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시세(時勢)를 한자로 풀어보면 ‘특정 때의 형세’란 뜻이다. 그리고 ‘세(勢)’는 땅에 심은 초목(埶, 심을 예)이 뻗어나는 기세(力, 힘 력)를 본 땄다.
강남은 천수백년동안 그 시세가 번화했다는 기록이 없다. 그러다가 박정희 정부 들어와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고, 이 ‘세’에 편승한 사람들은 앉아서 떼부자가 됐다.
땅의 부(富)는 자다가 눈만 뜨면 곱절에 곱절을 거듭했다. 평범한 사람이 한 평생 일해서 벌 수 있는 수준을 아득하게 넘어섰고, 이 도착적인 부에 모두가 열광했다.
사람들은 ‘세’를 따라 너도 나도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모여들었고 개발의 수혜는 강남 등 특정지역에만 집중됐다.
진짜 맛을 본 사람들은 정권과 기업인, 관련 공무원, 자산가, 운이 좋았던 원주민 그리고 그들의 친척과 지인들뿐이었다.
이는 땅에 대한 정부차원의 일감몰아주기였다. 효율이란 명목으로 특정 지역에만 이익을 몰아준 기형의 ‘세’ 이자 개발특혜다.
‘억울하면 너도 강남에 집 사!’라는 말을 하기가 거북하다면, 그 사람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강남이 떳떳해지려면 말 돌릴 필요가 없다. 몰아주기로 형성된 부이니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내듯이 그 특혜의 극히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면 된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등을 추진 중이니 그 추이를 보고 이에 맞춰 내면 그뿐이다.
10년 전처럼 여론이 부자들이 낼 세금을 세금폭탄이라며 벌떼같이 옹호해주지도 않고 있고, 가계부채가 정점에 달하면서 부동산 신화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강남의 시세 역시 영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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