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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규모 8.0%…타 연구와 비교가능성 없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이 지난 2월 중순, 자체 연구용역보고서를 인용해 지하경제 규모를 8.0%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다소 해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추정 모형이 다른 연구보다 대표성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비교해 지하경제양성화 실적이 있는 것처럼 언론에 설명했다는 것이다.



21조원 지하경제 유발한 5만원권은 설명자료에서 누락 
이언주 의원 “국세청 지하경제 추정치는 지나친 과장

지난 2월 16일 국세청은 정부 국책연구기관(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인용, 2015년 기준 국내 GDP 대비 지하경제규모 추정치는 5.3%~8.0%로, 기존 연구자들이 발표한 17~25%보다 훨씬 낮게 측정됐다고 언론에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지하경제란 정부의 눈을 피해 발생하는 음성적인 경제활동을 말한다. 마약·매춘·탈세·외환 밀반출·비자금 등 불법적 요인이 얽혀 있기에 지하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세정이 문란해진다. 

국세청은 기존 연구방법과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을 사용해 추정한 결과, 지하경제규모는 2013년 8.7%에서 2014년 8.5%, 2015년 8.0%까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측정방법에 따라 추정치가 극단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 정부 연구나 기존 연구 둘 다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지만, 박근혜 정부 초창기 2013년 8.7%였던 지하경제규모가 2015년 8.0%로 줄어든 것은 강력한 정부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의 긍정적인 결과라고까지 평가했다.

상위분류는 과도한 비교잣대  

이 보고서가 눈길을 끈 것은 두 가지, 기존 연구와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을 통해 추정했으며, 추정된 지하경제규모 수치가 기존 연구에 비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2015년 지하경제규모라고 밝힌 수치는 8.0%로 오스트리아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린츠 교수 24.7%(2010년 추정치), 현대경제연구원 23.0%(2012년), 여신금융협회 19.2%(2009년), 한국개발연구원 22.0%(2006년) 등 여타 연구기관이 밝힌 수치의 절반에 불과했다. 

국세청이 사용했다는 현금통화수요모형을 통해 추정한 다른 연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06년 배민근 박사(LG경제연구원 소속) 연구에선 20.0%(2000년), 2007년 노기성 박사(한국개발연구원 소속) 연구에선 22.6%(2006년)로 추정됐다. 

추정시점의 차이 때문일까.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추정시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다. 

한 경제학 박사는 “추정시점에 따라 추정치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추정치를 뽑으려면, 추정대상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는 모형을 설계하는 데, 그 시점에 관측되는 변수의 값이 무엇이냐에 따라 추정치가 달라지는 것이지, 추정시점이 현재냐 과거냐에 따라 추정치가 커지고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이 발표한 연구가 기존 연구와 차이가 컸다면, 추정하는 방법이 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가 기존 연구들과 국세청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기존 연구들은 이번에 발표된 국세청 연구용역과 추정하는 방법, 변수들이 전혀 달랐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왜 기존 연구와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을까.

국세청 연구용역이 지하경제규모를 추정할 때 사용한 이론적 전제는 현금통화량이 지하경제규모를 반영한다는 현금통화수요이론이다. 연구자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온갖 변수를 조합해 각양의 계산식을 만들 수 있는데 이 모형들을 통칭하는 말이 ‘현금통화수요모형’이다. 그래서 국세청은 매우 큰 틀에서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을 사용했다고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지나친 상위분류다.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을 사용한 연구 추정치끼리 ‘어느 것이 높다 낮다’를 비교할 수는 없다. 어떤 것을 비교하려면 동일한 잣대에서 비교해야 하는데, 각 연구들은 이론상 전제만 같을 뿐, 계산식(연구모형)도 다르고, 계산식에 넣는 값(변수)도 달랐다. 

국세청이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연구들을 박근혜 정부 지하경제양성화 실적 광고를 위해 교묘히 말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이 연구보고서는 다른 연구들과 변수도 다르고, 우리 현실경제에 맞도록 모형을 설계해 추정한 것일 뿐”이라며 “모형 자체가 다른 연구보다 합리적인 것임을 입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 연구 간 수치를 비교할 수 있다면, 박근혜 정부 3년의 치적은 이명박 정부 5년간 실적보다 미미하다는 결론마저 얻게 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번 국세청 연구용역(2016년 연구)에서 2013년 국내 지하경제규모를 8.7%로 추정한 반면 과거 2010년 연구에선 2008년 지하경제규모를 18.6~18.9%로 추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8.6%였던 지하경제규모가 2013년 8.7%로 낮아졌다면, 이명박 정부는 5년간 10%p 이상 지하경제를 양성화한 셈이 된다. 물론, 이러한 비교는 가능하지 않다.

국세청으로선 ‘너무 지엽적인 문제 아니냐’고 이렇게 항변할 수 있지만, 약 30여개 관련 기사를 확인한 결과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기존 연구와 ‘동일한’ 현금통화수요모형으로 측정한 결과, 국내 지하경제규모는 8.0%로 기존 연구의 추정치인 17~25%보다 훨씬 낮게 측정됐다’고 국세청 설명자료 그대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뚜렷한 의구심을 품은 보도는 한국일보와 한국경제 단 두 곳의 기사에 불과했다. 


‘21조원 효과’ 무시한 국세청

국세청의 교묘한 편집은 5만원권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언론과 일부 학자들은 5만원권으로 인한 지하경제 ‘음성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3월 17일 한국은행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49.9%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4년엔 25.8%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매년 10조원 규모의 5만원권을 찍어냈다. 지난 1월말 기준 5만원권 발행잔액은 70.4조원에 달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진은 5만원권이 우리나라 지하경제규모에 미친 영향 역시 추정해 그 수치를 공개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5만원권을 반영한 수치를 설명자료에 넣지 않았다.

5만원권으로 인한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일까.  

보고서가 밝힌 연도별 지하경제규모는 2013년 10.08%(미적용 시 8.7%), 2014년 9.88%(8.5%), 2015년 9.30%(8.5%)로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약 1.3%p 상승하는 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2015년 기준 지하경제규모를 124.7조원으로 밝혔지만, 5만원권을 적용하면, 20.9조원이 늘어난 145.6조원에 달한다. 


이언주 의원은 “국세청의 연구보고서에선 5만원권을 지하경제 유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국세청은 지하경제추정치를 발표한다면서 5만원권 효과를 넣지 않았다. 이러한 지하경제규모 발표는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조사국 조사분석과 관계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세청처럼) 추정치의 연도별 추세를 볼 때 지하경제규모가 줄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느냐”하고 답했다.

국세청의 숫자 눈속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2016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한 세수실적을 발표하면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9조70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실은 이는 각 연도별 누적수치를 합산한 결과로 누적수치를 제외하면 3년간 세수실적은 3조3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도별 지하경제양성화 실적은 2013년 2조1000억원, 2014년 1조4000억원, 2015년 마이너스 2000억원 등으로 이번에 조세재정연구원이 밝힌 지하경제규모 수치와 상반된다. 



추정모형 계열 따라 지하경제 추정치 ‘극과 극’

지하경제규모 8.0%란 수치는 어느 정도 정확한 것일까. 

연구진들은 로그계열 OLS 추정으로 평균소득세율을 넣어 추정할 경우  2013년 8.7%였던 지하경제규모가 2014년 8.5%, 2015년 8.0%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로그는 큰 숫자를 간략하게 표현하는 방법인데 숫자에 로그를 씌우면 그 크기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계열 방식으로 추정하면, 지하경제규모는 로그계열에서 추정한 것의 최소 4배에서 최대 8배까지 솟구쳤다. 

그러나 로그계열 OLS 추정값이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들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현금통화수요함수 추정 시 사용한 종속변수의 형태에 따라 지하경제 추정치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며, 추정모형의 계열을 무엇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하경제 규모가 극단적으로 달라지며, 국내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현금통화 수요 비율이 점점 떨어지는데 그 원인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소득세 Tax Gap 추정과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 추정, 안종석·강성훈·오종현, 2016).’

이외에도 연구진들은 평균소득세율을 변수로 사용하는 것은 명목세율을 단순평균한 것으로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고, 다른 세목의 세부담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현금통화수요간 안정적인 상관관계(신뢰성)이 나타나긴 하지만, 평균소득세율이 다른 변수들보다 더 적합한 지표라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조세 외 요인들이 현금통화수요의 변화를 잘 설명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고, 우연히 나타난 통계적인 관계일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세부담이 늘어날수록 지하경제를 유발하는 현금통화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국세청 연구용역 연구자들은 왜 지하경제규모가 낮게 추정되는 방식의 계산법을 선택한 것일까. 이유는 계산식(모형)에서 지하경제를 추정하기 위해 넣는 값의 신뢰성을 측정한 결과 신뢰성 값(결정계수)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로그계열 OLS 추정에선 결정계수가 0.97~0.99, 원계열 OLS 추정은 0.93~0.97로 서로 비슷했으나 프레이즈·윈스턴 추정에선 로그계열이 0.90~0.93인 반면, 원계열은 0.67~0.81로 더 낮게 나왔다. 

이는 이 연구모형에서 로그계열 OLS 추정이 원계열 OLS 추정보다 더 신뢰로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른 연구모형에서도 로그계열이 원계열보다 신뢰성 값이 높게 나온다는 것은 아니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하경제 규모 추정은 OECD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정답이라고 할 연구방법론이 없다”라며 “그래서 계속 연구모형을 설계하고 값을 도출해서 연구결과를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연구는 현금통화수요를 전제로 설계한 연구모형에서 현금통화, 광의통화, 세율변수 등 다양한 변수들을 적용할 경우 어떤 추정값이 어떤 추세로 도출되는 지를 통해 향후 연구모형설계에 도움이 되는 자료”라며 “다만, 다른 연구와 마찬가지로 연구결과를 서로 견주는 잣대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토막지식]
현금통화수요모형을 통한 지하경제추정은 지하경제의 거래수단이 현금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나라 전체의 현금량(통화량)에서 정부가 현금영수증 등을 통해 포착한 현금량을 뺀 나머지가 지하경제에서 유통되는 총 현금량을 말한다. 이 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거래했는지에 따라 지하경제규모가 커지고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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