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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자유로운 무역의 또 다른 장벽 무역사기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한 나라가 부자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건을 많이 팔아야 한다. 물건을 많이 팔려면 생산을 많이 해야 하고, 그에 따라 기타 산업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國富論)’이라는 저서에서 “시장이 작으면 그 경제는 그 시장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역의 발생 원인으로 몇 가지가 있지만 이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즉 나라가 부자가 되기 위해선 물건의 판매대상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중국, 일본과 교역을 해왔으며, 특히 통일신라의 장보고는 청해진(淸海鎭 : 現지명 전라남도 ‘완도’)에 해상진영을 세워 놓고 이곳을 근거지로 중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거대 교역을 했다고 한다.


자유무역의 방해 요소


이렇듯 인간의 경제 역사와 함께한 무역은 국내 매매거래와는 다른 두드러진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주요한 것으로 ① 언어 및 관습의 장벽 ② 정치·행정 장벽 ③ 화폐·환율의 장벽 ④ 거리와 운송의 장벽 ⑤ 관세 장벽 그리고 ⑥ 요새 한창 대두되고 있는 각종 비관세 장벽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자유로운 무역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국제매매거래의 특징들은 일반인들이 자기 나라에서 장사는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거나 사는 것에 대해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제3자가 무역 거래의 양 당사자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 이러한 무역의 특징을 교묘히 악용한 무역 사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피해사례를 복기해 보면 외국 수입업체의 한국 직원으로 위장한 사기꾼이 수출기업에 견적을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가짜 사업자등록증을 제시하여 수출자를 안심시켜 놓은 후, 견적 받은 제품에 대한 협상을 일반적인 거래와 동일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청약과 반대청약의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거래에 대한 확신을 서게 한다. 최종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면 허위의 대금 입금증을 제시하고 유령 물류업체를 소개한다.


소개받은 사기 물류 업체는 수출자에게 물품 선적을 서두르지 않으면 선적편이 없다고 선적비용 입금을 재촉한다. 재촉받은 수출자는 물건을 빨리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운임과 물품을 운송사에 건네주게 된다.


이후 이 유령 물류회사는 홀연히 사라진다. 수출자는 가만히 앉아 그대로 운송비와 물품비를 날리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서 이번에는 수입자 피해 사례를 살펴보자.


물품 확보가 어려운 고가의 희소 제품을 취급한다고 다국적 언어로 제작된 웹사이트를 보고 수입자가 견적을 요청하였다.


무역거래에서 이런 재고가 많지 않은 제품의 경우에는 물품을 구매하는 쪽이 아쉬운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선금을 요구 받게 된다.


이 케이스의 경우에도 물품의 확보를 위해 견적된 비용을 바로 선금 지불하였다. 대금을 받은 수출자는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수입자와 연락을 끊는다.


대부분의 이러한 무역 사기사례는 서로 다른 나라에 멀리 있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끼리의 거래라는 무역의 특징을 악용한 것이다.


무역의 특징을 악용한 사기


지난해 3월 우리나라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인 LG화학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LG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으로부터 나프타를 수입하고 있었다.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닝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자회사로서 연간 34억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큰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며, 물론 LG화학의 주거래처다.


나프타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는 LG화학에게 아람코의 명의로 납품대금 계좌가 바뀌었다는 이메일 한통이 들어왔다. 이에 LG화학 담당자는 확인 절차는 커녕 아무런 의심도 없이 수입 결제대금 240억원을 송금했다.


문제는 이렇게 이미 송금된 계좌가 실제 아람코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제3자의 계좌였다는 것이다.


해커가 그동안 양 당사자 사이에 사용된 이메일을 해킹해 거래 내용, 거래 금액을 알아내 교묘히 이를 사칭해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화학이라는 거대기업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무역사기를 당한 것 이다. 그것도 사상 최대 금액인 240억원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 사건은 현재 국제 범죄 전담 외사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메일 해킹사건의 특성상 범죄 일당을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한다.


허술한 대기업 내부시스템을 여실히 보여준 이 사건은 무역사기(trade fraud)가 일반 대기업에게도 얼마나 쉽게 노출되어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여기서 사용된 사기 수법은 스캠(scam)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기업의 이메일 정보를 중간에 가로채 이를 이용해 거래 당사자가 보낸 이메일인 것처럼 꾸민 후 자연스럽게 변경된 계좌번호를 알려줘 그 계좌로 입금을 유도한 후 잠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식의 무역 사기가 횡횡한다면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특히 자원이 없고 시장이 비교적 작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반드시 무역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역을 그나마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첫 거래 상대방으로서 그 기업이 정말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할 때에는 거래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그 나라 정부의 기업 DB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상대 회사의 웹사이트가 기업 DB 정보와 다를 때는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글 등을 통해 예상 상대 업체 이름과 “TRADE FRAUD” 등 무역 사기와 관련된 단어를 검색해 보라. 만약 과거에 그 회사가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흔적이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


또한 거래 상대방과 주고 받는 이메일을 사용하는 컴퓨터의 보안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하고 사용해야 한다. 또한 업무 이외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거래 정보의 수정을 이메일로 요청받았을 때에는 이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중복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무역의 특성상 언어의 소통 문제로 이메일을 주로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 스캠이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의 변경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는 전화나 팩스 등 여러 다른 수단을 동원하여 이 사실이 맞는지 반복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상 거래 상대방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무적으론 중요한 부분이 아닌 사소한 부분의 변경에 대해서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 것은 평소 기업 담당자에게 본 절차를 구체화하는 것이므로 중요하다.


앞서 LG 화학의 사례도 허술한 확인시스템, 안일한 업무 처리가 문제됐다. 따라서 담당 직원에 대한 교육과 트레이닝, 기업 안에서도 여러 번의 확인 절차를 거치는 문화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러한 사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거래처간 융통성이 부족해 보일지라도 결제 계좌의 변경은 절대 불가하며, 이 부분을 변경하고자 한다면 양당사자가 직접 만나 새로운 계약 체결을 해야 한다는 당사자 간 합의를 하는 것도 한 방법 일 수 있다.


그밖에 은행이 중간에 낀 신용장(L/C) 조건으로 대금지급 방식을 변경할 수도 있다.


만약 불행하게도 이런 일이 주의를 기울여 업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기법으로 사기를 당했을 경우를 대비하여 국제매매계약서에 분쟁해결 조항을 명시하고 손해의 공동 부담 등을 함께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역은 비즈니스 세계에선 분명 매우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매력의 함정에 눈이 잠깐 어두운 사이 큰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프로필] 고태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위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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