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정동행성을 철폐하고, 기황후의 오빠인 기철 일당을 체포하는 등 각종 반원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인당, 최영 두 장군에게 명을 내려 압록강 너머 원나라의 8참(站)을 공격하고, 이중 파사부 등 3참을 점령하였다. 이 사건은 우리 역사상 몇 안 되는 요동 정벌의 하나다. 반면 원나라 입장에서는 자기 나라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한반도의 작은 국가 고려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정복한 원나라를 공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원나라의 자존심을 구긴 것이다.
원나라 순제는 이 소식을 접한 후 공민왕에게 요동정벌의 이유를 대라고 했다.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공격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전했다. 고민에 빠진 공민왕, 그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휘황찬란하던 도심의 야경이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하는 밤 12시. 같은 층에 근무하는 많은 직원들이 거의 다 퇴근한 즈음, 파견 직원 김 씨는 이사회 업무를 담당하는 2명의 정규직원들과 함께 야근을 하고 있다. 김 씨가 소속된 A회사는 내일 아침 9시에 이사회가 열리기 때문에 담당 직원들은 자정이 넘도록 퇴근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업무는 원래 잡무가 많다. 이사회 안건 표지, 개회사, 시나리오, 진행순서 등을 만들어야 하고 사업부서로부터 설명 자료를 받아 하나의 편철 책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 외에도 사내외 이사들의 자리 배치, 사내외 이사 동선파악, 승강기 잡기, 이사회 종료 후 이사들의 귀가를 위한 택시 잡기 등 각종 의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사회 하루 전날은 담당직원들부터 그 위의 담당 상무까지 모두가 초긴장 상태다.
특히 사업부서에서 설명 자료를 수정하면, 편철을 풀어 수정 자료를 삽입한 뒤 다시 편철하는 등 지루하고도 짜증나는 업무가 추가된다. 최근에는 설명 자료 수정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담당 직원들의 퇴근은 더 늦어졌다.
김 씨는 파견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밤늦도록 이사회 업무에 매달려 있다. 6시면 칼같이 퇴근하던 그녀는 이사회 담당 J상무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들은 이후 이사회 전날만 되면 야근을 하는 것이다. 하루는 J상무가 김 씨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 씨!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이 힘들죠? 그래서 제가 인사팀에 부탁하여 김 씨에 대해 정규직 전환 발령을 내려고 합니다. 대신 지금 하는 업무 외 추가 업무를 맡아줄 수 있나요?”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제안을 들은 김 씨. 그녀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는 아무 요청도 안 했는데, J상무가 자발적으로 정규직을 시켜준다니, 정말 하늘이 나를 도우려나?’
“상무님! 당연히 할 수 있죠.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신다면, 제가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허허, 고마워요. 그러면 이사회 업무를 좀 맡아주세요. 지금 이사회 업무를 2명이 하는데, 요즘 들어 설명 자료 수정이 많아지고, 그외 이사회 전날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1명을 더 보강하려고 하는데 김 씨가 도와주면 좋겠네요.”
“예, 상무님!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할게요.”
이렇게 그녀도 이사회 담당이 되었다. 사업부서에서 설명 자료 수정을 수차례 하면서 편철 풀기, 수정 자료 삽입하기, 재 편철하기 등의 반복 업무가 그녀의 일이 되었다.
이사회 개최 당일,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인 사외이사와 회사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사내이사 분들이 어김없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사회 의장(보통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은 의사봉을 3번 두드리면서 이사회 개최를 선언한다.
다음 차례는 사업부 담당 임원의 발표순서. 그 임원이 설명자료를 차근차근 읽으면서 사내외 이사들 앞에서 발표하는데, 뜻밖의 오타가 발견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사업부의 담당 임원과 이사회 담당 J상무는 아연실색했다. 사업부 담당 임원이 발표 중 신속하게 사과하면서 상황은 수습됐지만, 이사회 의장이 오타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사업부 담당 임원과 J상무는 속이 찜찜하다.
이사회가 끝나고 사업부 담당 임원과 J상무는 누구의 책임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원들을 불렀다. 확인 결과, 사업부 담당 직원은 수정된 자료를 밤 12시경 이사회 담당 직원에게 메일로 주었지만, 이사회 담당 직원들이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J상무는 정규직 이사회 담당 직원 2명을 불러서 마구 퍼부어댄다.
“일을 맡았으면 밤을 새서라도 자료에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 아냐. 그리고 파견 직원한테 편철 작업을 맡기더라도 니들이 최종 점검을 해야 할 것 아냐!”
화를 내는 J상무 앞에 담당 직원 2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데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번졌다. 파견기간이 만료되는 김 씨의 정규직 전환 얘기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J상무는 인사팀에 김 씨의 정규직 전환을 제안하지 않았다. 즉, 이사회 자료 오타 여부에 대한 책임을 김 씨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파견 기간이 만료된 김 씨. 정규직 전환의 꿈을 안고 파견직원한테 어울리지 않게 늦게까지 일을 했건만, 오타에 대한 책임은 혼자 짊어진 것이다. 김 씨의 희망은 오타와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고려 공민왕은 원나라 순제의 압박에 인당 장군 처형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아직 고려의 국력으로는 원나라 대군을 막아낼 재간이 없기에, 이를 둘러대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리고 희생양으로 ‘인당 장군’을 선택했다. 아래 글은 위키피디아에 실린 ‘인당 장군’에 대한 글이다.
6월 인당은 군사를 이끌고 압록강에 이르러 파사부 등의 3참을 격파하였고, 7월 관제회복으로 참지정사가 되었다. 원제가 고려의 국경 침입을 구실삼아 80만 대군으로 문책하겠다고 위협해오자, 이에 당황한 왕에 의하여 서북면 병마사 인당이 죄를 뒤집어쓰고 목이 베어졌다. 묘는 개성 북산 효청동에 있다.<고려사절요 제26권 공민왕1>
왕의 명에 따라 요동정벌에 참여한 후 원나라 황제의 압력에 희생당한 인당 장군. J상무의 부탁에 따라 이사회 업무에 참여한 후 오타의 책임을 전적으로 진 김 씨. 두 사람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위에서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면 이를 벗어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세상 일은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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