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내 세금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째 공석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인사검증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인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유세 도입과 청년일자리 지원 등 급박한 재정현안을 앞두고 인사지연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는 잘못된 인선을 하는 것보다 지금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세제실장 유력 후보군은 기획재정부 내 행시 31~32회 고참급 국장(고위공무원 나급)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고위공무원 나급 승진 당시 국정원 신원조회, 청와대 검증을 통과한 정부 ‘공인’ 인사들이다.
하지만 ‘공인’ 인사들도 이번 검증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재산 부문을 원점에서부터 들여다보면서 과거보다 인사 문턱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살피는 등 검증이 결벽증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세제실장 유력 후보자로 알려진 인물까지도 까다로운 인사검증 관문을 통과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갖 지적에도 청와대가 검증의 고삐를 더욱 바싹 조이는 이유는 기재부 세제실장이 보유세 정책을 만드는 재정개혁특위 멤버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는 과거 종합부동산세 도입 때도 정권의 운명과 연관이 있을 정도로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아무리 정책을 잘 만들어도, 만든 사람에 문제가 있다면 정책 자체를 지적받을 수 있다.
여론과 야당의 높아진 검증수위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란 말도 나온다.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은 친족간 증여과정에서 합법적 세무처리를 두고 쪼개기 증여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주택자’ 꼬리표를 떼기 위해 자택을 동생에게 매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인사 5대원칙’을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여론의 높은 도덕성 요구를 수용하려면 다소 숨이 막히더라도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정부는 당초 1월 말이었던 재정개혁특위 구성을 두 차례 미룬 바 있다. 세제실장 인사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적 견해다.
한 정부관계자는 “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야당으로부터 인사 관련 거센 지적을 받았다”라며 “이제는 인수위가 없었다며 이유를 댈 수도 없기에 요직에 대해서는 계속 높은 인사검증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인사기준을 통해 참신한 인재가 발탁될 수도 있다”며 “과거처럼 경험과 연륜만으로는 세제실장 직위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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