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올챙이
올챙이_이동순 우리는 버림받은 자식인가요, 어머니 오늘도 뙤약볕 내리쬐는 논바닥에 한 움큼 물 고인 곳을 그나마 물이라고 오르내리며 그게 마지막 헤엄인 줄은 몰랐지요 한많은 당신의 알보재기를, 어머니 왜 갈라진 강바닥에 뿌리셨어요 있는 듯 마는 듯 조금 물 고인 곳이 처음엔 우리들의 고향인줄 알았습니다 하기야 우리들 고향이란 별 것 있나요 하늘 아래 모든 늪이 내 집이지요 끊임 없이 세상은 균열되고 우리들의 작은 늪이 말라붙네요 날마다 황토물 속을 오르내리며 부글대는 거품만 삼켰답니다 아 숨이 가빠져요 어머니 물을 주세요 물을 주세요 헐떡이는 아가미를 축이고 싶어요 어찌해서 우리에겐 발이 없나요 아무리 소리쳐도 눈하나 꿈쩍 않는 저 무뚝뚝한 논두렁과 바위들의 냉담이 나는 미워요 우린 끝내 논바닥에서 죽어갔지만 누구 하나 우리를 거두지 않았어요 망종 무렵 농부가 물꼬를 틔우고 나서 맑은 여울은 가만히 다가왔습니다 여울이 깊은 잠을 흔들어 깨울 때 우리들 버림받아 굳어진 몸은 푸른 물위에 가비야이 떠서 아주 먼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시인] 이 동 순 · 1950년 경북 김천 출생 · 경북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