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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홍콩을 통해 재정립하게 된 직접운송의 원칙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홍콩’을 통해 FTA의 중요 원칙이 재정립되었다. ‘직접운송원칙’이 그것으로 이 원칙의 무역에서의 적용은 홍콩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홍콩은 이름 자체가 ‘향(香)을 수출하는 항구’라는 뜻으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무역 중심 도시다. 중국 남부해안 어귀 주장강 동쪽에 있으며 주룽반도의 남쪽 분과 스톤커터 섬, 신계로 이뤄져 있다. 한때는 영국의 식민지였으나 1997년 7월 1일 중국으로 반환됐다. 천혜의 자연항구와 수익성 좋은 중국 무역의 전진기지로 발달했고 산업적 성장으로 세계 무역 및 경제 중심지 가운데 하나가 됐다.1)

 

1) 출처 : 다음백과

 

2017년 기준 1인당 DP는 약 6만 달러로, 한국 2만 9745달러2)인 것에 비해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2) 2019년 새해 들어선 각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 세계에서 7번째로 0-50 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넘는 나라)에 들어간다”고 호들갑스런 보도가 이어진 것을 보면 홍콩의 경제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홍콩 경제를 이렇게까지 견인할 수 있었던 주요 부문은 역시나 홍콩의 자유무역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담배, 술, 일부 광물류에 대해서만 관세가 있을 뿐이다. 이에 더해 훌륭한 항구시설을 갖추고 있어 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하역장이 있다.

 

식민지 역사는 홍콩의 자유무역정책, 무역 물류에 최적화된 입지, 최신 항구시설, 오래전부터 이 분야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숙련된 노동력 등을 형성해 왔다.

 

이는 곧 여러 나라 사이에 발생하는 국제 물류 요충지의 근원으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중국 본토 화물이 국제 시장과 교류하는 데 중요한 물류기지로서 역할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러한 역사적 결과로 중국에서 제조된 물품을 해외로 선적할 때에는 물류의 효율성으로 국제운송사와 물류창고가 밀집된 홍콩으로 반입 후 화물의 성격에 따라 선적되어 수입국으로 운송되는 물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라오스, 중국 등 6개 나라 사이에는 지속적인 무역 확대 과정을 통한 각국의 경제개발 촉진 및 국제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체결된 특혜 무역 협정이 있다. 1976년에 ‘방콕협정’으로 발효되어 2006년 9월에 개정 발효된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Asia-Pacific Trade Agreement ; 이하 APTA)’이 그것이다.

 

협정 상대국의 면면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중국, 인도, 라오스 등은 우리와 FTA도 체결된 나라로서 FTA 발효 전에 이미 APTA를 체결된 나라이기도 하다. 특혜를 보는 품목이나 범위 등에 있어 APTA는 FTA보다 그 수준은 낮고 좁지만, 협정국이 원산지인 경우 체결국 간에는 특혜를 주어 역내교역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는 FTA와 같은 목적이 있다.

 

그런데 세부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두 협정 모두 ‘직접운송원칙’ 다시 말해, 제3국을 통하지 않고 체결국 간 화물이 직접 운송이 되어야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 이는 화물이 제3국을 거치는 경우 다른 물건으로 바뀌거나 추가적 가공 또는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운송·물류 서비스 수지도 개선해 본 경제협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치한 기준이다.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문제는 영국으로부터 반환된 홍콩이 APTA 체결국인 중국에는 포함되지 않는 별도의 국가로 취급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즉 이미 홍콩의 발달한 물류시설을 통해 수출입이 이루어지고 있던 중국의 많은 화물은 APTA 등 무역협정이 체결되었다고 새삼스럽게 기존의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

 

중국 본토에서 출발한 화물은 홍콩을 거친 후 홍콩에서 세계 각국으로 선적이 이루어진다. 결국 APTA 체결국이 아닌 홍콩을 거쳐 간 것이 화근이 되었다. 원칙적으로 직접 운송 위배인 것이다. 그동안 APTA를 통해 세금을 적게 내고 수입을 하여 그 원가에 맞춰 판매를 해왔던 많은 회사는 그동안의 누적된 어마어마한 혜택이 오히려 세금이라는 날벼락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물론 직접운송원칙의 예외로서 직접운송은 아니지만, 직접운송을 한 것으로 보아주는 직접운송 간주 규정이 있긴 하다. APTA 협정 부속서 Ⅱ(아태무역협정 원산지 규정) 제5조에는 제3국 경유시에도 ▲지리적 이유 또는 전적으로 운송 상의 이유로 경유한 것 ▲경유국에서 교역이나 소비되지 않은 상품 ▲경유국에서 하역, 재선적 또는 그 밖의 정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작업 외의 추가적인 작업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직접운송을 한 것으로 본다.

 

경제적인 이유 등 현실적 비즈니스 환경을 인정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직접운송 원칙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관세청은 직접운송 간주기준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상기의 실질적 요건을 충족시킴은 물론이려니와 구 ‘관세법’ 제229조 제3항에 근거하여 기획재정부령으로 제정된 ‘APTA원산지확인기준’ 제8조의 절차적 요건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고 한다.

 

즉,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선하증권3) ▲수출참가국의 발행 당국이 발행한 원산지증명서 ▲해당 물품과 관련된 상업 송품장 원본 ▲제2항을 준수하였음을 증명하는 보충 서류를 수입참가국 세관에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3) 통과선하증권은 송하인이 운송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면서 다른 선박회사의 선박을 이용하거나 해운과 육운을 교대로 이용한 경우 최초의 운송업자가 전구간의 운송에 대하여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발행하는 선하증권을 말한다.

 

그런데 언급한 바와 같이 역사적·경제적 이유로 선적지가 중국이 아닌 홍콩으로 발행된 선하증권은 당연히 통과선하증권이 아니며, 따라서 특혜협정을 적용받아 기본 세율로 납부되지 아니한 세금에 대한 추징이 발생하였다.

 

이에 수입자인 납세의무자는 운송 현실과 협정을 잘못 해석함을 지적하며 불복을 하였으나 행정심판,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였다.

 

즉 관세법에 근거해 유권한 ‘APTA원산지확인기준’에 명시된 통과선하증권이 없으므로 협정의 적용은 잘못되었다는 세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납세자에게는 3전 전패의 매우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진행된 최종 3심의 대법원 판결이 최근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재판부는 과세관청인 관세청이 아닌 납세자인 수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막판 대역전이 된 것이다.

 

대법원, 납세자에 손 “물품운송 규정, 통과선하증권 제출만 강제했다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관련 규칙의 제정 목적과 경위 등을 살펴볼 때 “협정 참가국들의 각 지리적 위치, 무역 현황 및 운송방법의 다양성, 선하증권 등 운송서류의 발급 실무, 컨테이너 번호와 봉인 등에 의한 물품 동일성의 확인 정도, APTA의 목적과 앞서 본 협정상 원산지 및 직접운송 관련 규정의 취지 등 관련되는 그밖의 모든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협정 참가국 간의 물품운송에 있어 해상운송뿐만 아니라 육로운송이나 항공운송이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경우에도 언제나 전체 운송구간에 대해 한 장의 ‘통과선하증권’을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신빙성 있는 증거 방법에 의한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증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취지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함께 통과선하증권 등을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칙은 “APTA 부속서에서 정한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하여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며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단지 ‘통과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APTA 협정의 직접운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정하여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그야말로 실무를 꿰뚫고 있는 판결이지 않은가. 복합운송인이 존재하지 않아 통과선하증권을 발급 받을 수 없는 다양한 경우를 충분히 생각하여 법 집행을 하라는 의미로서 향후 관련 법의 적용 가이드를 제시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융통성 있는 좋은 판시로 보인다. 형식에만 턱없이 매달려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한 법 집행이 나오지 말라는 경고이다.

 

아편전쟁 이후 156년 만에 본국에 귀속된 기구한 역사의 홍콩. 중국이면서도 중국과 맺은 무역협정에서는 다른 나라로 취급받아 야속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한편 홍콩을 통해 무역협정의 큰 원칙 중 하나의 개념을 재정립하는데 또한 희생양이 된 듯싶어 짠하기까지 하다.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집행을 할 수밖에 없는 행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법의 취지까지 살펴 집행하기에는 바쁜 업무 중 여러 가지 힘든 점이 많을 것이다. 또한 법을 과감히 해석하게 되면 그 나름대로 재량권 남용 등의 지탄을 받을 우려도 있다.

 

이 사건에서 관세청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너무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무역 관련 협정과 관련 내국법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단지 이를 악용하는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불의의 행정처분에는 문구에만 얽매이지 않는 현명하면서도 깊은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 그 하나의 처분이 대상 기업에는 ‘불가구약(不可救藥)’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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