으로 하라.

그대의 여정에 다른 이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 이 길은 그대만의 길이요,

그대 혼자 가야할 길임을 명심하라.

비록 다른 이들과 함께 걸을 수는 있으나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대가 선택한 길을 대신 가줄 수 없음을 알라.”

-인디언 속담

 


7일째 걷는다.

오늘은 아르코스(Los Arcos)에서 로그로뇨(Logrono)까지 28km를 걷는 여정이다. 중간 11km 정도 긴 구간을 오르고 내리는 일정이라 힘든 여정을 예고한다.

 

 

 길을 나서려고 하니 비가 내린다. 우비까지 챙겨 입고 밖을 나오니 무척 추운 날씨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 아르코스(Los Arcos)에서 로그로뇨(Logrono)까지>

아르코스(Los Arcos)에서 로그로뇨(Logrono)까지 28km를 걷는 여정이다. 오늘 여정을 통해 나바라 지역을 벗어나 라리오하(La Rioja) 지방으로 들어서게 된다. 라리오하(La Rioja) 주의 주도는 오늘 도착하게 될 로그로뇨(Logrono)이다. 이 구간은 길기도 하지만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에서 비아나(Viana)까지 11km 구간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힘든 구간이기도 하다. 그러니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출발하도록 하자. 비아나(Viana)를 지나 로그로뇨(Logrono)까지는 평지의 쉬운 길이지만 오래 걷는 구간이니 체력 안배를 잘하도록 하자. 일정에 여유가 있고 큰 도시의 소음이 부담스럽다면 비아나(Viana)에서 하루 머물렀다 가는 것도 괜찮다. 비아나(Viana)는 순례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큰 도시는 순례자를 위한 시설보다는 그냥 도시민을 위한 시설이 많은 편이라 의외로 불편한 부분도 있으니 소도시에서의 하루가 더 편할 때도 있다.


순례길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를 뽑으라고 하면 아마도 베드버그일 것이다. 베드버그때문에 순례길을 포기했다는 사람도 가끔 있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일단 베드버그를 피하기 위한 준비물과 요령을 알고 가자. 먼저 침대나 가방에 뿌리는 방지제를 준비하자. 약국에 가서 Bio Kill을 달라고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그대로 들고 가도 되는데 크기가 부담스럽다면 분무할 수 있는 작은 분사기 용기를 준비해서 몇 개로 나눠 담아 가면 된다. 다음으로 벌레에 물리면 알레르기가 올 수 있으니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달라고 해서 같이 챙기기 바란다. 방지제를 뿌리면서 다녀도 베드버그에 물렸다는 사람이 있고 그냥 다녀도 괜찮았다는 사람이 있으니 마치 복 불복 같아서 운도 좀 있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알베르게를 잘 고르는 게 좋다. 일단 카페 등을 참고 하면 어디 알베르게에서 베드버그가 나왔다는 정보가 가끔 올라오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자. 제일 확실한 것은 베드버그 방지 침상이 있는 알베르게에 가는 것이다.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통 2014년 이후에 생긴 알베르게나 새로 리 모델링 했다는 숙소를 찾아가면 침대 매트리스는 베드버그 방지 포가 씌 여져 있고 베게 하고 침상 깔개를 별도로 준다. 그 위에 침낭을 펴고 자면 베드버그 걱정이 많이 줄어들어 마음이 편해진다.  

 


 아침 식사할 곳을 찾아 구 시가지 쪽으로 오니 성당 앞쪽에 바(Bar)가 문을 열었다크로상과 커피를 시켜서 먹고 난 뒤 본격적으로 길을 나선다.

 

 성당 입구를 중심으로 좌우에 보이는 모습

 

 

다시 길 위에 서다.

아침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서니 비가 계속 온다. 벗어놓은 우비를 다시 챙겨 입고 출발을 한다. 어제부터 날씨가 춥더니 손이 시릴다고 느낄 정도이다. 걸어가다 보면 그래도 점퍼는 벗어서 다닐 정도였는데 오늘은 겉옷을 입고 걸으면 답답한 느낌이고 벗고 걸으면 추운 날씨다.

 

 

 

  걷다 보니 비가 조금씩 그치고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넓은 평원을 따라 걸어가니 힘들거라는 생각은 어디 갔는지 마치 소풍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풍경이 가슴에 들어온다. 그렇게 걸어오니 멀리 산솔(Sansol)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산솔(Sansol)에 도착했다. 오른쪽 사진의 창고 같은 건물을 돌아가면 바로 벽 쪽에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가기 좋다.

 


산솔(Sansol)

산솔(Sansol)이 약간 오르막이기도 하지만 올라오는 길이 아스팔트 길이라 그런지 도착하니 지치는 느낌이다. 같은 거리를 가도 아스팔트 길을 걸으면 피로감이 더 크게 느껴지게 된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하고 있자니 한국 순례자 3명이 지나가는데 걸음걸이를 보니 무척이나 빠른 분들이다. 먼 발치에서 간단하게 인사하고 나니 벌써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다.


 

 산솔(Sansol)을 통과한다는 표지판이 보이고 그 뒤로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가 보인다.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는 산솔(Sansol)과 이어진 마을이었다.

 


 이 지역에 대한 안내 판이 보이고 오른쪽은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가 바라 보이는 풍경이다.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 입구에서 오르막을 오르니 비교적 입구 쪽 정면으로 문을 연 바(Bar)가 보인다. 앞으로 20km 정도 될 때까지 11km 구간은 마을도 없고 힘이 드는 구간이라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점심을 먹고 출발을 하기로 했다.

짐을 내려놓고 주문을 하러 가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놀라서 쳐다보니 한국 인사말을 배웠다고 한다. 한국 순례자들이 많아지니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말 인사를 듣게 되는 경우 종종 있다.

비아나(Viana)까지는 마을이 없어서 (Bar)나 식당이 없을 것 같았는데 점심 먹기 좋을 시간쯤 되는 곳까지 걸어가니 간이 (Bar)가 보인다. 열었다 말았다 하는 (Bar)가 아닌 웬만하면 문을 열 것 같은 규모 정도는 되는 간이 (Bar)이긴 했지만 다른 순례자들한테 간이 (Bar)가 있으니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는 그냥 지나쳐도 된다는 말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지나쳐서 올 생각이면 비상시를 대비한 행동식을 넣어 다니기를 바란다.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를 지나 비아나(Viana)로 가는 길은 오르막 내리막 길이라 힘들기도 하지만 맑은 하늘과 넓은 평원은 힘든 느낌을 없애 줄만큼 걸어가는 설레임을 이어주는 곳이었다.

 

 

 

비아나(Viana)

비아나(Viana)로 들어서니 주택가를 지나는 길로 노란색 화살표가 보이다가 오르막으로 향하게 한다. 오르막을 돌아 올라가니 성당 앞 길로 쭉 따라 걸어나가는 길이 보이고 시청 앞에 도착한다. 정강이가 아프니 오른쪽 다리에 의존해서 절뚝거리면서 걸으며 오르막 내리막을 걷다 보니 시청 앞 벤치를 보니 반갑기가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하다. 배낭도 내려놓고 다리도 쭉 뻗은 채로 한 참을 쉬고 나니 살 것 같은 기분에 그제서야 정신이 든다. 파란 하늘에 성당과 시청 건물은 매우 인상적이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나는 길이라 그냥 지나쳐 버렸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비아나(Viana)에 도착하고 나니 힘든 구간은 지났다는 안도감이 생기기도 한다.  비아나(Viana)의 성당과 골목 풍경은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전통 거리의 느낌이 강하다.

 

 

로그로뇨(Logrono)

비아나(Viana)를 지나고부터는 길이 편해지지만 가야할 길이 10km 정도 된다. 발바닥에 불을 붙여 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한참을 걸어 로그로뇨(Logrono)에 도착한다. 작은 마을은 큰 마트는 없지만 알베르게 찾기도 편하고 식당들도 찾기 편한 편인데, 대도시는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생긴 후에도 알베르게까지 많이 걸어가는 편이라 마음을 내려 놓으면 안 되기도 하고, 지역이 넓다는게 오히려 편의시설을 찾는 것을 불편하게 할 때도 있다.


 출발을 할 때는 재료를 사서 저녁을 만들어 먹자는 생각 하고 왔는데 도착하고 나니 그냥 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성당도 구경하고 도시도 돌아보면서 식당을 찾아 여기 저기 다니다가 케밥을 파는 식당을 발견했다. 케밥이 가격도 저렴한데다 다른 곳에서는 구경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어 선택한 메뉴이다.


로그로뇨(Logrono) 알베르게에선 산솔에서 본 한국 순례자 세명과 혼자서 순례길을 걷는다는  한국 여자 순례자도 보인다. 거기에 한번에 50km를 걸어왔다는 젊은 친구도 있다. 도미트리 하나에 한국 순례자가 거의 삼분의 일이나 된다. 일본이나 다른 동양 순례자는 거의 못 없는 편인데 동양인이면 대충 한국 사람으로 생각할 정도로 많다.


혼자 왔다는 한국 여자 순례자는 쌀을 사와서 밥을 해서 먹고 있었는데 필요하면 쌀이 있으니 가져가서 해 먹어도 된다고 한다. 한국식 식사가 그리워서 밥을 하고 상추에 삼겹살 대신에 베이컨을 구워서 먹고 있었는데 하나 먹어보라고 해서 먹어보니 그런대로 삼겹살 비슷한 느낌이 난다. 마늘하고 쌈장이 없는건 조금 아쉬웠는데. 여자분은 마늘은 안 좋아해서 괜찮은데 쌈장이 없는게 아쉽다고 하는데 공감이 간다.

 

 

 

 

 

 로그로뇨에 들어가기 전에 펠리사 부인의 딸인 마리아가 크레덴샬에 도장을 찍어 주는데가 있다고 했는데 여기인가 했다. 펠리사 부인은 수십년간 순례자들에게 물과 무화과 열매와 사랑을 나눠주는 분이었는데 2002 92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고난 뒤에 그 딸 마리아가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도장을 찍고 난 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찍으라고 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사진만 찍고 지나 왔더니 작은 기념품 하나라도 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로그로뇨에 도착하고 다리를 건너기 전에 공원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을 했는데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멈칫거리고 있는데 다른 순례자들이 지나가기에 따라가니 길이 보인다. 그냥 공원을 그대로 쭉 지나가면 다리가 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고 나면 오른쪽 방향에 안내판이 보이는데 가서 살펴보면 알베르게 위치를 표시하고 있는 지도이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길을 따라가면 알베르게를 찾을 수 있다.

 

 

 

 

 저녁 식사를 하려고 나와서 거리 여기 저기를 둘러보니 대성당과 광장, 골목 등이 보인다.

  

 저녁 식사로 먹은 케밥. 가격도 착하고 먹을만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다른 길로 알베르게로 걸어가면서 성당 문이 열려있어 들어갔다. 둘러보고 나왔더니 성당 앞쪽에 벽화가 보인다. 순례길 근처 성당들은 도장을 찍어 주는 곳이 많으니 잘 찾아보자.



오늘의 일기

발바닥은 굳은살이 생기면서 아픈 느낌이 줄어들고 무릎은 준비해온 관절 파스만으로 견딜만 하지만, 정강이는 많이 아파온다. 신발에 닿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손가락으로 누르기만해도 아프다. 걷는 동안 오른쪽 다리에 좀 더 의존하면서 신발 끈까지 거의 풀고 절뚝 거리며 걸었다. 원래는 2~3일전부터 그랬는데 큰 도시로 와야 병원에 갈 것 같아서 로그로뇨까지 참고 왔지만 더 이상 못 걷게 되면 그 때 고민하기로 했다. 내일도 오늘처럼 꾸역꾸역 걸어가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겨서인지 차라리 편한 기분이다.

아픈 다리에 오래 걸어 피곤함이 겹쳐 몸에서 열까지 나지만 쉬 잠들지 못한다.

그냥 내일도 오늘처럼 비가 오지 않고 맑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기와 함께 상념에 잠긴다.


가고 옮이 기약 없는데 삶은 무엇을 기약하는가?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 오랜 세월을 걸어온 느낌인데 이번 걸음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하염없는 세월속에 뭔가를 찾을 것이 아니라 어쩌면 버리고 내려놓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가진 것이 없는데 버릴 것은 무엇인가? 버린다는 것은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음을 깨닫고 가야하는 것일까? 삶의 고뇌가 멈추지 않았는데 걸어가는 길은 멈출 수 있을까?

수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유와 많은 생각으로 걸어간 이 길이 내겐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멈추지 않고 삶이 그대로 내 안에서 별이 되어 길이 되면 좋겠다. 내일 또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이 밤이 힘이 되기를


홀로 걸어가는 시간 상념이 많을 것 같았는데 그냥 하늘 바라보며 하염없이 걸어간다. 눈 앞에 길이 있고 멈춰 서 있을 수 없으니 그냥 그대로 걷고 또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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