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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CEO탐구]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글로벌·디지털 사업 ‘탄력’ 기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 이후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원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초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회장 선임 절차를 미룰 것을 권고했지만 하나금융 측은 예정된 일정대로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여기에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퇴를 하자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았고, 일각에서는 하나금융 내부고발이라는 설까지 떠돌았다.

 

이후 김기식 전 금감원장을 거쳐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고 김 회장이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모습 등을 보이면서 양자의 관계도 개선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2월 차기 KEB하나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갈등은 다시 한 번 표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사외이사들과 면담해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피고인 신분으로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연임을 했을 경우 은행의 경영 안정성과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통합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인 함영주 행장은 그동안 은행 시스템 통합, 노조통합, 임금·복지체계 통합 등을 조기에 성공적으로 이뤄냈으며 매년 호실적을 기록해 3연임이 확실시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연임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함 행장 체제를 고수할 경우 금감원의 권고를 연달아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하나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와 롯데카드 인수 등에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 미래 성장에 금감원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결국 하나금융은 화해를 선택했다. 함 전 회장이 스스로 3연임 도전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하나금융은 행장을 교체하기로 했고,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이 관계 개선을 위해 금감원에 무언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평가했다.

 

이때 함전 행장의 바통을 받을 적임자로 선택된 이는 지성규 당시 하나은행 글로벌 사업본부 부행장이다.

 

경쟁격화 등 시장환경 악화 극복해야

 

지성규 부행장은 이제 막 ‘초석 다지기’가 끝난 하나은행을 이끌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책무를 지게 됐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저금리 기조 아래 수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은행권의 호황이 끝났으며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점차 강화됨에 따라 4대 은행 간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하나은행은 47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우리은행(5394억원)에 뒤쳐진 4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나은행 자체로도 지난해 1분기(6319억원)보다 24.05%나 실적이 악화됐다. 이에 글로벌 전문가로 알려진 지성규 신임 하나은행장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랜 글로벌 경험, 현지화 위해 ‘삼고초려’도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1963년생으로 현재 시중은행장 중에 가장 젊다. 밀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하나은행 영업준비 사무국에 입행, 국제금융전문 딜러, 연수과장, 직원고충처리담당 부서장 등을 거쳤다.

 

30년 은행 생활 중 절반 이상을 글로벌 부문에서 활약해온 지 행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는 2001년 홍콩지점 발령부터다. 서울은행 홍콩지점과의 합병과 중국 선양시 최초외자은행 설립 등을 경험했으며, 중국하나은행 선양지점장을 역임했다.

 

선양지점장 시절에는 뉴욕,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지점 등 핵심 해외지점들을 모두 제치고 해외 점포 경영평가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설립단 팀장과 하나금융지주 차이나데스크 팀장, 글로벌전략실장 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에는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맡기도 했다.

 

은행장으로 재직당시 12개 분행장들을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등 성공적으로 현지화를 진두지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성규 행장은 은행장 내정 전까지는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중국 근무 당시 매일 새벽 다른 도시로 차를 몰고나가 영업을 했을 정도의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며 중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베트남어, 영어 등 4개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별명은 고(故) 손기정 선수의 이름을 빗댄 ‘지기정’이다. 실제 마라톤 완주 경험이 많은 ‘마라톤 마니아’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끈기는 업무 스타일에도 많이 반영된다는 후문이다.

 

중국 법인장 시절 광저우분행장을 채용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한 일화도 유명하다. 지 행장이 적임자로 판단한 후보가 부인의 반대로 분행장 자리를 거절하자 그는 후보자의 부인을 광저우로 오게 해 3일 동안 부부를 함께 설득했고 결국 후보자는 분행장 자리를 수락했다.

 

‘워커홀릭’ 우려에 소통 행보 집중

 

‘워커홀릭’과 ‘지기정’으로 대변되는 그의 경영스타일은 반대로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지 행장의 취임 전 하나은행 노조 측은 성명서를 발표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는 ‘워커홀릭’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도취돼 직원들의 지속 가능한 노동, 저녁 있는 삶, 건전한 영업 문화를 저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랜 기간 해외에 거주했었기 때문에 내부 소통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하나은행 내부 관계자는 “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국내 영업점 직원들과의 소통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인사나 노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적도 없다”고 평가했다.

 

지 행장 역시 취임 직후부터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한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당일부터 지 행장은 영업점 2곳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며 지난달 2일에는 을지로 본점 강당에서 ‘은행장과 함께하는 소통과 공감’ 생방송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0여명 임직원들과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6개월 안에 전국 영업본부 지점장들을 모두 만나겠다는 계획도 자신 있게 발표했다.

 

생방송 간담회의 정례화와 전 직원을 위한 On-Off Line소통 공간의 상시 개설도 약속했으며 간담회가 끝난 후에는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보다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외부와의 소통에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 때 지 행장은 이례적으로 참석 기자 약 130명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임 행장의 지지, 내부 장악력은 ‘숙제’

 

지성규 행장과 같이 갑작스러운 CEO 교체가 이뤄질 경우 간혹 전임 CEO나 내부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불안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장에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대표적인 경우로 예상치 못하게 연임에 실패하게 된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취재진들과 만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진 행장에 대해서도 “국내 영업 경험이 부족한 만큼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회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반면 지 행장은 다행히 그룹 부회장이기도 한 함 전 행장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받고 있다. 지 행장은 함 전행장이 가장 믿었던 부행장으로 전해지며 취임 직전까지 성실하게 인수인계를 수행했다.

 

지 행장 역시 취임 기자회견에서 “통합은행이 출범한 후 진정한 원 뱅크를 이루고 매년 뛰어난 실적을 기록해 온 함영주 초대 은행장께 감사를 표한다”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함 전 행장의 지원은 ‘지성규 호’가 빠르게 정착하고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의 전환을 선포했지만 타 금융사와의 차별성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글로벌 분야 역시 외환은행의 인프라 덕분에 전통 강자로 여겨지고 있지만 신한은행 등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부족한 내부 장악력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함 전 행장이 여전히 현직에 머물며 왕성한 외부활동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신임 은행장이 존재감과 영향력을 가지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 노조 역시 취임 때 큰 반대를 하지 않았지만 몇 가지 우려 사항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노사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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