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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신자유주의와 보호무역

아이러니한 역사의 반복 속에서 통찰력 있는 혜안 찾기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는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슬로건으로 나라를 이끌었던 인물이 있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인 레이건이 바로 그렇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8년 동안 미국을 통치한 레이건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강한 미국’을 주창하였다.


당시 이러한 레이건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장기불황을 케인즈 이론에 따른 경제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케인즈는 국가가 조세정책 또는 이자율, 그밖에 다양한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소비성향에 영향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주도해 공공투자를 증가시키면 총수요가 확대되어 국민 소득 및 고용이 증가하여 불황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당시 경제는 무리한 복지정책과 공공부문의 확대, 자본에 있어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케인즈 이론을 바탕으로한 정책으로도 불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태동이 되었다.


레이거노믹스의 신자유주의
1980년대 레이건이 집권함과 동시에 펼친 레이거노믹스의 경제정책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거 노믹스의 주요 골자로는 복지와 환경예산을 감축하고 세금을 낮춰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신자유주의적 전략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말하며,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개방을 촉구하게 되었다.


1986년 우루과이에서 첫 회의가 열린 이래 전 세계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 있었음에도 수차례의 협상을 거쳐 1993년 12월에 결국 타결되었고 1995년에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 (Uruguay Round)는, 그 결실로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WTO)가 출범하는 단초가 되었다.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과 세계무역기구의 설립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음에도, 후진국들로서는 공산품과 동시에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까지 시장을 개방하여야 했다.


즉, 유치산업(幼稚產業, infant industry)1)을 보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간 논리는 경제 및 사회 모든 영역에서 시장원리의 도입, 교육·의료·복지 등 사회 공공 서비스 재정의 감축, 자유 시장 질서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의 철폐, 공공부문의 민영화, 공공재 또는 공동체 이념의 배제, 감세를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 산업의 구조조정, 권력의 지방이양,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보장하는 범세계화 등이다. 그야말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과도 같은 것이다.

 

1) 유치산업이란 한 나라의 산업 중 장차 성장잠재력은 있지만 최초의 실험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금융적인 곤란을 받고 있는 미발달의 산업을 말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관련해 여섯살 난 자신의 아들 진규가 부모의 보호와 양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도록 할 경우 인성과 정신력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10여 년 뒤 의사나 핵물리학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유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대적인 무역자유화를 주장하는 경제학자 들과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는 선진국을 통렬히 비난하였다.


또한 미국은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되는 절대 우위 기술로 정상의 자리 있을 때에는 후방의 개발도상국들이 그의 지위에 범접할 수 없도록 자신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른과 아이가 같은 링에서 똑같은 규칙을 적용해 싸움을 하자고 덤비는 짓이라고 했다.


같은 링에 올라 동일한 규정으로 공정하게(?) 싸우자는 그들 부자나라 조차도 실제로는 과거 스스로 보호무역과 보조금 정책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여유가 생긴 이들 부자나라는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자유무역만이 최고의 덕목인 양 이중 잣대를 갖다 대며 가난한 나라들을 너무도 당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무조건적인 시장경제 최우선 주의를 부르짖었던 미국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전혀 반대의 입장에 서서 (과격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 얼마나 뻔뻔한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내로남불’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어떠한 논리적 또는 도덕적 확신이 아닌 본인들의 입장에서 그때마다 편한 대로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세계에 강요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보호무역주의의 수단 관세적 조치와 비관세적 조치
보호무역을 펼치는 정책적 수단으로는 관세율을 높여 수입 하는 물품이 자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하는 관세적 조치, 즉 반덤핑관세, 상계관세와 세이프가드2) 등의 관세장벽이 있다. 반면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 관련 장벽을 높여 수입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비관세적 조치가 있다.


2) 학자에 따라 반덤핑관세 등을 일반적인 관세와 구분지어 비관세장벽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관세 조치에는 SPS(Sanitary & Phytosanitary Measures, 위생·검역조치)와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 기술 장벽)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나 이외에도 수입 할당제, 수입허가제, 국영무역, 국산품사용의무 및 수출제한 그리고 복잡한 통관 및 행정절차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에 대한 정의와 범위는 사실 국가나 국제기구마다 다르다. 그만큼 그 존재자체를 규정짓기가 매우 애매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 다양한 의견을 기반으로 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종합해 보면, 관세를 제외한 모든 무역관련 장벽을 의미하며, 직접적인 형태와 간접적인 형태로 분류된다고 할 수 있다.


직접적 형태의 비관세 장벽은 해당 수입국의 중앙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수입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고 국내 생산을 육성하기 위하여 수입품을 국내 제품과 차별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간접적 형태의 비관세 장벽은 수입품과 국산품을 차별하지는 않으나, 어떤 특정 목적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놓고 그 제도에 따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수입을 할 수 없게끔하여 결과적으로 수입을 막는 효과를 가져 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상기한 비관세장벽의 하나인 기술 장벽이라는 유형으로 비관세장벽 조치를 하게 된다면, 전기, 전자, 기계, 제조업, 반도체와 같은 산업들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위생 조치와 같은 경우에는 수산물, 농산물, 식품과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이와 같이 비관세 장벽은 유형에 따라 그 영향이 미치는 품목의 범위가 각각 다르다.


그런데 비관세장벽이 관세장벽과 구분되는 아주 결정적인 특징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고 아주 은밀히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얼핏 보아서는 이것이 무역에 있어 장벽으로 작용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어떤 특정 행정조치가 얼마만큼의 비관세장벽의 무역 제한적 효과로 작동했는지 계량화하여 측정하는 데 매우 곤란함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콴시(關係)문화와 같이 그 나라의 문화나 특성이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증이나 통관절차에까지 영향을 미쳐 눈에 보이지 않게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려운 무역 장벽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가 단순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역 상대국에 눈에 쉽게 띄는 관세조치를 들고 싸움을 걸고 있다. 실상 보호무역이 목적이라면 좀 더 공을 들여 고도의 비관세장벽으로 접근을 했다면 이렇게 세상이 시끄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우리 입장에서는 어쩌면 더 쉬운 상대를 만난 것일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중국이 사드 문제로 우리로부터의 알게 모르게 수입 장벽을 매우 높이 쌓아 우리 기업들이 정상적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로 골치 아팠던 것과 비교할 때, 오히려 미국은 오리발 내밀면 끝인 비관세 조치가 아닌 관세적 조치로 대놓고 싸움을 거는 것은 그나마 명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모습이 다가 아닌 것처럼, 미국은 관세적 조치 이후에 내놓을 고도의 비관세적 조치를 지금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프로필] 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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