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소현 기자) 위험성이 높은 직업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절·제한되는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화재진압·구급·운전 소방관 및 119 구조대원은 상해 ‘D’등급, 산림소방관은 가장 낮은 ‘E’등급으로 분류해 보험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가입이 된다 해도 터무니없이 비싼 보험료가 책정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진웅섭 원장은 지난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정부는 공익적인 업무수행자의 직무 위험을 보장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소방공무원을 위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성보험’ 개발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노력의 첫 걸음”이라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보험사의 79.2%는 엄격한 인수기준을 적용해 고위험직군에 대한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이어서 ▲상해 67.7% ▲질병 32.5% ▲사망 29.2% 순으로 거절직군을 운영하고 있다.
직무상 위험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거절 사유다. 하지만 직업별 손해율을 살펴보면 고위험직군으로 분류됨에도 오히려 평균 손해율보다 낮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직업별 손해율 통계를 모든 보험사가 공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고위험직군에 대한 정확한 리스크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직무로 인해 인상된 보험료는 고용주가 책임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기업은 고위험 종업원에 대한 단체보험 확대 및 보험료를 지원하고, 정부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정책성 보험 도입 후 경찰관·군인·환경미화원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사고율이 높은 고위험직종을 인수할 경우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들의 보험가입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정석 금융감독원 보험상품감리1팀 팀장은 “보험사들은 위험률 통계 부족을 이유로 거절직군을 운영한다”며 “이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단순한 추정만으로 이뤄지는 불합리한 관행일 뿐”이라 지적했다.
조 팀장은 ▲보험사의 불합리한 거절직군 운영 제한 ▲거절직군·위험직종의 가입실적 제출 의무화 ▲보험사의 합리적인 직무위험 평가 유도 ▲합리적 인수기준 설정을 위한 직업별 사고통계 확보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진행된 2부 토론에서는 장동한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건국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고, 패널로 ▲김한목 삼성생명보험 상무 ▲류성경 동서대학교 교수 ▲신열우 소방청 소방정책국 국장 ▲이창욱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 국장 ▲천병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전무 ▲최영해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신열우 소방청 소방정책국장은 “직무별 위험률에 따라 인수조건이 차이날 순 있지만 보험가입 자체가 무조건 거절·제한되는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는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개개인 사고이력을 보고 보험사가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성 보험이 도입된다면 소방공무원들도 안심하고 본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정부는 ‘고위험직군’으로 분류돼 보험가입이 거절되는 소방공무원들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료 50%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지난 1월 차별금지조항을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연령, 성별,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계약조건에 관해 보험계약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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