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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동식의 와인기행] 스페인 와인 1번지 ‘프리오라트’에 가다

극복-역동성으로 ‘최고 와인 완성’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축제와 열정의 나라’ 스페인으로!

 

지난달 말, 노트북과 고프로 등 취재 장비를 챙기고 비행기 트랩에 올랐다. 14시간의 지루함 끝에 드디어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 일상 업무가 한창인 오후 4시 10분, 이방인을 향한 무심한 푸른 눈길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

 

스페인의 포도 재배 면적은 160만 헥타르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와인 생산량은 세계 3위에 머물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운 이베리아 반도의 고온·건조한 기후와 척박한 토양이 포도 생산량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도착 이튿날부터 라만차와 알리칸테 볼베르 와이너리를 거쳐, 바르셀로나 인근 호메세라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호메세라는 가성비 좋은 까바(스파클링 와인의 스페인 명칭) 산지로 스페인 최대 규모 와이너리다.

 

이어서 고전과 미네랄 맛 가득한 도시, 카탈루냐 프리오라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베리아 반도 북동부지역, 비록 규모는 작지만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유명 와이너리가 몰려있는 곳이다.

 

실제 프리오라트는 리오하와 함께 스페인에서 딱 두 곳뿐인 최고등급 와인(DOC/DOQ) 생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레드 93%, 화이트 7% 정도다.

 

레드 와인 품종은 가르나차가 41%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카리녜냐(23%). 그 외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 메를로가 약 20% 정도 차지한다.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엔카스텔 셀러(Celler de l'Encastell)’ 포도밭을 둘러봤다. 경사가 너무 심해 일부 지역에서는 걸어서만 이동이 가능할 정도다. 이곳은 프리오라트 중앙의 작은 마을 ‘포레라’에 위치한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전체면적은 10헥타르, 축구장 11개 크기. 온통 바위투성이와 오래된 포도나무, 급경사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러나 이곳 와이너리 역사는 짧다. 스페인이 ‘유럽권 구세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

 

농업 공학을 전공하고, 지방정부에서 농업 지도관련 일을 하던 라이몬 카스텔비(Raimon Castellví)와 그의 아내 카르메 피게롤라(Carme Figuerola)는 1999년에 이 와이너리를 재설립했다.

 

와이너리 전역에 깔려있는 점판암(슬레이트 석)과 석영 토양의 잠재력에 대한 깊은 신뢰 때문이다. 포도나무 수령도 대부분 60~100년으로, 짙은 향과 맛을 내 ‘최상의 와이너리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믿었다.실제 슬레이트 석 토양은 낮동안 열을 저장해두었다가 밤에 포도나무 뿌리를 데워준다. 물 빠짐이 좋고 잘 부서져 포도나무 뿌리가 깊이 뻗어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거친 자연조건은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했다. 주변 지인들은 “이곳에서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사람은 이상주의자거나 고향 사랑에 특별한 영감을 받은 와인 애호가”라고 말할 정도.

 

라이몬은 “이곳 포도나무는 슬레이트 석 토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뿌리가 보통 10미터 이상, 어떤 경우에는 20미터까지 파고 들어간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특성은 포도나무와 포도에 미네랄 성분을 충분히 공급해준다는 것이다.

 

뿌리가 지하수층을 뚫고 내려가, 아무리 날씨가 가물어도 매년 일정한 포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이곳 일부 지역 포도로 만든 와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과일 향을 잡을 수 있다”고 밝힌다. “이 와이너리의 중세풍 주택은 재건됐지만 양조 비밀을 간직한 대형 배럴 저장고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3대째 이어온 대형 배럴 저장고에서 숙성된 와인은 아주 어린 상태에서도 충분히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네랄 성분은 품종을 가리지 않고 포도의 독특한 맛을 유지하고, 뭔가 상쾌한 느낌을 준다는 것. 또한 오크향이 너무 강하면 포도 품종과 떼루아의 향을 밀어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라이몬은 사업을 더 이상 키울 생각이 없다. 와인에 집중해야 품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조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친 딸, 이사벨이 맡고 있다. 올해 출시된 와인이 그의 첫 작품이다.

 


<테이스팅 노트>

 

깊은 뿌리서 올라온 미네랄 성분 ‘감동’

 

엔카스텔 셀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모두 다섯 종류. 그 중 주력 제품 두 종류에 대해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장소는 중년 히피 둘이 운영하는 동네 식당, 라 쿠퍼라티바. 지중해식 돼지 통구이가 메인 요리로 나왔다.

 

먼저 ‘로케르 드 포레라(Roquers de Porrera)’는 약 80년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했다. 첫 모금에 수분을 흠뻑 함유한 바위 냄새를 단박에 잡았다. 슬레이트 석 토양 때문이다. 포도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미네랄 성분을 최대한 보여준 것. 2018년 빈티지다. 가르나차 48%, 카리녜냐 37% 외 프랑스 우완 품종인 메를로 15%를 사용해 양조했다. 그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미와 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어 ‘마지 드 포레라(Marge de Porrera)’로 넘어갔다. 초반 약간 쓴맛이 강했다. 그러나 돼지고기 향과 섞이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2020년 빈티지로 어린 편이지만, 두 번째 잔에서는 입 속 뾰족한 느낌이 다소 줄어들었다. 목 넘김도 부드러웠다. 돼지고기와 함께 마시기에는 오히려 더 편했다. 가르나차 품종 특유의 알코올 도수와 여운을 보여줬다.

 

블렌딩 비율은 가르나차 37%와 메를로 28%, 카리녜냐 18%, 카베르네 소비뇽 9%, 시라 8%로 다양하다. 국제품종은 산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엔카스텔 셀러’ 오너 겸 와인메이커, 라이몬 카스텔비

“와인은 즐기고, 감상하고, 마시는 술”

 

 

- 프리오라트 떼루아의 경쟁력과 단점은.

 

1974년 식량농업기구는 ‘프리오라트가 이 세상에서 와인 생산에 가장 좋은 지역’이라고 선언했다. 슬레이트 또는 편암이 풍화된 토양과 지중해성 기후의 조화 때문이다. 이는 철분 함량을 높여 미네랄의 풍미를 더해준다. 다만 지형적 특성 때문에 모든 작업을 사람 손으로 진행해 어려움이 있다.

 

- 와인의 어떤 맛과 향에 중점을 둬야 할까.

 

과일 향과 신맛, 타닌, 알코올 함량 등 모든 면이 우수하다. 이곳 와이너리 대부분은 다양한 크기의 통을 사용해 와인을 숙성시키는데, 그 점이 품질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프리오라트가 인증한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3~13.50% 기준을 따른다.

 

- 한국 와인시장을 어떻게 보나.

 

와인은 즐기고, 감상하며, 마시는 것이다. 단순히 알코올을 포함한 음료가 아니다. 한국인들의 음식 사랑을 생각한다면, 한국 소비자들에게 와인은 식사 때 곁들이는 좋은 반주가 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수요가 늘고, 이 지역 와인 수출 물량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

 

한마디로 ‘호레카(HoReCa, 호텔, 레스토랑, 카페) 공략’으로 표현할 수 있다. 2010년부터 한국 ‘해리 김’과 거래하고 있다. 관계가 매우 좋다. 다만 좀 더 조직력과 시스템을 갖춘 유통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 한국 음식은 좀 짜고 맵다.

 

짠맛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다. 스페인 음식도 대체적으로 짠 편이다. 프리오라트 와인이 다소 드라이하지만 단맛을 지니고 있어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매운 음식은 답이 없다. 어떤 와인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 한국 와인 소비자들에게 한 말씀

 

DOQ 프리오라트 와인은 숙성되지 않은 어린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물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마시면 더 좋다. 이 경우 레드 와인의 질감은 부드러워지고 잘 익은 타닌의 맛이 난다. 복합미 넘치고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지역 와인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와인을 통해 남부 카탈루냐 지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프로필]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 국제 와인전문가 고급과정(WSET Level 3) 이수 및 인증을 받았다.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매일경제)’,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헬스조선)’ 등 다수의 와인 칼럼을 썼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중구의사회, 이춘택병원, 서울부민병원 등에서 와인 강의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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