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정부 내부에서 국민연금 공공투자 추진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핵심공약이라는 이유로 이를 숨겨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6월에도 국민연금을 공공시설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용역 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후 또 다시 드러난 사실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작년 12월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사회서비스 인프라 투자’라는 제목의 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더민주가 총선공약으로 발표하자 이 보고서를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6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연금공공투자 특별위원회(위원장, 박광온)가 입수한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차원에서 이미 비시장유통형(non-marketable) 국채 매입방식의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복지투자) 확대를 검토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시장유통형 국채매입 방식의 공공투자(복지투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정책인 ‘국민연금 공공투자’와 동일한 것으로서, 공단의 내부 보고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 특위 주장이다.
특히 2011년 ‘국민연금 복지사업 추진방향 정립을 위한 연구’, 2013년 ‘국민연금 국내채권 투자방식에 대한 정책대안 연구’라는 보고서에는 문형표 이사장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가 대거 참여하여 작성했다. 현재 이들은 정부입장을 대변하며 국민연금 공공투자 반대로 돌아섰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경우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공공투자정책이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는 2011년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수년 사이에 공공투자에 대한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정치적 이유로 본래 입장과 다른 주장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2011년 문 이사장이 작성한 ‘국민연금 복지사업 추진방향 정립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충족을 위해 국민연금기금 복지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구체적 투자분야로서 국공립 수준의 보육시설 운영 등의 사업을 제안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투자 방식으로서, 국민연금 기금이 향후 유동성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복지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으며, 채권매입과 같은 간접 투자 방식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방식이다.
채권매입, 특히 국고채권 이상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투자 방식일 경우, 투자 규모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공투자(복지투자)를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요지로 실제로 스웨덴의 경우 이러한 방식으로 연기금 공공투자(복지투자)가 이루어져 양질의 주택 대량 공급 등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2013년 작성된 ‘국민연금 국내채권 투자방식에 대한 정책대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공공투자용 국채는 시장유통을 금지함으로써 국민연금기금의 과도한 채권시장 지배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연금공공투자 특위는 “문형표 이사장이 효과적인 저출산 정책을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반대한 것이라면 학자로서의 도덕성과 국민연금 기관장으로서의 기본적 책임성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입장을 바꾼 문 이사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연금 공공투자가 저출산 극복의 효과적인 대안임을 정부기관도 인정했기 때문에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문형표 KDI 연구원(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공동 작성(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 발주)한 2011년 보고서는 2012년 3월 발행 직후부터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어 특정이유로 보고서를 숨겨 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고 해명했다.
이어 “보고서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국민연금회관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연금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이나 채권 매입 형태의 간접적 복지투자사업 등 현행 체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국민연금 복지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 그리고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되 기금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고 통한 손실보전확보대책 사전 마련 등을 검토한 것으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방안을 연구한 보고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13년 보고서인 ‘국민연금 국내채권 투자방식에 대한 정책대안 연구’에는 연구자로 전혀 참여한 바 없다”며 “2011년 보고서 작성 당시에도 해외 주요 공적연금(CalPERS, TSP 등)의 사례들을 기술적으로 조사하는 역할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1년 및 2013년 보고서 작성 당시와 달리 정부 입장을 대변하여 공공투자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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