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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한국무역보험공사 ‘탁상공론’ 아닌 실질적 해결책 필요하다!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 매년 1조원 안팎의 보험사고에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의 재정 건전성이 큰 위기에 처했다.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험 사고율이 최근 5년간 3.5배 증가하면서 보험금 지급금액도 매년 수천 억원에 이르러 무역보험기금의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무역보험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메우기 위한 매년 수천 억원의 정부출연금은 모두 국민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무역과 같은 대외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담보하여 기업이 안심하고 무역과 해외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정부출연기관이다.


수출자는 수출이 이루어진 후 아무 잘못 없이 오직 수입자의 일방적 계약파기나 파산 또는 수입국의 전쟁이나 내란 등으로 수출금액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나 국가 입장에서도 여간 난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무역위험이 계속해서 발생하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당장 얼마의 매출만 보고 수출업무를 준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기 위한 국가적 대응책이 한국무역 보험공사이다.


‘모뉴엘 사태’ 되짚어 K-SURE 제도적 문제 간파 필요
지난 10월 국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8월 말까지 최근 5년간 무역보험사고 발생 및 보험금 지급 현황에서 공사의 무역보험 사고금액은 총 5조9237억원으로 나타났다.


사고로 인해 무역보험공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3조6532억원에 달했다.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척도인 기금배수는 2016년 73.4배로 외국의 주요 수출보험기관(일본 31.6, 캐나다 11.5, 호주 6.5)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언론에서 야단법석을 떨었던 2014년 경제 사건이 있다. 정부와 은행 등을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사건 ‘모뉴엘 사건’이 그것이다.


그 당시 정부가 들고 나온 개선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탁상공론의 결과물인지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결과를 보여주는 듯하다.


K-SURE의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모뉴엘 사태를 되짚어 보고 무역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K-SURE의 제도적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모뉴엘 사태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수출신용보증(선적후) 발급은 이 기관의 주요한 업무이다.

이 보증은 수출기업이 수출계약에 따라 물품을 선적한 후, 금융기관이 환어음 등의 선적서류를 근거로 수출채권을 매입하는 경우 K-SURE가 연대해서 보증해주는 제도이다.


수출자가 수출한 후, 수입자로부터 수출대금을 받기 전 ‘선적서류’를 근거로 외국환은행으로부터 대금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다. 수출과 동시에 수출대금을 회수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이때 은행은 그냥 돈을 주지는 않는다. 당연히 담보를 요구할 것이며, K-SURE의 수출신용보증서(선적후)가 그 역할을 맡는다.


만약 은행이 매입대전을 선지급하였으나 만기일에 수입자로부터 수출대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K-SURE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걸 믿고 은행은 수출대금을 간단한 절차를 거쳐 지급하게 된다.


모뉴엘은 이 점을 노렸다. 모뉴엘은 대규모 사기대출을 위해 물품단가와 수출가격을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고, 거래사실도 없는데 수출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몄다.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하고, 대출만기가 되면 이러한 작업을 반복해 돌려막기로 대출을 상환했다.


뿐만 아니라 모뉴엘은 제대로 된 생산공장이 없었다. 케이스만 만드는 단순 조립공장과 홍콩에 위장 조립공장으로 K-SURE와 은행을 속였다.


여기에 정부 당국도 부화뇌동하여 모뉴엘을 혁신적인 초우량기업으로 인정하여 히든 챔피언1)으로 지정하였고 모뉴엘은 정부로부터 수혜 및 각종 포상을 받았다.

1) 숨은 강소기업(규모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 ~ 3위이면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말한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이 내놓아 유명해졌다. 히든챔피언 기업의 선정 조건은 ▲ 세계시장에서 1 ~ 3위를 차지하거나 대륙에서 1위를 차지 ▲ 매출액은 40억 달러 이하 ▲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 등세 가지이다(기획재정부 참조).


또한 모뉴엘은 언론을 통해 허위 광고를 하며 대대적으로 일을 벌였고, 언론은 사기행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세계가 인정한 자랑스러운 한국 중소기업이라며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이와 같이 언론이 보도한 모뉴엘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 수상’, ‘강소기업’ 기사는 은행이 대출 실행하는 데 있어 믿을 만한 구석이 되었을 것이다. 모뉴엘은 2012년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되면서 금리와 한도에 있어 큰폭의 혜택을 받았다.


K-SURE는 대규모의 보증을 섰고, 이어서 은행들은 보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실현했다. 그야말로 한 명의 사기꾼이 정부, 은행, 무역보험공사와 언론을 가지고 논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될 것만 같았던 모뉴엘은 그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관세청에 적발되면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K-SURE의 보증금액 3482억원과 은행의 미회수 금액을 더한 6700여 억원 그리고 국외로 도피시킨 446억원의 어마어마한 사기 결과만 남게 된 것이다.


‘모뉴엘 사태’ 이후 개선책 실효 있었나?
이 사건이 터지고 관계당국은 앞다투어 무역보험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본 사건이 관세청에 의해 밝혀졌듯이 수출유관기관간 자기만의 정보를 공유하는 공조체제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또한 무역보험공사의 조직을 쇄신하여 감사원 등에 의한 사후감사 위주의 K-SURE 내부감사를 사전 예방 감사로 전환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근본적인 접근으로써 과거 상품별로 지원 한도를 관리하던 것에서 기업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보험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2014년 이러한 정부의 개선책은 그 실효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2017 국정감사에서도 이슈된 바와 같이 현재 K-SURE의 상황이 그야말로 위태롭기 때문이다. 당시의 개선책은 실제 본질의 접근이라기보다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복사하기 수준의 대안이 아니었나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탁상공론의 그렇고 그런 반복적 개선방안이 아닌 실질적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K-SURE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현재 K-SURE를 통한 무역금융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정의 심사절차를 거치게 된다. 또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에도 당연히 심사절차를 거쳐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다.


그런데 특히 중요한 보험금 지급(통상 지급 보험금이 클 경우)에서는 K-SURE의 내부 직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2).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2)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기업의 실질 역량이라든지 재정상태 및 신용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와 기업의 경영현황 파악에 필요한 고도의 조사 기법을 축적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K-SURE에 책임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내부 구조를 개편하게 되면 자연스레 전문성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수출신용보증 시작 단계부터 보험사고 시 이루어지는 지급심사까지 모든 절차를 내부적 시스템으로 책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정부 사업의 특징 중의 챙피한 현실이 동일한 내용의 사업을 서로 다른 기관에서 취급하게 되는 업무의 중복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밥그릇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업무의 중첩은 신성장 미래 먹거리 산업에 날카롭고 심도 있게 진행되어야 할 지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또 그러한 깊이 있는 노하우를 쌓기도 힘들게 만든다. 지원금은 적고 지원받는 기업은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무역금융 지원 업무는 수출입은행과 K-SURE가 유사한 사업을 중복시행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기업의 재무조사 등에 익숙하고 은행업무, 무역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따라서 관련 업무를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일원화시키거나 두 기관의 비슷한 업무를 통합한 새로운 기구를 출범시키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


지금의 K-SURE가 보증한 보증서를 담보로 은행이 무역금융을 융통하는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모뉴엘 사태에서와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K-SURE와 은행 간의 법적 책임 다툼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있는 방법으로써 반드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이후 은행은 K-SURE의 보증서를 신뢰하지 않고 담보로서 인정하지 않는 은행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모뉴엘 사태는 이 시대의 화두라 할 수 있는 스타 중소기업의 갈구에서 비롯된 한국무역보험공사, 언론, 은행 및 정부 모두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짚어보지도 않은 채 한 사기꾼에 휘둘린 경거망동한 사건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미 일이 잘못된 뒤에는 후회하고 손을 써 보아야 아무 소용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사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이후 비슷한 바보짓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하지만 정부 등 관계 당국이 내놓은 당시 개선책은 3년이 흐른 지금 평가해 보건데 제대로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것 같다.


틀을 고치고 바꾸는 것은 헤게모니를 뺏기는 상황을 수반할 수 있어 많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썩은 것을 도려내지 않으면 전체가 썩어 죽게 된다. 이에 대한 적극적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제도에 과감히 편입시키는 용단이 필요하다.


[프로필] 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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