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를 인상으로 그동안 저금리 혜택 속에서 빚으로 수명을 연장해 온 영세 중소기업과 한계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차를 두고 한국의 시중금리를 끌어올리는 쪽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실물경기 회복 등으로 내년부터 시중금리가 점차 상승할 경우 저금리에 편승해 부채를 늘리며 구조조정을 회피해 온 이들 한계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경우 가계부채 못지않게 한계기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금융법인 2만5452곳 중 한계기업은 3295곳으로 전체의 12.8%를 차지했다.
한계기업은 통상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으로, 지난 2009년 2698곳에서 5년 새 597곳이 늘었다.
대기업 중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15.3%)에 근접했다. 한계기업의 73.9%(2435곳)는 과거에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적이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황이 나빠져 어려움을 겪는 조선, 건설, 철강 등의 업종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조선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5년 사이에 12.1%포인트 늘었고, 운수업 한계기업은 같은 기간 13.3%에서 22.2%로 비중이 커졌다.
또한 건설(2009년 11.9%→2014년 13.9%)과 철강(2009년 5.9%→2014년 12.8%), 섬유(2009년 9.8%→2014년 13.4%), 전자(2009년 11.5%→2014년 13.2%) 등 대부분 업종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장 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오르면 한계기업이 현재보다 300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어 이들의 부실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업황 악화가 가속화되고 빚더미에 앉은 한계기업들이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직격탄을 가하게 된다.
현재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저금리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최근에야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은행들은 지난달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구조조정대상 175곳을 확정했고, 대기업의 경우 지난 6월 구조조정대상 35곳을 선정한 데 이어 현재 해운·건설업체 등 300곳의 대기업을 상대로 추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점진적으로 국내 금융권의 금리가 오르면 외형성장 없이 빚으로 연명하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실 중소기업을 속아내는 구조조정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계기업의 부채가 이자마저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이들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은행마저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최근 5년간 한계기업의 부채비율은 8.8%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고 아직 큰 위험에 빠질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으로서는 경영에 부담스러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금융권은 은행들이 4분기부터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총 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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