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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 논란④] 잘못 설계된 성과연봉제, 지점‧직원 간 협업 저해 불완전판매 부추겨

성과주의 도입 전 객관적인 성과평가 체계 확립 선결돼야

(조세금융신문=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착한 개혁’ 아닌 ‘거친 개혁’ 하겠다는 성과주의 도입 드라이브

새해부터 정부발 성과주의 드라이브가 거세다.

지난해부터 “금융개혁의 남은 과제는 성과주의의 도입”임을 강조해 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1월 모 대학에서 가진 강의 자리에서 “‘착한 개혁(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개혁)’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향후 노조의 강경 반대 등 예상되는 갈등에도 굽히지 않고 성과주의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정부는 올해 먼저 금융공기업을 대상으로 직무분석에 기반한 성과주의 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성과주의 도입의 효용을 밝히고 민영은행으로의 확산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이다.

그러나 개별 기업 인사전략의 핵심이자 오랜 기간 축적된 노사간 합의의 결과인 임금체계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자칫 관치금융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최근 노동개혁과 관련한 첨예한 갈등과도 맞물려 있어 향후 개혁 추진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에서는 성과주의 도입 논의의 배경과 도입 시 예상되는 영향, 그리고 성과주의 확산의 선결 요건을 살펴본다.

성과주의란 무엇인가
성과주의는 말 그대로 성과가 보상과 승진, 배치 등 조직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의 근간으로 작용하는 체계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논리지만 한국에서 ‘성과주의 인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을 뼈아프게 경험한 기업들이 기존의 ‘온정주의’, ’평생고용’, ‘연공에 따른 보상’의 노선을 버리고 체계화된 평가 시스템을 통해 개인 및 부서의 성과를 측정하여 보상과 승진, 배치에 반영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기업에 앞서 성과주의 노선을 채택한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이전의 ‘국내 1등’, ‘양적 성장’ 추구 노선을 ‘월드베스트’ ‘질적 성장’으로 바꾸면서 인력관리 체계 면에서도 이른바 ‘S급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성과자를 별도 관리하고 보상 및 교육, 승진 기회 등을 차별화하였다.

‘팀원보다 나이 어린 팀장(성과에 따른 발탁승진)’, ‘선배보다 더 많이 받는 후배(성과에 따른 차등보상)’, ‘연봉 협상 시즌(노사 양측에 개인성과에 기반한 보상 협상권 부여)’ 등이 바로 직원의 역량과 성과가 나이나 입사 순서 등 기존에 임직원의 보상과 승진에 영향을 끼치던 모든 요인에 우선하는 ‘성과주의 인사’가 한국 사회에 가져온 새로운 풍경이다.

은행은 성과주의 무풍지대?
이렇듯 한국 기업의 체질을 크게 바꾸어 놓은 성과주의 인사 바람이 유독 비껴간 곳이 바로 금융권이다.

2013년 고용노동부 사업체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보험업의 호봉제 비율은 63.7%로, 2009년의 78.9%에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체산업평균(36.3%)이나 제조업(42.5%)보다 월등히 높다.

호봉제란 연공서열에 따라 호봉이 부여되어 성과에 관계없이 근속연수를 채우면 호봉이 상승하는 급여체계로 성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대부분 은행의 보상체계는 호봉제에 직무급(직무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급여) 및 성과급(성과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급여)을 일부 결합한 ‘성과혼합형 호봉제’로, 성과주의적 요소를 일부 차용하였다고는 하나 연공 기반 호봉이 전체 기본급의 87.5%를 차지하고, 호봉이 성과에 연동하여 차등 지급되는 경우는 25%에 불과한 등 성과와 보상의 연계성은 사실상 매우 낮다.

은행업의 위기와 임금체계 혁신의 필요성
그렇다면 유독 최근 들어 은행의 임금체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저금리·저성장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와 관계가 깊다.

국내의 여느 은행들과 다름없이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가상의 은행 A를 상정해 보자. 은행 A는 작년과 올해 신규채용도 퇴직도 없이 동일한 인원으로 운영되었고, 동일한 매출을 올렸다. 인건비를 제외한 영업비용도 모두 동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A의 수익성은 작년에 비해 악화된다. 한 해만큼 근속연수를 더 채운 구성원들의 호봉이 상승하여 인건비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 저성장으로 시장이 줄어들고, 저금리 기조에 의해 예대마진마저 축소된다면? 은행은 동일한 인원으로 더 나쁜 성과를 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는 역시 호봉 상승에 의해 증가하므로 은행 A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현재 한국 은행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이후 총 7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이자이익이 하락했고, 이에 더해 비대면 채널 활성화와 금융당국의 수수료체계 개편, 업무대행 수수료 기반 위축으로 수수료이익도 정체되어 2011년을 정점으로 은행의 순매출(net revenue)는 지속 하락하여 왔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초저금리 기조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은행들은 판관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해 가까스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은행의 경영난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경영 성과와 무관하게 증가하는 인건비다. 급여비용이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처음 50%를 넘어서 최근에는 52~3%에 달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급여를 제외한 기타판관비는 연평균 0.84%씩 감소한 반면, 급여비용은 연평균 7.93%씩 지속 상승하며 전체 판관비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인건비용의 절대 규모보다 더 큰 문제는 인적자원이 창출하는 이익규모 대비 인건비용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인력이 실제로 창출하는 가치와 인건비의 미스매치로 인한 낮은 급여탄력성이 현재 우리 은행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은행업 종사자의 평균 임금은 1인당 GDP의 205%로, 미국(110%), 일본(150%), 유럽(180%)보다 높고, 전체산업 임금평균과 비교해도 139.4%로 더 높다. 이는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국내 타산업 대비 세계적인 수준이어야 납득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과연 현재 우리 금융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금융 당국 뿐만 아니라 업계 내부에서도 이제는 성과에 기반한 보상으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인력 고령화로 인한 인건비 상승부담을 덜어주어 은행업의 비용효율성을 높이고 고용창출 여력에 보탬이 되게 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성과주의 확산의 선결 요건
그러나 성과주의 도입은 금융 당국의 의지가 강하고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직무의 가치와 특성을 반영한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것인지, 은행 인력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지점 인력의 개인별 성과를 무엇에 기반해 차등화 할 것인지 등 사용자와 노동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성과평가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순환직무제를 채택하고 있어 직무가치 혹은 특성에 따라 보상 수준을 달리하거나 성과급 비중을 차등화할 경우 반발과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은 지점에 속한 개별 직원의 성과급을 개인의 역량이나 성과가 아닌 지점의 성과에 연동하여 지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체계가 호봉제에 따라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지점의 성과에는 공헌하지 않는 저성과 무임승차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만일 성과주의 도입이 현행 지점실적 연동제를 유지하며 성과급 비중만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거나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한편, 개인실적 지상주의로의 급격한 전환 또한 완벽한 해결책이라 보기 어렵다. 잘못 설계된 경쟁 체계는 지점 직원 간 협업을 저해하고 단기실적에 눈이 먼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등 은행과 고객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착한 개혁’을 표방하다 체질 개선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금융 당국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지만, 자칫 급한 마음에 현장의 문제를 무시한 ‘일방통행 개혁’이 될까 더욱 노파심이 드는 것은 이렇듯 성과주의 도입의 문제가 단순히 보상의 수준이나 구성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은행이 움직이는 메커니즘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과주의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객관적 평가제도 마련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성공의 열쇠
2015년은 은행원들에게 험난한 한 해였다. ‘우간다보다 못한 경쟁력’, ‘억대 연봉의 베짱이 집단’ 등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을 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 대응과 인력 고령화로 인한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 수술에 나선 은행들로 인해 수천 명의 은행원들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정든 직장을 떠났다.

새해를 맞이하는 은행원들의 마음 속에는 변화의 필요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함께 싹트고 있을 것이다.

 ‘금융개혁의 마지막 과제’라는 성과주의 확산 성공의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은행과 직원이 함께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과제로서 성과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은행원들이 불안감으로 인한 무조건적 반감을 내려놓고 신뢰와 희망으로 새로운 변화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객관적인 평가 체계와 그에 수반하는 제도 개혁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개혁과 변화의 과정에 끊임없는 정부-업계, 사용자-노동자 간 소통의 노력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고민이 함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 성과주의는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을 움직이는 메커니즘의 문제이고,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철학과 문화의 문제다.

따라서 이 개혁의 성공은 속도보다 방향에 달려 있고, 빨리 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데 달려있다. ‘한국형 성과주의’의 정착으로 우리 은행이 보다 강하고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길, 그래서 한국 경제의 믿음직한 파트너로 다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경영팀 수석연구원
전) SK네트웍스 글로벌마케팅팀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서울대학교 중문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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