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금융노조)이 사측에 ‘점심시간 동시사용’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고객과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반발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노조 측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사측과의 첫 산별교섭 때 점심시간 동시사용을 요구할 방침이다. 영업점 직원들이 교대로 점심을 먹는 기존 방식에서 특정 시간동안 은행영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노조 측은 “점심시간에 고객이 몰리는 특성상 직원들의 점심시간 1시간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모든 영업점 전 직원들이 동시에 점심시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점심시간 동시사용 준수를 위한 ‘PC일괄 오프제’ 시행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고객 및 내부 관계자들의 견해는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을 방문한 진수연(31·여·가명)씨는 “점심시간 이외에 은행을 방문할 시간이 없는데 점심시간에 영업을 하지 않으면 휴가나 반차를 쓸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KEB하나은행 서소문지점에서 만난 한명운(29·남)씨 역시 “평소 점심시간에 이용하려고 은행을 방문했다가 고객이 밀려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며 “한 시간 동안 업무를 하지 않으면 이러한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내부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중 하나인 A은행의 내부 관계자는 “아직 점심시간 동시 사용 요구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없지만 현재 영업 현실상 실현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업무의 비대면 사용이 늘었지만 여전히 직장인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점심시간대 영업점은 매우 붐비는 상황이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은행업무의 자동·전산화가 보다 발전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 B씨는 “영업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노조 측의 보여주기식 조치”라며 “각 직장마다 점심시간이 달라 영업 중단 시간을 조정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일부 대출 업무의 경우 30분이 넘는 시간을 한 고객에 사용할 정도로 영업시간 사용이 불규칙적이다”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감안하면서까지 사측이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노조는 지난달 29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5개 분야에 총 53개 항목으로 구성된 ‘2018년 산별중앙교섭 임금 및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5개 분야로는 ▲노동시간 단축 ▲노동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 ▲양극화 해소 ▲국책금융기관 노동개악 철폐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성과주의 강화 금지 등이 있으며 점심시간 동시사용 요구는 ‘노동시간 단축’ 분야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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