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회

[전문가칼럼]기업문화를 경직시키는 5가지 요소(2) : 직장내 성희롱

기업문화 패러다임의 변화(8) : 강요에서 존중으로

<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김철영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조직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요소

 

2014년, 세계 최고의 가구기업 ‘이케아’의 상륙을 앞두고 국내의 가구 회사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북유럽풍의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을 자랑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이케아의 상륙은 우리나라의 가구업체들을 고사시킬 거라는 게 당시의 지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국내 최고의 가구 기업인 O사와의 경쟁은 서로의 생사를 건 피할 수 없는 승부처럼 보였습니다.

 

이케아의 국내 상륙 이후 1년이 지났을 무렵 모두의 우려와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케아는 모두의 예상대로 눈부신 실적을 거두었고, 국내 최고의 가구 기업인 O사 역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30% 이상 증가시키는 기염을 토한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세계 최고의 가구 공룡의 공격도 무사히 이겨낸 O사의 이미지는 내부에서 터진 ‘성범죄’로 인하여 하염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O사에 입사한 어느 여직원이 신입사원 교육 도중 남자 동기와 교육 담당 직원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여성은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고소했지만 O사의 인사팀장은 그녀를 도와주기는커녕 고소 취하를 종용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리조트로 불러 성폭행을 시도하려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일을 온라인 게시판에 폭로했고 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이후 O사의 매출은 반토막이 나버립니다. O사는 세계 최고 기업의 공격도 이겨냈지만 자사 여직원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 셈입니다.

 

이처럼 조직 내부에 여성 직원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기업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되었습니다. 조직 내부의 성범죄를 외부로 알릴 방법이 거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기업 내부의 사정이 SNS 등으로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해당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제 기업의 미래는 ‘여성 존중’에 달려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업이 여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그 기업 브랜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곧 기업의 미래가 여성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에선 이미 오래 전에 구매 결정권이 여성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은 이런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글로벌 다양성 총괄 책임자를 맡았던 그웬 휴스턴의 말은 여성이 주도하는 시대에 기업이 처한 모순을 말해 줍니다.

 

“가전제품을 살 때 의사결정권의 85%는 여성에게 달려 있습니다. 550억 달러(약 60조 원) 시장을 여성이 좌지우지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가전 회사 경영진을 보면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에도 못 미칩니다.” 1)

 

1) 고란, 여성이 고객인 가전사, 경영은 남성…아이러니 아닌가, 중앙일보, 2013.3.8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성 직원 및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려 나가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는 곧 기업 내부에 ‘여성 존중’의 조직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앞으로 기업의 미래는 ‘여성 존중’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 존중’의 첫 걸음 ‘성희롱 방지 매뉴얼’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여성 존중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기업문화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건 성희롱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 성희롱 등의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피해 여성이 상처만 입은 채 퇴사하는 걸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조직 내에서 여성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는 조직 내 성범죄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한 매뉴얼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다행히 미투(Me Too) 열풍이 불고 난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기업이 이러한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매뉴얼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소규모 기업의 경우에는 이런 매뉴얼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성범죄 사건은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성격상 절대로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철저하게 인식시켜 나가야 합니다.

 

특히 2018년 5월 29일부터 개정, 적용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사업주에게 성희롱 예방 교육의 내용을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장소에 항상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널리 알리도록 하고 있으며(제13조 3항),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하고 있습니다.

 

성희롱 방지 매뉴얼 작성 방법

 

매뉴얼에는 세 가지의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성희롱에 대한 ‘예방’, 성희롱 사건이 터졌을 때의 ‘대응’ 그리고 성희롱을 막겠다는 조직의 ‘의지’가 담겨 있어야만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예방’은 어떤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현재 법원에서는 성희롱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현실에서의 성희롱이 단순한 강요나 명백한 추행 등으로 나타나기보다는 미묘한 상호 관계 속에서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2)

 

2) 무타 카즈에,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나름북스, 2015, p.34

 

한마디로 판에 박힌 듯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매뉴얼에 성희롱에 해당될 수 있는 사례들을 충분히 예시해야 합니다. 특히 성희롱의 판단 기준이 ‘피해자’의 관점에 달려 있음을 강조해야 합니다.

 

또한 ‘대응’은 조직 내의 각 주체별로 행동 지침을 마련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업주는 대표이사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법인 사업자의 경우 ‘법인’ 자체가 사업주가 됩니다. 대표이사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상급자’에 해당하는 일종의 관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뉴얼에는 사업주와 관리자의 역할이 명백히 규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 주변의 동료들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나와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희롱 방지 매뉴얼에는 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의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조직의 의지는 성희롱 사건이 터졌을 때 가해자가 받는 징계의 수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 해고를 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만큼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담당자의 지정과 간결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절차를 통해 구성원이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김철영 대표의 저서 ‘직원존중 주식회사’를 참조해 주세요)

 

<다음편에 계속>

 

[프로필] 김 철 영

• 콘텐츠 연구소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와 노사관계 담당

• 저서 ‘관계를 마시다’ ‘살며 사랑하며 글쓰며(공저)’

• LG그룹,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조직문화와 팀워크 등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인터뷰]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권역별 회원 교육에 초점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지난해 6월 총회 선임으로 회장직을 맡은 후 이제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 회장은 회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방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서울 전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인근 지역세무사회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에 치러질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으로 임기를 조정해 본회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다른 모든 지방세무사회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임원의 임기 조정을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기 조정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임채수 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 중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 서울지방세무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회장님께서 국세청과 세무사로서의 길을 걸어오셨고 지난 1년 동안 서울지방세무사회장으로서 활약하셨는데 지금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A. 저는 1957년에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의 배고픈 기억에 지금도 밥을 남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