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서울 강남 청담동에서 레스토랑과 웨딩홀, 화장품 판매업체 등을 운영하는 신모씨는 지난 2009년 척추전문병원인 W병원 회장 이모씨의 아내 김모씨와 공동으로 ‘아니베’라는 부동산개발 회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신한은행으로부터 총 234억6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신씨가 담보를 제공하고, 김씨의 남편 이씨가 연대보증을 섰다.
그런데 김씨는 2012년 돌연 사업 포기를 선언했고, 김씨 부부는 신씨에게 이씨의 연대보증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신씨는 담보로 설정한 부동산(레스토랑, 웨딩홀 등)이 경매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대출금에 대한 6개월 치 이자와 사업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에 20억원의 추가대출을 요청했지만 대출금이 많다는 이유로 본점에서 거절당했다.
그러자 당시 청담역지점 지점장이었던 고씨는 연대보증인 지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이씨에게 15억원을 대출해준 뒤 이씨의 돈 5억원을 보태 총 20억원을 신씨에게 빌려주도록 중간에서 다리를 놨다.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에서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사금융을 통한 금전대부, 채무보증 또는 인수를 하거나 이를 알선할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고씨는 또 신씨에게 백지 계약서를 받아 금리와 만기일, 인수하는 채무범위 등을 임의로 작성해 ‘채무인수약정서‘ 및 ‘여신거래조건변경 추가약정서’ 등을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은행 전산단말기를 이용해 신씨와 이씨 간의 사금융 알선하는 기간 중에 발생한 2개월 동안의 연체이차 이자 7억2000여만원을 신씨의 계좌에서 몰래 빼내 신한은행에 부당이득을 안겨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은행권 최초의 부동산 컨설턴트로 알려진 고씨는 강연·방송 쪽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스타 금융인’이다. ‘재테크 부동산을 잡아야 돈 번다’, ‘대한민국 집테크’, ‘강남부자들’, ‘경매부자들’ 등의 저서를 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고씨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 측은 약 보름 뒤인 1월 27일 정기인사에서 고씨를 요직인 신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개인자산관리)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으로 발령냈다는 점이다. 프리빌리지 서울센터는 신한 PWM센터에서 관리하는 고액자산가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고객을 모아서 관리하는 곳이다.
또 신한은행은 고씨의 형사재판에 은행 법무대리를 맡고 있는 대형로펌의 변호사를 붙여줬다. 현행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에게 인사 조치는커녕 도리어 특별대우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고씨는 지난 8월 1심에서 ‘사금융 알선’ 혐의가 인정돼 500만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문서 위조’, ‘컴퓨터 사용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신씨가 일부 서류에 대한 서명을 김씨와 당시 청담역지점 부지점장에게 위임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 측은 강력 반발하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씨가 조용병 행장과 동향(충청권) 출신의 최측근이어서 신한은행이 고씨를 감싸고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올해 초 고씨는 동부이촌점 지점장에서 핵심보직인 신한 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조 행장이 직접 인사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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