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제너럴모터스(GM)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가운데 협력업체를 비롯한 1만20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실직 위기에 내몰리면서 정부와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오는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한다. 군산공장은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 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한국 정부(산업은행)에 손을 벌리더라도 최소한의 자구 노력을 보이지 않고는 협조와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과거 GM의 해외 철수 사례와 최근 불거진 한국 철수론을 볼 때 군산공장 폐쇄를 단순 구조조정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GM이 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별다른 실직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가장 민감한 문제는 약 2000명에 이르는 공장 직원의 고용이다.
일단 한국GM이 경영정상화, 구조조정 차원에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만큼 기본적으로 2000명은 희망퇴직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GM은 군산공장뿐 아니라 모든 상무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군산공장 근로자를 비롯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며 “직업전환을 위한 지원책을 논의 중이며 타 지역공장으로의 전환 배치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군산공장 근로자들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도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군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도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연쇄 고용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또 GM이 이달 말까지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 노조의 임금 절감 합의 상황을 봐가며 철수를 포함한 추가 구조조정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업계에서는 GM이 직원들의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결정 외에 구체적인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에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라며 “근로자들의 실직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공장 폐쇄 결정부터 하는 것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직대책이 단순히 몇 개월 논의를 거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수천명의 근로자가 자동차 하나를 개발하고 생산하는데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공장 폐쇄 3개월을 남겨놓고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근로자들에 대한 실직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정부가 흔들릴 수 있다”며 “최근 정부가 일자리와 관련해서 많이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니까 GM에서 이를 볼모 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폐쇄 결정 이후에도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회사 측에서 자구 노력을 마련했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어서 철수를 하겠다는 명분이 생긴다”며 “GM이 애초에 한국시장을 살리려고 했으면 이윤이 났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성장을 도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더라도 GM이 국내에서 끝까지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보장이 없다”며 “사업 유지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있기 전까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말까지 한국GM 지원 여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4년간 한국GM 적자 규모가 약 3조원에 이르는 만큼 정부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선다면 산업은행의 지분율(17%)에 따라 최소한 5000억원 이상의 지출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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