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지난 세기 위대한 여행자(un grand voyageur des siecles passes)’ 말벡(Malbec). 문장이 다소 거창하지만, 별로 내세울 것 없는 포도품종 이야기다. 말벡은 원래 프랑스 서남부 까오르(Cahors) 지방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의견으로 유럽 발칸반도 북서부, 슬로베니 아가 원산지라는 설도 있다. 명칭도 각 지역마다 다르다.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꼬’ 또는 ‘프레삭’, ‘오세루아’라고 부른다. 잘 알려진 이름 ‘말벡’은 보르도에서 주로 사용한다. 복잡하기만 할 뿐,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이 포도품종은 카르메네르와 함께 블렌딩용으로 많이 사용됐다. 가장 큰 특징인 ‘껍질이 두껍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곧 타닌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말벡 와인은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와인에 비해 힘이 세고, 컬러도 진하다. 구조감 또한 단단하다 보니 다른 품종의 맛을 중화시키는 보조 역할에 충실하다. 다만 까오르 원산지 통제명칭(AOC)을 표기하려면, 법적으로 말벡을 최소 70% 이상 사용해야 가능하다. ‘에올로 말벡’은 바람 신의 선물 말벡 품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와인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와인메이커 세계에서는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타이밍’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와인은 적당히 숙성되었을 때 맛과 향이 가장 좋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인간의 삶과 비슷해 보인다. 가을철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가 끝난 와인은 일단 병에 담긴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서 맛과 향이 서서히 변한다. 이는 다량의 무기물질 성분과 박테리아, 알코올, 산, 타닌 등이 뒤섞여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와인은 지속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제 맛을 한껏 뽐내고 나서는 서서히 퇴화되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물론 와인은 숙성 외에도 포도품종이나 토양, 수확연도에 따라 맛과 향이 상당히 다르지만 그건 와인메이커의 몫이다. 일단 와인이 병입되고 소비자 손으로 넘어오면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생명의 순간이 극명하게 갈린다. 온도와 습도, 진동과 빛 차단 등 최적의 조건이 와인의 ‘수명’이나 ‘최고 절정’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랑크뤼 등급 셀러보관 필수 그 중에서도 와인은 온도에 가장 민감한 반응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겨울, 2월엔 많은 눈이 자주 내린다. 계절의 끝 무렵, 동장군이 막판 호기를 부리는 듯하다. 4일간의 긴 연휴가 낀 이번 설날엔 떡국이나 갈비찜, 전 등 명절음식을 안주 삼아 ‘와인타임’ 즐기는 건 어떨까. 짙은 루비컬러 혹은 풀바디 와인이 그리운 시간이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음식과 함께 먹는 술이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기 위해 와인을 마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마리아주(marriage)’ 이야기다. 프랑스어로 ‘결혼’을 의미하는 마리아주의 절대 원칙은 ‘음식과 와인의 완벽한 조화는 없다’이다. 두 성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각과 감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대목이다. 다만 그동안 경험을 감안해볼 때 붉은색 육류의 단백질과 레드 와인의 타닌 성분이 조화를 이루면 좀 더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 이때도 타닌을 부드럽게 하는 요소로 고기보다는 고기 속에 함유된 염분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비찜엔 카베르네 소비뇽 화이트 와인 역시 생선지방과 어우러져 입안 금속성 맛을 오래 유지하는 등 조화를 이룬다는 것. 그러나 이 또한 일반적이지는 않다. 실제 피노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요즘 해외 와이너리 투어가 인기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 계절인 호주 이야기다. 꼭 와인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혼자 떠나기도 하고, 친구나 가족 등 삼삼오오 그룹 지어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곳에 가면 시원스럽게 펼쳐진 포도밭 풍광과 테이스팅 룸, 전설 같은 와인메이커의 숨은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르도나 부르고뉴는 물론 미국 나파밸리, 호주 애들레이드에서는 국가 관광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와이너리 측에서는 방문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고, 자사 제품 애호가로 유인할 수 있어 두 팔 벌려 반기는 추세다. 실제 테이스팅용 와인의 경우 무료로 제공하거나, 별도의 마진 없이 실비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와이너리 투어 ‘사방에 복병’ 그러나 와이너리 투어는 사방에 복병이 깔려있다. 대부분 사전예약이 필수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방문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관광객 발걸음 소리에 포도나무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품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리 지르지 말고, 천천히 걸을 것’을 조건으로 예약 받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조용히 하시오’, ‘신발을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천차만별 ‘와인 가격’ 이해하기 와인 가격은 그 종류만큼이나 천차만별이다. 한 병에 몇천 만원하는 프랑스 최고급 와인이 있는가 하면, 할인 마트에 가보면 똑같은 750밀리리터 용량인데도 단돈 몇 천원이면 얼마든지 구입 가능한 저렴한 와인도 널려있다. 왜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일까. 과연 와인 맛도 100배, 1000배의 가격 차이만큼 좋고 맛있을까. 그 답은 ‘전혀 아니오’이다. 오히려 와인 초보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이 낮은 ‘마트 와인’이 달착지근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에 더 맞을 수도 있다는 것. 가격이 비쌀수록 장기 숙성용이 많아 오픈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떫고 신맛이 강한 경우가 많다. 시중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예로 들어 와인 가격 편차와 그 원인을 알아봤다. 몇 해 전 설 명절. 서울시내 모 백화점에서 한 병에 1600만원이나 하는 와인 선물 세트를 출시했다. 그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샤또 페트뤼스(Chateau Petrus)’.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강 오른쪽(우완)에 위치한 ‘포므롤(Pomerol)’ 지방 와인이다. 부드럽고 온화한 맛의 메를로(Merlot) 포도 품종을 사용했다.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경상도 사나이’는 1960년대 장안의 화제가 됐던 영화 제목이다. 언론사 기자 초년생의 어설픈 러브 스토리를 다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반전 상황, 즉 애틋한 속마음을 담아 애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목이다. 와인 모임에서도 ‘쉬라가 최고’라고 고백하는 경상도 사나이들이 많다. 웬만해서는 호불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지역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와인 사랑에는 평소와 전혀 다르고 약한 모습이다. 그들은 왜 이구동성으로 쉬라 칭송에 나섰을까. 그 답은 ‘매우 강렬함’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론지방에서 호주로 건너가 ‘쉬라즈’로 이름이 바뀐 ‘쉬라’는 컬러와 맛, 향이 매우 강한 포도품종이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조금만 집중하면 바이올렛 혹은 강한 후추향을 단박에 잡을수 있다. 한마디로 ‘강렬하고 야생적인 분위기의 남성 와인’으로 볼 수 있다. 알코올 도수도 다소 높아 주량이 상당한 애주가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DNA를 분석해보면 둘 다 늦게 수확하는 만생종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름이 다른 이들두 종류의 포도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쉬라에서는 강한 산미와 후추 등 매
남서 태평양 끝자락, 뉴질랜드. ‘청정 대자연’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해 1년 내내 관광객 발걸음이 분주하다. 특히 남반구에 위치, 우리나라 계절과 정반대이다 보니 한여름에 스키 여행을 떠나는 등 이색 체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그러나 요즘 뉴질랜드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이슈는 와인 산업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이 유럽 전 지역은 물론 아시아권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덩달아 포도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신세계 와인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뉴질랜드는 와인 후진국에 속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용 와인만 생산, 외부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를 선봉으로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 주요 와인 생산지는 크게 북섬[호크스 베이(Hawke's Bay), 기스본(Gisborne), 오클랜드(Oakland), 황거레이(Whangarei)]과 남섬[말보로(Marlborough), 넬슨(Nelson), 크라 이스트처치(Christchurch)] 두 곳을 중
프랑스에 와인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술이 대표적일까. 한국의 전통주 뿌리는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집집마다 술맛과 향기가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생쌀가루를 뭉쳐 만든 떡누룩(병국)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향이 강하고 깊은 맛을 낸다. 찐 쌀에 배양한 곰팡이를 뿌려 만든 일본식 흩임누룩(산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손맛과 재료, 환경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다 보니 집집마다 맛도 다르다. 된장이나 간장, 김치 맛이 서로 다른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전통주 복원 외길을 걸어온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얼마 전 우리 술 브랜드 ‘세상만사’ 를 선보였다. 고유의 전통 양주기술과 밀 누룩을 주원료로 만든 이 술은 100일간 발효 숙성시킨 순곡 청주와 순곡 탁주 두 종류가 생산된다. 알코올 도수는 각각 15%, 13%. 멥쌀과 찹쌀, 전통 누룩을 주원료로 사용했다. ‘청산별곡’ 송순의 맛과 향 가득 특히 어떠한 식품첨가물이나 보존제 등 일체의 인위적 조작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발효에 의한 맛과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산화방지제를 사용하는 와인과 달리 음주에 따른 숙취가 전혀 없다는 것이 박
덥다. 장마가 지나고 나니 연일 폭염이 이어진다. 고층건물 복사열과 대로변 아스팔트 길 등으로 나타난 도심 열섬 현상에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쉬운 계절이다. 이런 날에는 아이스버킷에서 칠링된 상큼한 화이트 와인 이나 로제 와인이 간절하다. 문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 이름조차 외우기 어렵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과연 어떤 와인을 마셔야이 더위에 ‘여름사냥’이 가능할까. ‘요즘 마시기 좋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수입업체 몇 곳에 전화를 돌렸다. “화이트 와인이 다 그렇지만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서브 온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보통 적정 온도는 섭씨 8~10도이지만, 일부 가벼운 와인의 경우 좀 더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아요. 그렇게 해야 풍부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산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거든요” 요리사 출신인 한남동 ‘수마린’ 박순석 소믈리에의 설명이다. 화이트 와인 품종 중에서도 신선함과 상큼한 느낌을 주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먼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품질을 자랑한다. 그 중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
애들레이드(Adelaide) 시내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 남호주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에 위치한 몰리두커(Mollydooker)는 부티크 와이너리(boutique winery)다. 고품질 소량 생산체제 유지는 물론, 와인을 마시면서 영화 속 이국적인 멋진 풍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와인 매니아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와이너리를 방문한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할 겁니다. 원한다면 숙소도 소개하고, 양조과정과 와인 철학에 대해 알려주고 싶군요.” 몰리두커 와이너리 오너 ‘사라 마르퀴 즈(Sarah Marquis)’의 장담이다. ‘몰리두커가 사라지다’ 와인 사건으로 주목받다 몰리두커는 2005년 첫 빈티지(Vintage)를 생산하고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몰리두커는 와인 전량을 미국에 수출했다. 12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최고급 와인 ‘벨벳 글로브(Velvet Glove)’가 컬트 반열에 올라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는 총생 산량 절반만 미국에 수출하고 나머지 30%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20%는 호주 국내에 판매 하고 있다. 그간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