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_이동순
우리는 버림받은 자식인가요, 어머니
오늘도 뙤약볕 내리쬐는
논바닥에 한 움큼 물 고인 곳을
그나마 물이라고 오르내리며
그게 마지막 헤엄인 줄은 몰랐지요
한많은 당신의 알보재기를, 어머니
왜 갈라진 강바닥에 뿌리셨어요
있는 듯 마는 듯 조금 물 고인 곳이
처음엔 우리들의 고향인줄 알았습니다
하기야 우리들 고향이란 별 것 있나요
하늘 아래 모든 늪이 내 집이지요
끊임 없이 세상은 균열되고
우리들의 작은 늪이 말라붙네요
날마다 황토물 속을 오르내리며
부글대는 거품만 삼켰답니다
아 숨이 가빠져요 어머니
물을 주세요 물을 주세요
헐떡이는 아가미를 축이고 싶어요
어찌해서 우리에겐 발이 없나요
아무리 소리쳐도 눈하나 꿈쩍 않는
저 무뚝뚝한 논두렁과
바위들의 냉담이 나는 미워요
우린 끝내 논바닥에서 죽어갔지만
누구 하나 우리를 거두지 않았어요
망종 무렵 농부가 물꼬를 틔우고 나서
맑은 여울은 가만히 다가왔습니다
여울이 깊은 잠을 흔들어 깨울 때
우리들 버림받아 굳어진 몸은
푸른 물위에 가비야이 떠서
아주 먼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시인] 이 동 순
· 1950년 경북 김천 출생
· 경북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 『꿈에 오신 그대』 『봄의 설법』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아름다운 순간』 『미스 사이공』 『마음의 사막』 등
· 분단 시대의 매몰 문학 복원 사업을 위해 『백석 시 전집』, 『권환 시 전집』, 『조벽암 시 전집』, 『이찬 시 전집』, 『조명암 시 전집』 등을 발간
· 기행산문집 『시가 있는 미국 기행』, 『실크로드에서의 600시간』
· 평론집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한국인의 세대별 문학 의식』,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등
· 제22회 정지용문학상, 2009년 제1회 난고문학상 수상
[詩 감상] 양 현 근
가슴 아프게 읽히는 시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서 평생 어렵게 살다 간
이 땅의 가난한 민초들의 삶을 올챙이에 비유한 작품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에도 헤어나지 못하는
서민들의 애환과 팍팍한 일상이
가뭄에 시달리는 올챙이의 가파른 생을 닮았다.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세상의 무관심과
냉담한 세태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다.
망종 무렵 드디어 물꼬가 트였지만,
뒤늦게 흐르는 맑은 여울물이 무슨 소용이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낭송가] 박 태 서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부회장
재능시낭송대회 은상
서울교통공사 재직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