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은행의 기관장에게 유무형 압력을 행사하면서 금융노조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회사측이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강요하는 등 불법 및 인권유린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공기업들의 성과연봉제 도입과정에 불법 사례가 증가하면서 더민주 산하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은 24일 오전 10시40분 산업은행을 방문해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들은 노사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동의서를 기반으로 한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연봉제 도입을 강행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노조의 반발에도 밀어붙이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자리보전이나 연임 욕심때문이라고 관측했다.
대다수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임기가 올해 또는 내년 초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여부가 연임 여부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임기만료 9월 30일),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11월 17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11월 27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12월 27일)이 올해 임기가 끝난다.
또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내년 1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례로 최근 금융권 일각에 웃지 못할 소문이 돌았다. 이란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금융공기업 수장에게 “(성과연봉제 도입도 안하면서0 여긴 왜 왔어”라고 핀잔을 줬다는 것. 물론 해당기관에서 사실무근이라고 재빠르게 해명하면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공기업 수장들의 느끼는 압박감이 어떠한지 한 마디로 표현한 듯 싶다.
최근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욕심을 내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성과를 내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제3차 금융공공기관 간담회에서 ‘노조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기관장의 말에 금융위원회 고위 관료들이 대거 삿대질과 욕설을 퍼부었다고 알고 있다”며 “그 때문에 금융공공기관 기관장들이 매우 곤욕스러워 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금융공공기관장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성과연봉제’를 졸속 통과시킨 사례들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관치금융의 심각성이 공론화 되고 있다는 것.
정부‧금융당국과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과 맞물려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강압적인 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규탄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정권과 금융위원회의 불법적 강요가 도를 넘어 입에 담기 어려운 인권 유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공기업 기관장들이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과정이 마치 새누리당 공천 파동과 흡사하다’고 혀를 내둘렀다”며 “정부의 노동개악이 아무런 성과를 못 내고 있으니, 성과연봉제 가지고 일회성 성과포장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6월 9일 대통령 주재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장 워크숍’에 금융노조위원장과 금융공기업지부대표자들의 참석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참석 요청 공문’을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경제수석실에 송부됐다.
김대업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장에서 “은행이 직원들로부터 강제적으로 동의서를 받고, 이사회도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한 180여명의 임원 및 간부들을 모두 고발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사합의를 거쳐야 함에도 사측이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강제 징구한 데 이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의결해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17일 이사회의 의결사실을 밝히면서 “성과연봉제 확대를 위해 회장이 직접 직원 앞에서 호소했으며, 이 외에도 본ㆍ지점 설명회 등을 통해 직원 설득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보다 앞서 10일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도 긴급하게 이사회를 소집해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시켰다.
하지만 지난 5월 20일 제1차 여ㆍ야ㆍ정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지난해 노사정 합의대로 도입기준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로 도입을 진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강요하는 등 불법 및 인권유린 논란이 일고 있는 산업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선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당 산하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이하 성과연봉제 진상조사단)은 24일 산업은행을 방문,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더민주당 성과연봉제 진상조사단은 당 노동위원회와 결합해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과정에서의 불법 사례 등을 면밀히 수집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관치 금융”이라며 “한국금융기관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각 금융기관의 이사회구성 및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법률적 사전규제라는 정부의 통제 하에 효율성보다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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