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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체재의(量體裁衣)] 유증 왜 무서운가? 유류분반환청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까닭

 

'양체재의(量體裁衣)’란 일을 실제 상황이나 형편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입니다. 평소 법률과 정책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문병윤 변호사의 주장이 담긴 연재물이기도 합니다.  

 

(조세금융신문=문병윤 변호사) 2016년 대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58건에 불과하던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건수가 2015년에는 911건으로 늘었다. 2005년 즈음에 연간 약 50건씩 증가하던 속도도 2015년 즈음에는 연간 100건 이상이 됐으니 그 추세도 가파르다. 2016년도 이후까지 조사한 자료는 없는 모양이지만, ‘권리 찾기’의 성격이 강한 유류분반환청구의 특성상 그 가속도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유류분권이 피상속인(즉, 망자)의 처분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장자 상속 문화는 일정 정도 해소되어 상속에 차별도 없어졌으며, 유언에서 제외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생계수단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도 지금의 노령화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류분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가족간의 문제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적자치의 원리도 근거로 제시된다. 과연, 유류분은 그 사명을 다한 것일까.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전남 지역에 여러 필지의 전답을 가지고 있던 A씨는 사망하기 전 몇 년 동안 자신을 돌보아준 딸들에게 전답을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A씨에게는 장남이 있지만 1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에 자주 부친을 뵐 수 없었던 것. 그런데 A씨가 사망한 후 상속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딸들은 모든 전답이 장남 명의로 등기가 되어버린 사실을 발견했다. 등기원인은 바로 유증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상속, 유류분 반환에 관해


[민법 제5편 상속]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상속’, 제2장은 ‘유언’, 제3장은 ‘유류분’이다. 상속편에 유언이 포함되어 있는 구성 때문에 유언도 상속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유언은 오히려 상속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의 재산은 상속인들의 공동소유(공유)가 된다. 상속인들은 공유인 재산을 자유롭게 협의해서 나눠가지면 되는데, 누군가 욕심을 내는 바람에 협의에 실패하면 그때는 법률이 정한 상속지분에 따르게 된다. 이 상속절차는 전적으로 상속인들의 자유이거나 법률에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피상속인이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그렇다면 피상속인은 자신의 재산에 대해 아무런 처분권한도 없는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바로 유언이다. 상속이 신분관계(망자의 배우자 또는 자녀 등)만으로 당연히 발생하는 반면, 유언은 유언자와 유언 상대방과의 ‘계약’이다.

 

그 계약을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이라고 하며, 유증은 순서상 상속에 앞선다(‘유증’은 유언자가 사망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증여’와 구분되는데, 세법은 더욱 정확하게 증여의 상대방은 ‘수증자’, 유증의 상대방은 ‘수유자’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유증은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이 상속인으로 제한되지 않고(법인도 가능해 기부에 자주 활용된다), 조건을 붙일 수 있으며(예를 들어 망자의 사후 제사를 모시는 조건), 일반 계약 법리에 따라 착오, 사기 또는 강박을 원인으로 한 취소가 가능하다.


다만, 유증은 계약의 효력 발생시 일방 당사자가 이미 사망해버리기 때문에 위조·변조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그래서 [민법]은 엄격한 방식을 거친 유언의 효력만 인정한다. 이를 ‘요식행위(형식을 필요로 하는 행위)’라 하는데,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법원의 검증을 별도로 거칠 필요가 없고 공증인이 곧바로 유언집행자가 되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물론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피상속인이 이러한 요식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갖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피상속인은 언제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기존의 유언내용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식행위는 그 내용을 바꾸기 위해서도 요식행위를 다시 거쳐야 한다. 마치 아파트의 소유자가 바뀌면 등기를 다시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위에 언급한 사례에서 A씨는 10년 전 장남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전답을 장남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지난 10년 동안 A씨의 생각은 많이 바뀌어 딸들에게도 전답을 나눠주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공정증서를 다시 작성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이 확인하고 작성하는 것이기에 착오, 사기, 강박 등에 따른 취소 주장도 거의 불가능하다.


유언의 효력과 유류분권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권리가 바로 유류분권이다.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유언의 특성 때문에 피상속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유산을 전혀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상속인들은 오직 유류분권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라면 유류분권은 피상속인의 처분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유류분권이 피상속인의 처분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특정 상속인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산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비중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조사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문제다.

 

오히려 노령화로 인해 치매 인구가 늘어날수록 피상속인의 처분의사에 대한 다툼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치매환자를 대상으로는 공정증서조차도 그 진의 여부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공증인은 ‘진위(眞僞)’는 가리지만 ‘진의(眞意)’를 담보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유류분권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바로 유언의 강력함 때문이다. 유언이 형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효력을 부인당하면, 법정상속으로 가기 때문에 형평의 관념에 반할 여지는 적다. 오히려 공정증서처럼 형식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 유언의 경직성이 더욱 심해진다.

 

피상속인의 생각이 바뀔 때마다 들여야 할 시간과 비용 때문에 공증을 자주 바꿀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블록체인과 같은 획기적인 위변조 방지기술이 도입되어 [민법]에 반영되지 않는 한 유언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유류분의 효용은 계속될 것이다.


[프로필] 문 병 윤
•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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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주류업계 긴장시킨 ‘쌍벌제’, ‘毒’이 아닌 ‘藥’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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