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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가칼럼]기업문화를 경직시키는 5가지 요소(1) : 회식 강요

기업문화 패러다임의 변화(7) : 강요에서 존중으로

 

<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김철영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여러분의 회식에는 과연 ‘소통’이 있습니까?

‘이번 연말에는 과음하지 않게 하소서!’ 연말을 맞이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기도입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회식 자리에서 과음을 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특히 회사에서 주최하는 부서 또는 본부 단위의 회식 자리는 그야말로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미투’ 열풍의 영향으로 음주를 강요하는 회식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연말 회식’까지 피해가긴 어려워 보입니다.

 

도대체 회사에서는 왜 이렇게 회식에 집착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대화와 토론 문화가 발달한 서구에서는 굳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직적인 문화가 팽배한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술’이 주는 느슨함을 이용해서 직원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들의 회식에는 과연 진정한 ‘소통’이 있을까요? 소통이 있지만, 그 소통은 상사만이 누릴 수 있는 ‘일방통행’에 불과합니다. 상사는 회식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지만 부하직원들은 술자리에서조차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게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회식의 착시효과

 

앞서도 말했지만, 술은 일시적으로나마 긴장을 해소시켜 분위기를 들뜨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의 일터는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고강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곳입니다.

 

사람이 늘 긴장하고 있다 보면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기에 회사 입장에선 이런 긴장상태를 풀어줘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술’입니다. 술은 고강도 긴장상태에서 벗어나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회식에 집착하게 되어 구성원들에게 회식 참석을 강요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회식에 대한 ‘착시효과’에 불과합니다.

회식의 분위기가 아무리 즐겁고 유쾌해도 술의 힘을 빌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건 오직 상사뿐이기 때문입니다. 정작 부하 직원들에겐 그런 자유가 제한됩니다.

 

부하 직원들에겐 회식 자리에서도 상사의 잔소리와 넋두리를 들어야 할 의무만 존재합니다.

설령 부하 직원에게도 속 시원하게 평소의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되더라도 그 말을 한 이후의 ‘안전’은 결코 보장되지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터놓고 얘기하지만 듣는 사람인 상사의 입장에선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마음에 불편함이 남는 법이죠. 그래서 그 말을 했던 부하 직원은 언젠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이런 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리 회식 자리라 할지라도 섣불리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회식은 상사에겐 ‘착시효과’가 주는 만족감에 취해 있는 시간이지만, 부하 직원에겐 상사의 넋두리나 들어야 하는 비생산적인 시간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소통의 장이 되기는커녕 숙취와 피로만 남기는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술’이 아닌 ‘관계’에 집중할 때 조직은 살아납니다.

술이 주는 폐해를 알면서도 우리가 직장에서 술에 집착하는 이유는 상대방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갈망 때문입니다. 아무리 큰 조직이라도 기본적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뼈대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관계’란 일의 승패와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므로 우리는 술을 통해서라도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조직의 리더는 회식을 통해 구성원 간의 관계가 좋아져 팀워크가 향상되기를 원하고, 영업을 하는 이들은 접대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잘 형성해 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기를 기대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술잔을 드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관계 형성’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가 아니라 ‘술’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상황과 동일합니다. “뭣이 중헌디”라고 했던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우리는 술과 관계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술은 관계를 깊게 해주는 보조수단일 뿐입니다. 따라서 술이 아닌 ‘관계’에 집중해야 구성원 사이의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조직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탁월한 기업들은 구성원과 리더 사이 그리고 구성원 사이의 열린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그들은 ‘관계의 질’을 높여 나갑니다. 관계의 질이 높다는 건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일수록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언제든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실리콘밸리에 있는 어도비사는 책상과 책상 사이의 칸막이 대신 높이가 낮은 화이트보드를 설치해서 언제든지 옆에 있는 동료와 화이트보드를 활용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포털기업 네이버는 사옥인 그린팩토리 각 층의 입구마다 커뮤니케이션 및 공용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가게 함으로써 더 많은 만남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죠. 이처럼 일류 기업들은 구성원과 리더 사이에 그리고 구성원 사이에 언제든지 툭 터놓고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 자체가 열린 소통의 본질은 아닙니다. 국내의 어느 기업에서도 이런 환경을 제공했지만 구성원은 데스크톱 컴퓨터의 본체를 칸막이처럼 세워서 스스로 벽을 쌓아 버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환경 조성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구성원의 마음이 열려야 진짜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성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리더의 자세입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마음을 헤아리고 먼저 다가가는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자세는 구성원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옵니다.

 

구성원 역시 리더의 진정성이 느껴져야 리더를 신뢰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즉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존중과 신뢰가 쌓여야 합니다. 술은 이런 과정을 조금이나마 축소시켜 주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올 연말, ‘술’ 대신 ‘소통’이 있는 모임을!

 

올 연말, 연일 계속되는 술 중심의 회식이나 모임 대신, 진정한 소통이 있는 자리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최근에는 저녁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을 활용한 회식이나 뮤지컬 등을 관람하는 문화 회식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지만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리더들은 회식의 ‘형식’을 고민하기보다는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리더는 회식을 강요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김철영 대표의 저서 ‘직원존중 주식회사’에서 발췌, 수정한 것입니다.)

 

<다음편에 계속>

 

[프로필] 김 철 영

• 콘텐츠 연구소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와 노사관계 담당

• 저서 ‘관계를 마시다’ ‘살며 사랑하며 글쓰며(공저)’

• LG그룹,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조직문화와 팀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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