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교통사고 등 긴급상황 시 우회‧회차를 위해 설치하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탈부착 개구부(開口部)’ 관련 100억원 대 비리의혹이 제기됐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도로공사가 지난 2010년 ‘M사(社)의 분리형 신형모델’을 개발해 놓고도 6년 간 자체 ‘표준시방도’에 등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난 2007년부터 개발‧공급해 오던 ‘S사(社)의 일체형 구형모델’을 독점적으로 계속 설치해 온 비리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2007년 최초 설치된 S사 구형모델은 차량충돌 안전테스트 기준미달 상태로 지난 2015년까지 집중설치돼 현재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국민들의 안전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져 있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이 입수한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설치된 구형 모델은 총 513개로 단간 1800여만원으로 93억원에 이른다.
이중 신형 모델 개발 전인 지난 2009년까지 3년간 대부분 물량인 375개가 단일납품을 통해 독점공급됐다.
하지만 박 의원에 의하면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0년 신형 모델을 개발하고도 정작 이를 표준시방도에 등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구형 모델을 ‘독과점적으로 밀어주기’ 했다.
자료상 신형 모델 개발 후 현재까지 총 200개가 설치됐지만 각각 구형 모델 138개, 신형 모델 62개로 약 두 배 이상 구형 모델을 밀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구형 모델 밀어주기는 ▲단가(신형 1700만6000원/구형 1800만1000원) ▲탈착용이성(분리형/일체형) ▲설치 소요시간(3분/15분에서 30분) ▲안전도(개발당시 충돌테스트 완료/2015년 형식충돌시험 완료) 등 신형 모델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는 게 박 의원 설명이다.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0년 신형 모델 개발직후 한 두 해는 신‧구형이 10:28, 16:8 등 균형적 모습을 보이는 듯 했으나 지난 2012년에는 6:52로 구형 모델 밀어주기가 노골화됐고 지난 2013년에는 아예 20개 전부를 구형으로 설치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 2013년 0:20까지 갔던 신‧구 비율은 지난 2014년 13:12로 정상화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당시 2014년 국회와 언론 등에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탈부착 개구부(開口部)’ 비리 관련 일부 내부제보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5년 구형 모델에 대한 충돌테스트를 완료했고 2016년에야 비로소 신형 모델을 자체 표준시방도에 등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자정의지가 있었다면 일선재량에 신‧구형 선택을 계속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일정 선택기준과 원칙을 ‘제도화(制度化)’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신‧구 비율이 6:4의 범위를 연속 몇 년 초과할 수 없다는 식의 원칙기준을 수립하고 일선 시공현장에 100% 선택권을 부여할 것이 아니라 공사본부 등에서 취합해 계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박 의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충돌테스트‧표준시방도 등재 등 미봉책에만 그치고 계속 문제해결을 미뤄 부득불 국정감사를 통해 경종을 울리게 됐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이번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탈부착 개구부’ 비리 발생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중앙개구부 설치를 규정하는 국토부 고시인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은 ‘자동차 전용도로 등에서는 도로 보수공사, 긴급 상황처리 등을 위해 중앙분리대에 개구부를 설치한다’고 단 한 줄로 규정돼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국가지침에 탈착시간‧안전표준‧제원‧이격거리 등이 전무하고 전적으로 공사기관에 위임해 놓은 결과 비리를 조장하고 국민안전을 위협하게 됐다.
이로 인해 결국 한국도로공사는 자체로 표준시방도를 임의설정하고 개당 2000만원이 안 되는 예산집행을 수의계약을 통해 현장에 일임해 벌어진 ‘조장된 불법’이라는게 박 의원 설명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단순 추정이 아니라 안팎의 면밀한 조사와 교차확인을 통해 비리정황을 확신해 문제제기하게 됐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국가나 도로공사가 중장기적 예산을 책정하고 시공모델 선정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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