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 등 직원 횡령사건이 일어난 증권사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긴급 점검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한 후 검사에 나설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강서지점 차장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수년간 고객들로부터 20여억원을 받아 운영하다가 최근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들의 민원이 잇따라 접수되자 자체 조사를 벌여 A씨가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A씨를 징계 조치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정상적인 회사 고객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입출금이 이뤄졌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횡령이 아니라 A씨 개인 비리라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2014년에도 두 차례 횡령사고가 터진 바 있다. 3월에는 서울 영등포지점 차장으로 근무하던 B씨가 출금신청서 위조 등으로 17억원 가량을 빼돌려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다가 내부감사에 적발됐다. 11월에는 창원지점 한 직원이 고객 계좌에서 자금을 빼내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3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업계 최장수 CEO인 유 사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7년 47세의 나이로 사장에 취임해 증권업계 최연소 CEO 기록도 갖고 있는 유 사장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업계 최대 규모의 이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호실적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적 성장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유 사장의 경영 방침에 대해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 모습이다.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연봉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2~2014년에 연봉을 동결시켰다. 노조 측이 인상률을 낮추고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유 사장은 임금동결을 밀어붙였다. 과장된 해석이지만 직원들이 고객 돈에 손을 댄 이유로 제자리걸음인 급여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증권사 가운데 민원 건수가 최다라는 점도 조직 관리에 허점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 현황에 나타난 자산규모 10대 증권사들의 2015년 민원 건수를 살펴보면 2014년 143건으로 1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이 236건(26.1%)을 기록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는 삼성증권(73건), NH투자증권(66건), 대우증권(58건)보다 3~4배가 많다. 한국투자증권 올 1분기에도 46건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가 한 관계자는 “횡령 등 불미스러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장기집권에 대해 뒷말이 나오는 만큼 유 사장은 실적에 치중하기보다는 내부 단속이나 조직 체계 정비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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