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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트럼프는 진정 한-미 FTA의 폐기를 원하는 것일까


지난 5월 10일 우리나라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꼬일대로 꼬여버린 한반도 주변 4강 국가들과의 외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에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현 JTBC 회장을 파견해 트럼프 정부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미 FTA 재협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10여일 전인 4월 28일(미국 현지시간) 다시 한 번 한-미 FTA를 재협상 또는 폐기하겠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줄곧 한-미 FTA를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 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펼쳐왔었다.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지난해 10월까지 끝모를 하향곡선을 그리던 것이 최근 반등하여 지난 4월에는 5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3%로 플러스 전환된 이래 4개월 연속 증가세임과 동시에 역대 2위의 실적이다.


반도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주력품목에서 호조를 보였던 것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한 아이템이었으나 세계경제의 불황 등으로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조선업이 24건, 71억 달러의 실적을 일으키며 우리 수출을 견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으로 또다시 한국 경제는 혼돈에 빠져 버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기술


당장 문재인 정부의 능력을 평가 받게 될 미국과의 외교, 특히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1987년 발간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서 자신만의 협상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강한 어조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고 판을 흔들며 ‘위협’한다. 이후 ‘새로운 조건을 앞세워 원하는 것을 얻으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주변의 여러 이슈를 강하게 건드리며 판을 키운 후 다른 것은 양보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내면서 진정 원하는 것을 취하는 방법이다. 전형적인 비즈니스 협상법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오랫동안 실행하여 성공했던 나름의 협상 기술을 국가 간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일본을 ‘불공정 무역국가’라고 연일 비판하였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서는 ‘환율조작국’이라느니 ‘불공정 무역국가’라느니 중국을 압박했다.


이렇게 기선을 제압당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미국은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일본에게서는 일본 기업이 미국에 우리나라 돈 509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의 투자와 70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또한 전(全)세계 골칫거리 중의 하나인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상대인 중국으로부터는 이전과 다르게 수준 높은 대북 압박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한-미 FTA 재협상의 본질


이런 과거의 행적을 통해 유추해 보건데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실제로 그가 원하는 것은 다른 것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한-미 FTA 발효 후 양국의 경제 현황의 변화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협상 운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FTA 발효 전인 2011년도의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2억 달러로 미국의 적자가 증가한 것을 두고 얘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반드시 FTA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반증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두 나라와의 무역수지를 보면 그 나라들과의 적자 규모가 60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과의 교역에 있어서는 우리 기업의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와 미국 국채 매입으로 한국에서 경상수지 흑자의 수치는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한국 기업의 미국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로 인해 FTA 발효 전에 비하여 1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기도 하였다.


심지어 무역수지 흑자의 폭도 최근 들어 올해 들어 대폭 축소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2017년 3월까지의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78억8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나 감소한 반면, 수입은 2379만6035달러로 20%나 증가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살펴본 무역수지 이외 서비스 수지 측면으로의 대미 교역을 따져본다면 미국은 2011년 110억 달러 흑자였던 것이 2015년 141억 달러로 28%의 흑자 증가폭을 보였다.


여기에 한미 동맹이라는 특수성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연평균 5조원에 달하는 무기를 감안하면 교역으로 미국이 손해 보는 부분은 상당히 오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역 규모면으로 살펴볼 때도 한-미 FTA가 발효된 후 세계 무역은 5년간 연평균 2%나 감소했지만, 한국과 미국과의 무역은 오히려 1.7% 증가했다. 그 결과로 미국의 한국 시장 점유율도 2011년 8.5%에서 2016년 10.64%로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를 대폭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아마 미국 정부도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트럼프의 협상 전략의 특성상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이 경제적인 것이던 정치적인 것이던 더 큰 자국의 의미 있는 그 무엇을 얻기 위해 한-미 FTA로 판을 흔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트럼프의 단순히 입에서 톡톡 튀어나오는 말에 현혹되어 우왕좌왕하지 말고 그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 부분에 대하여 대외 협상창구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에 따른 그들이 들고 나올 카드에 대한 대응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한-미 FTA라는 것을 자국의 이익을 위한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은 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TPP 협상을 하면서도 한-미 FTA를 미국이 추진한 FTA의 기본교과서라고 자평한 바 있다. 또한 발효 된지 25년이나 지나 당시 상황과 현재 상황이 많이 변화되어 한번은 지금에 맞추어 수정이 필요한 NAFTA와 5년밖에 되지 않은 우리와의 협정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궁극적인 그들의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한-미 FTA를 큰 부분에서 대폭 수정을 한다거나 극단적으로는 폐기까지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손자병법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 미국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아야 한다.


[프로필] 고태진

• 관세법인 한림(인천)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위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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