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내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은행권 조기도입 문제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국회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달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제한된다. 특례업종도 26종에서 5종으로 대폭 축소됐고 금융업 역시 이번 개정을 통해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기존 특례업종에 해당했던 사업군은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가진 후 개정안을 적용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모든 은행은 내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은 정부와 노동계 등으로부터 유예기간을 적용하지 않는 조기도입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김영주 고용노동주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 관련 은행업종 간담회’를 통해 은행 경영진들에게 “내년 7월에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은행권에서 법적 시행 이전부터 선도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은행권의 선도적 경험이 다른 업종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측 역시 지난 15일까지 4차례 열린 산별교섭 과정에서 주 52시간 근로 조기도입을 17개 은행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별교섭은 최종 결렬 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된 상태다.
현재까지 주 52시간 근로제도 도입을 확정한 은행은 IBK기업은행과 부산은행 단 두 곳이다. 기업은행은 이달부터 전 영업점에 ‘IBK런치타임’(PC오프제)을 도입하는 등 근무 시간 단축을 대비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부산은행 역시 이달부터 ‘조기퇴근제’를 도입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타 시중은행들은 현재 조기 도입 여부 및 시행 시기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각 은행들은 일반 영업점에 대해서는 조기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측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PC오프제를 도입해 야간근무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며 “근로시간이 상당부분 축소돼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측 역시 “유연근무제 시행 등으로 인해 일반 영업점 직원들이 주간 근로 시간이 52시간을 넘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근무 시간이 불규칙적인 일부 부서에 대한 운영 방침 문제다. 24시간 운영되는 IT관련 부서와 국제금융부서 등의 경우 업무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주말에 운영되는 일부 영업점 역시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측 관계자는 “영업점의 경우 조기도입이 문제되지 않겠지만 해외 관련 부서나 업무량이 많은 부서들은 교대 근무와 같은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역시 “24시간 운용되는 부서들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들은 현재 부서별 업무특성과 인력 등의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TF를 통해 특수부서 현황 파악과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방안 마련 등을 진행 중”이라며 “각 부서별로도 자체적으로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다른 은행들의 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어 정확한 도입 시기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기 도입하는 은행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수정, 보완 등을 거친 후 시범 운영 등의 형태로 조속히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정 중에 있는 산별 교섭도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부서별 준비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산별 교섭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교섭 결과에 따라 대응 방안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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