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내 주요 재벌일가 56개 중 자녀세대 가운데 재산 절반 이상을 주식으로 채운 일가는 22개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12개)의 약 두 배 증가했다.
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이러한 내용의 대기업 집단 56개의 총수 일가 주식자산 승계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10년 전인 2013년 말과 비교가능한 재벌 일가들이다.
롯데와 한솔, DL, 한국타이어 등 4개 그룹은 자녀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100%였다.
주식 비중이 높은 순으로는 태영(98.4%)과 DN(92.0%), 두산(83.7%), LG(82.4%), 호반건설(77.9%), 한진(77.8%), 효성(74.7%), 삼성(74.4%), 한화(74.4%), 동원(73.8%), 금호석유화학(72.8%) 순이었다.
신세계(67.5%), 장금상선(64.2%), DB(61.0%), 엠디엠(60.2%), 세아(51.8%), LX(50.6%), 현대자동차(50.5%) 등도 50%를 넘었다.
10년 새 자녀세대 주식자산 상승 폭이 가장 큰 곳은 DL(41.9%→100%)이었다.
엠디엠(3.4%→60.2%), LG(25.9%→82.4%), 삼성(22.2%→74.4%), 한진(26.2%→77.8%)도 큰 폭으로 주식 비중을 늘렸다.
자녀세대들이 주식을 늘린 방법은 상속·증여 외에도, 공익재단 설립, 자녀세대 소유 기업 가치 올리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와 삼성, 한진은 상속으로 자녀 승계를 마무리했다.
LG는 구본무 회장 별세가 있었던 2018년 구광모·연경·연수 세 자녀가 주식을 물려받았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별세로 2020년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부진·서현 자녀가 상속을 받았다.
한진가는 2019년 조양호 회장 별세로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승연·현민 자녀들로 지분이 넘어갔다.
공익재단을 가장 활발히 활용한 사례는 DL이다.
DL은 이준용 명예회장이 2015년과 2016년 대림(옛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42.65%를, 2018년 대림씨엔에스 주식 2.31%를 재단에 기부했다. 이로 인해 자녀세대 주식자산 비중은 58.1%포인트 늘었다.
엠디엠은 사업상 특수관계인 자녀 보유 기업들에 이익을 몰아줬다.
문주현 회장의 두 자녀(문현정·초연)가 지분 95.24%를 보유한 엠디엠플러스의 자본총액은 2013년 말 68억원에서 2022년 말 1조3824억원으로 200배 이상 폭증했다. 엠디엠플러스는 부동산 개발 회사로 특수관계기업들과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다.
부모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100%인 그룹은 현대백화점, 네이버, 셀트리온, 코오롱, 이랜드, 교보생명 등 6곳이었다. 자녀들에게는 아직 주식을 넘겨준 사실이 포착되지 않은 기업들이다.
현대백화점은 2004년 정몽근 명예회장 장남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차남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에게 보유 지분을 증여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현대백화점 부모세대는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됐다.
코오롱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창업한 기업 ‘메모리오브러브’와 ‘어바웃피싱’ 등의 지분 일부늘 명예회장의 세 자녀(이규호·소윤·소민)가 일부 보유하고 있었으나, 메모리오브러브는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고 어바웃피싱은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신 회장의 누나(신경애·영애)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네이버와 셀트리온, 이랜드는 창업세대가 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겨줬다는 사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별 주식자산 최상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8006억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8조386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조2391억원),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자 겸 전 회장(6조61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조320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의 주식자산은 10년 새 10조2098억원, 홍 전 관장은 6조9009억원이 증가했다.
이밖에 이동채 전 회장은 10년 사이 6조486억원 1주식 가치가 올라갔고, 이부진 사장 5조6196억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전 의장 5조1200억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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