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 세무조사에 불복하는 납세자에게 세금을 돌려주면 부실과세, 안 돌려주면 납세자 경시라는 정치권의 엇갈린 지적에 대해 현실을 무시한 지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세청이 정말 조사를 잘못해서 돌려주는 건도 있지만, 납세자가 대형로펌을 동원해 교묘히 법망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기에 함부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A의원은 조세심판원에 제기된 전체 세무조사 불복건수(심판청구) 중 납세자에게 세금을 돌려준 건수의 비중(인용률)이 2008년에 26.5%에서 2009년 8월 18.6%로 크게 낮아졌다며 “국민의 권리구제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2013년 국정감사에서 B의원은 조세심판원 불복건수 중 세금을 돌려준 건수의 비중이 41.7%나 올라가자 “일단 과세해놓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라며 국세청의 부실조사를 비판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해석이 또 바뀐다.
C의원은 국세청에 접수된 세무조사 불복건(심사청구) 중 납세자가 이긴 비중은 2010년 20.1%에서 2014년 상반기 18.9%로 낮아지자 이번엔 국세청이 납세자권리보호에 소홀했다며 “조세불복에 대해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오락가락 기준은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2017년 국감에서 D의원은 행정절차를 통해 세무조사에 불복하는 납세자에게 추징금을 돌려준 비중은 국세청은 25.6%, 조세심판원은 24.0%라며, 조세심판원에 넘어간 건은 국세청이 납세자의 불복을 수용하지 않은 건이 40%가 넘는다며 국세청이 부당한 과세를 스스로 인정하라고 질타했다.
반면 E의원은 올해 F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 2015년 이후 세무조사 불복건에서 추징금을 돌려준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과세품질이 양호한 만큼 적정한 과세를 했다는 의미”라고 칭찬했다.
세무조사 추징금은 납세자의 실수 또는 고의로 덜 낸 세금을 국세청 조사에 의해 추징한 돈을 말한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실수든 고의든 대체로 세금을 덜 내고 싶기 때문에 때로는 불법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이러한 탈세 또는 오납을 막기 위해 세무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이 무리한 세무조사로 억울한 세금을 거뒀거나 거꾸로 교활한 납세자에 의해 세금을 덜 거두거나 못 거둘 수도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인용률이 높으면 국세청이 부과하지 말아야 할 세금을 부과했거나, 교활한 수법을 통해 빠져나간 세금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며 “국세청 세무조사 오류가 줄어들면 들수록 인용률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 때마다 정치권이 지적은 하고 있지만, 세무조사 인용률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떤 사람은 인용률이 10%만 되도 정말 국세청에 문제 많다고 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국세청 잘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이러한 국감 지적들이 중요한 건 이러한 지적이 제기되면 국세청이 자체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이전보다 분명히 나아지는 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불복청구를 담당하는 현직 심판관의 입장은 달랐다.
안창남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현 강남대 교수)은 “불복건 중에는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도 있고, 역으로 납세자가 법망을 비켜나간 건도 있다”며 “인용률에는 이 둘 다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납세자 보호다, 무리한 세무조사다’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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