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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 논란③] 은행권 성과주의 확산 정책, 성공하기 쉽지 않다

(조세금융신문=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 박사) 정부와 국제금융자본 주도로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된 은행권 성과주의
새해 들어 정부가 은행권에 성과주의 확대를 강하게 다그치는 모양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해 금융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꼽았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대통령 업무 보고 자리에서 금융기관의 보수, 인사, 평가, 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쳐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성과주의 확산을 위한 로드맵도 드러냈다. 정부가 통제권을 쥐고 있는 금융공공기관에서 먼저 모범사례를 만든 다음, 이를 민간 부문으로 확산한다는 내용이다. 성과주의 확산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성과주의 도입이 더딘 금융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총인건비 예산을 삭감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가 성과주의를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무기로 금융기관들의 성과주의 도입을 강요한 바 있다.

금융감독기구의 경영평가제도,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 수혜 은행 사이에 맺어진 이행합의서(MOU) 등은 성과주의를 강제하는 수단이었다. IMF나 국제 금융자본도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나 은행들이 성과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개별은행들은 처음에는 정부의 강요에 못 이긴 척 슬그머니 성과주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은행들 사이의 경쟁전이 불붙자 성과주의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성과주의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성과주의가 은행 경영의 내재적인 필요성에서 먼저 검토되고 출발한 것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성과주의에 대한 차분한 찬반 논란보다 ‘성과주의 문화’의 필요성만이 이데올로기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다음으로, 성과주의 확산에 국제 금융자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과주의 확산도 외국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은행들이 선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성과주의라는 것이 국제 금융자본의 이해와 밀접한 관련성 속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쨌든 현재는 1997년 위기 이후 정부와 국제금융자본의 강한 드라이브로 우리나라 은행권에는 이미 성과주의가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있다.

은행원들의 하루는 성과핵심지표(KPI)의 달성을 위한 일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은행원들은 성과주의에 따라 높게 설정된 성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기 이전보다 훨씬 높은 노동 강도와 더 긴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노조가 성과주의에 대한 대항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성과급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 흐름 형성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요 나라들에서, 그리고 국제금융기구들에서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 흐름이 명백하고 생겨나고 있다.

거기에는 금융기관의 성과급 보상체계가 글로벌 위기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위기 이전에 은행들은 장기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 실적에 근거하여 성과보상금액을 결정해왔다. 그 결과 임직원들은 더 많은 성과보상을 받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했다.

예컨대 2000년대 들어 미국 은행들은 대출모집인에 대한 급여를 대출 성과와 연동하여 지급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대출모집인들은 리스크가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까지 무리해서 판매에 나섰고, 이것이 위기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미국 연준은 과도한 성과급이 금융기관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해친다는 판단에 따라 성과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초안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 목표는 과도한 리스크 추구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같은 해에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금융기관의 ‘건전한 보상체계 원칙'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리스크를 반영한 보상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은행감독위원회도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원칙을 발표했다. EU는 성과급 규제를 통해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서 2015년부터 금융기관의 임직원에 대해 성과급 상한제와 성과급 회수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보듯, 2008년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여러 선진국들이나 국제기구들은 성과주의가 은행들로 하여금 리스크를 더 수용하도록 하여 위기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들어 성과급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보아 2008년 위기 이후 성과주의 요소를 축소하는 흐름이 글로벌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글로벌 추세를 거슬러 성과주의를 확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의 속내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성과주의가 가져올 불완전 판매, 위기 가능성, 그리고 금융사고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장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연공중시의 문화가 강한 나라에서는 성과주의의 폐해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 삼성경제연구소, 그리고 노동부마저 성과주의의 폐해를 얘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얘기하는 성과주의의 문제점에는 체계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하여 직원들이 성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 단기적이고 가시적 목표를 추구하게 한다는 점, 직원들 사이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팀 사이 협력을 가로막는다는 점 등이 있다.

성과주의를 이미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는 세계의 주요 초국적 기업들도 비슷한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기업 단체나 기업 연구소 등이 지적하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대부분 일리가 있는 것들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 성과주의 도입을 찬성하는 연구자나 단체들도 주요 선진국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념적인 성과주의 모형’의 도입이 아니라 이른바 ‘한국적 성과주의 모형’을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이러한 성과주의의 일반적인 폐해 말고도 금융에 고유한 폐해가 덧붙여질 수 있다. 

첫째, 성과주의로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

상품 판매 실적에 따라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에서는 직원들이 고객의 이해를 희생해서라도 실적에만 매달리는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성과주의 문화가 강한 영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은행들이 오히려 돈을 물어주는 사태가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최근에 공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직원들의 판매를 독려했던 로이드 은행은 부실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2,800만 파운드의 벌금을 물고 고객에 대해서는 1억 파운드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통지서를 금융감독청한테서 받았다. 이런 식으로 2000년 이후 영국 은행들이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벌금과 보상으로 지출한 금액은 총 385억 파운드(우리 돈으로 약 68조원)에 이른다.

불완전 판매가 증가하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서, 은행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응답한 영국인은 7%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그동안 깊게 뿌리박힌 성과주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둘째, 대출 질의 저하에 따라 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어떤 연구자가 대출 담당자의 급여가 고정급에서 성과급으로 바뀐 다음 대출 행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조사한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2005년에 미국의 한 대형 상업은행은 일부 대출담당자에 대한 보수를 고정급에서 성과급으로 바꿨다. 그 결과 대출행태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성과급 수령자들은 고정급 수령자들에 비해 대출을 31%p나 더 많이 승인해 주었다. 특히 대출승인 여부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회색지대 차주에 대한 대출 승인을 더 많이 해주었다. 성과급 수령자들은 고정급 수령자들보다 건당 대출금액도 15%p나 많았지만 대출 심사에 걸리는 시간은 오히려 짧았다. 그리고 성과급 수령자들의 대출 승인률은 성과급 지급일이 가까워질수록 높아졌다.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성과급 수령자들은 고정급 수령자보다 부도율이 28%p 높았다. 성과급이 부실 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 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셋째, 성과주의 문화로 금융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

금융감독기구의 경영평가 등으로 은행들 사이 성과 경쟁이 증가하면 개별 은행들은 비용 축소 압박을 받으면서 전산이나 내부통제에 대한 투자를 뒤로 미루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는 대형 전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은행들이 비용 절감 목적으로 계약직과 비정규직을 늘리면 전체적인 업무 숙련도가 떨어지면서 이 역시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성과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 측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인데, 은행 업무에서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은 또 다른 문제점이다.

우리나라 은행 업무의 특징은 그것이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서로 밀접한 의존 관계를 가진 직무를 수행하는 현실에서 특정한 개인이 성과에 기여한 몫을 따로 떼 내서 계산한다는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그리하여 일본의 아라이 같은 학자는 조직에 대한 개인의 공헌을 정확히 측정하는 ‘올바른 개인 평가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까지 한다.

극심한 노정, 노사 대립을 부추길 성과주의 확대 정책 , 추진할 가치 있나
이처럼 은행권 성과주의는 성과주의 일반이 갖는 문제점 외에도 은행권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문제점이 덧붙여질 수 있다. 거기에다 노동조합은 성과주의 확대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 성과주의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주의가 확대되면 노동조합의 기능은 명백하게 약해진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이 성과주의 확산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는 지난 1997년 위기 이후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정, 노사 마찰이 발생하여 많은 사회적인 비용이 발생했음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주의 확대 정책을 둘러싸고도 마찬가지 일이 발생할 것이다.

금융위원장은 노조를 설득하겠다고 얘기하지만 이미 성과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그 폐해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설득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대립과 마찰이 심해질 것이고 큰 사회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글로벌 수준에서 성과주의를 축소하자는 움직임이 더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크나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꼭 성과주의를 추진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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