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신뢰와 불신’ 기로에 선 과세행정

‘4차 혁명시대’ 국제조세의 딜레마 이젠 바꿔야 한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우리 과세행정은 불신이 지배하고 있다. 세무조사는 불투명하고, 부자가 약자보다 세율이 적은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매우 뜻깊은 토론회가 주최됐다. ‘조세개혁,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한 민주연구원(원장 김민석)과 한국조세연구포럼(학회장 구재이)은 양극화 심화라는 위기 속에 우리 과세제도와 행정이 ‘투명한 징수, 공정한 재분배’란 조세의 목적에서 이탈하는 조짐이 있다고 경고했다.


 바뀌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우리 과세행정이 나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


토론회의 키워드는 정의와 변화였다.
김민석 민주연구원 원장은 “소득불평등 시대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하지만, 재정이 충분치 않다”며 “우리 사회 불공평을 해소하며,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지려면 불공정한 조세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은 ‘조세정의와 소득재분배에 필요한 개혁방안, 국민을 위한 구체적인 세무행정 방안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 관계자들도 조세개혁의 필요성을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원내대표는 “조세개혁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보다 많은 복지, 보다 많은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힘주어 요청했다.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은 “계층별 세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조세정의와 소득재분배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조세개혁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학계와 시민단체, 당국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사회에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 좌장에 국세행정 개혁TF 단장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토론 패널에 김선택 한국 납세자연맹 회장, 김진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신승근 한국 산업기술대학교 교수, 박지웅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 양병수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이 참석했다.



부자가 행복한 나라? 부자만 행복한 나라!
과세구조가 부자에게 유리하도록 기울어져 있다. 과세기반이 미약하고 1차 소득분배 상황이 매우 악화돼 있고, 재분배 정도도 미약하다. 발제를 맡은 정세은 충남대 교수가 구 학회장과 공동연구한 ‘우리나라 조세재정·정책 방향과 조세개혁 방안’을 통해 우리 과세체계를 진단한 결과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작은 정부와 감세 등 신자유주의 경제체계를 추진했지만,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중앙은행은 금리 조정능력이 약해지고, 가계와 기업이 움츠러들면서 돈이 돌지 않게 된다.


민간은 이러한 위험을 피해 혁신을 통한 투자와 고용을 꺼리므로 정부가 앞장설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장기적 재정정책을 감당할 재정확충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조세환경은 이러한 정책을 감당할 여건이 약하다. 우선 조세를 통한 빈곤율 감소비율이 OECD 대비 48.7%나 낮다. 기업의 실효세율은 OECD 34개국 중 25위, 한계실 효세율은 33개국 중 31위로 낮았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납부하는 세금을 빼면 평균실효세율은 12.1%까지 떨어진다.


2016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외에 고용·건강보험 등 각종 준조세까지 합친 총 조세부담률은 우리나라가 OECD 35개 회원국 11번째로 낮고, 기업 총이익에서 광의의 실질적인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 41.3%보다 8.1% 낮은 33.2%였다.


근로소득세에서도 약화된 소득재분배 기능이 관측됐다.
OECD와 비교해 소득구간별 근로소득세 세율격차는 평균소득 50% 구간에선 4.2% 낮았고 150% 수준에선 9.7%로 격차가 벌어졌으며 평균소득 250% 구간에선 9.3%로 격차가 완화됐다. 국내 소득 10분위의 평균소득은 1분위보다 근로소득의 경우 53.6배, 종합소득의 경우 175.6배나 높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원인은 과도한 대기업, 고소득자 감세 정책 때문으로 진단됐다. 정 교수가 제안한 해법은 있는 사람에게 더 거두고, 없는 사람에게 덜 거두는 세금 정상화였다.


정 교수는 “법인세 공제감면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대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은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위 대기업에 대한 과세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소득세의 조세집중도가 높은 것은 노동시장에서 1차 분배가 불평등하고, 상위소득계층으로 소득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에서의 분배구조를 개선하면서 점차 비과세 감면제도를 축소하고, 상위소득 집단에 대해 보다 높은 실효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당분간 간접세보다 직접세 중심의 세제 개편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과세 유예를 앞당기고,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하는 배당·이자소득에 대해선 종합과세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부동산에 대해선 과세표준을 실거래가 중심으로 조정하고, 고액 부동산·과다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세법개정으로 전체 납세자의 50%까지 급증한 근로 소득세 면세자에 관해선 “그 숫자를 줄이도록 제도를 조정할 필요는 있으나, 당장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시민단체와 학계는 대체로 조세제도 개혁의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김진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비과세 감면, 공제제도, 낮은 사회보장기여금 비중 등 복잡한 조세제도와 낮은 조세형평성 때문에 정부규모가 약화됐다”며 소득불평등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세입 확대를 위한 조세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전체 기업 평균보다 21.6% 더 높은 상위 10대 기업의 공제감면율을 축소하고, 근로소득 외 금융·자산으로 다양한 소득을 올리는 초고소득자에 대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등 과세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납세 여력이 있는 (초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가 우선 추진돼야 다른 조세주체에도 조세부담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주택자 및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고, 자산·자본소득 과세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세정책을 통한 정책목표 달성은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며, 세금 징수의 편의성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조세정책을 추진하면 ‘2015 연말정산 대란’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지웅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능력과 소득에 따른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며 “대기업 법인의 법인세율 인상과 비과세 감면 축소 및 정상거래비율 조정 등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낮다는 판단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사회보험료를 포함하면, 조세부담률은 27.5%로 미국의 2015년 국민부담률 26.4%보다 높고, 스위스(27.9%)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법인세 실효세율이 OECD보다 낮은 것은 맞지만, 외국납부세액을 포함한 5000억원 초과 법인의 실효세율은 2009년 21.6%, 2010년 18.4%, 2014년 18.9%, 2015년 19.6%로 점점 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에 ‘왓치맨’이 필요한 이유
정 교수는 신고, 부과, 징수, 세무조사 등 모든 조세절차에 납세자 친화적인 세정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국세청의 세무조사활동에 대해선 외부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국세행정은 국고주의 및 징세 편의적 속성을 하고 있어 자정활동으로는 납세자 신뢰 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세청은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지만, 세무 조사권 등 과세권 남용 등에 대해 통제 및 견제를 받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 위원 9명 중 6명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세청감독위원회가 미 국세청의 세무행정정책을 감독하고, 미 재무부 장관 산하 조세행정총괄감독 관은 국새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감독한다.


캐나다의 경우 각 지방주 대표와 국세청장 등 15인으로 구성된 국세청 관리위원회를 통해 국세청 사업계획 작성, 인력, 재무 등 정책관리 및 감독역할을 수행한다.


정 교수는 국세청 감독기구에 ▲국세청 예산편성 및 국세행정의 전반적인 방향 수립 ▲국세행정 운영 감독권 행사 ▲국세행정운용 적정성 및 납세자 권익보호 연례보고서 국회제출 ▲국세청장 추천 및 해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치적 세무조사 관련 직원들의 형사처벌 근거 신설 ▲부당한 상부 지시 거부권 보장 ▲외부적 통제를 통한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 선정 등 국세청 내부적으로 정치적 세무 조사를 근절한 법적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정 교수는 감독기능이 외부감독기관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로써 현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이하 납보위)의 기능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납보위 위원을 전원 국세청장 외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납보위에 비정기 세무 조사 감시 등 세무행정 감독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당국은 법개정을 통해 지방국세청·세무서에만 설치된 납보위를 국세청 본청에도 설치하고, 본청 납보위에서 지방 국세청·세무서 납보위 심의 결과에 대한 재심을 처리하며, 위원은 국세청장 임명하는 민간전문가, 위원장은 기재부 장관이 추천하는 장을 국세청장이 위촉하는 방식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박 기재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외부감독기구 도입은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론 어렵다”며 “기재부 장관의 유명무실한 지휘권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재부 장관에게 부당한 세무 조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주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특별 수사 지휘권처럼,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건에 대해선 기재부 장관이 국세청으로 자료를 받는 등의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조사국 기능별 → 유형별 전환
조사국 관련 조사기능에 특화된 현 조직체계를 선진국처럼 납세자유형별로 바꾸어야 한다는 대담한 제안도 나왔다.


지방국세청에서 세무조사 집행 및 직접적인 조사대상 선정까지 하는 것을 막고, 세무서 조사과를 납세서비스센터로 전환해 민원처리 및 조세지원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1999년 조직개편을 통해 세목별 조직에서 기능별 조직으로 개편됐다. 조사체계도 세무서는 중소규모 조사집행을 담당하는 조사과, 지방국세청은 중견 이상 대기업 조사 집행·선정을 맡는 조사국, 기획 및 관리를 총괄하는 본청 조사국으로 확립됐다.


선진국은 다르다. 미국과 프랑스는 대기업, 중소기업 등 납세자유형별 조직으로 전환을 마친 상태이며, 호주는 기능별 조직과 대사업자 중심의 조직으로 병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국세청 조사국을 납세자유형별로 전환하려면, 세무서의 조사·세원관리를 제거하고, 대신 민원처리, 조세지원을 담당하는 납세서비스센터로 전환할 것을 권했다. 지방청 조사국은 빅데이터 세원분석을 통해 조직 및 직무관리를 맡으며, 대기업, 중소기업 등 납세자 유형별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청 조사4국이나 중부청 조사3국 대신 조세범칙 및 수시선정 조사를 전담하는 조세범칙조사국을 신설하는 등 교차조사 관련된 우려를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칼럼] 관치금융의 덫에 걸린 농협금융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최근 농협금융지주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 사장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여기에 금감원까지 가세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의 연임 도전과 관련이 있다. 정 전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일으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장본인이다. 여기에다, 폐쇄적인 조직운영, 개인 사법리스크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6년간 장기 집권에 성공한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사태가 범농협 차원의 규제 리스크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영채 전 사장이 4연임에 도전하자,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쟁점을 살펴보면, 농협중앙회는 이번에는 농협 출신 인사를 추천해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자본시장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농협중앙회와 마찰이 일어난 것이다.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이석준 지주회장의 말도 일리가 있고, 범농협 차원의 리스크관리가 중요하다는 대주주의 판단도 일리가 있다. 참고로,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소유한 1인 최대 주주다. 문제는
[인터뷰]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권역별 회원 교육에 초점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지난해 6월 총회 선임으로 회장직을 맡은 후 이제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 회장은 회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방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서울 전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인근 지역세무사회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에 치러질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으로 임기를 조정해 본회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다른 모든 지방세무사회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임원의 임기 조정을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기 조정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임채수 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 중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 서울지방세무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회장님께서 국세청과 세무사로서의 길을 걸어오셨고 지난 1년 동안 서울지방세무사회장으로서 활약하셨는데 지금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A. 저는 1957년에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의 배고픈 기억에 지금도 밥을 남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