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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성훈 지방세연구원장, 미래성장의 발판 ‘포용적 성장’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금 세계는 도시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콤팩트 시티, 스마트 시티 등 낙후된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고, 사람들을 활기차게 생산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과 경제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정성훈 지방세연구원장(사진)은 나누면 나눌수록 강해지는 ‘포용적 성장’이 이러한 성공을 이루었다고 강조한다.

 

집중적 성장은 특정 분야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야기한다.

 

반면 포용적 성장은 다수를 성장에 참여하게 하고, 혜택을 고르게 갖기 때문에 성장의 지속력과 회복력이 높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정착이다.

 

도시는 떠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직장·의료·교육·주거 등 대부분의 생활터전은 도시에 있고, 한국의 도시화율 역시 90%가 넘는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도시는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특정 지역·계층에 대한 과도한 자원 집중 때문이다. 전체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산다. 이렇게 되면 주력 산업이 무너졌을 때 사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많이 담지 말라는 말처럼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집중투자형 발전에는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특정 방향으로 사람들의 가치관을 몰아간다는 것이다. 4차혁명 등 다양성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산업구조에는 맞지 않는다.

 

집중투자형 발전으로 인한 결과는 절망적이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30년 후 지자체의 3분의 1이 인구소멸로 사라진다고 한다. 이러한 집중투자형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OECD, 세계은행은 물론 다보스 포럼까지도 포용적 성장을 말하고 있다.

 

OECD 국가는 중앙집권화가 아닌 지방분권화로 국가 운영틀을 바꾸었다. 정성훈 지방세연구원장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발판이라며 지방자치를 강조했다.

 

 

“수도권은 보육·교육·주거에 대해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 하지만 지방이 튼튼해지고 지방에 사람들이 몰리면, 과도한 집중화로 인해 높아진 부담이 완화된다.

 

또한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넓어지며, 성장의 혜택을 누릴 기회도 많아진다. 지방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중앙정부가 할 수 없다. 지방의 일은 지방정부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만드는 놀라운 변화는 개인과 지역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스페인 철강의 중심지인 빌바오는 풍부한 철광석과 항만시설로 산업화를 이끈 주축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스페인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잃자 도시의 실업률이 24%로 치솟았다. 범죄가 들끓고, 가난으로 사람들의 건강은 나빠졌다.

 

빌바오는 도시 경쟁력을 위해 문화를 선택했다. 정화된 강을 중심으로 생태형 주거환경을 재건하고, 스포츠와 문화 시설, 재래시장 등 모든 문화요소를 연결하는 결합작업이 이뤄졌다. 빌바오는 스페인에서 가장 부강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이것은 빌바오 시장 개인이나 스페인 정부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정책들은 빌바오의 미래를 위한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전문가들의 철저한 실행전략이 이를 뒷받침했다. 무엇보다도 바스크 주(州) 세금의 90%를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정권한이 없었다면, 빌바오의 정책들은 책상 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지방자치의 굴레

그러나 한국의 지방자치 현주소는 어둡다. 2018년 전국 지방재정자립도는 53.41%에 불과하다. 서울조차도 자립도가 80%대 수준이며 경기, 경남을 제외하면 나머지 도는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앙정부의 수입은 지방정부 수입의 네 배에 달한다. 중앙정부 계정으로 세금수입 대다수를 잡았기 때문인데, 이 탓에 지방 사정에 어두운 중앙정부가 예산권과 사업권을 독점하며, 지방정부의 사업을 좌지우지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형평에 맞는 재정이양을 주장하고 있다. 정 원장도 단호한 표정으로 독립적 지방재정을 강조했다.

 

“전체 국가 예산 중 중앙정부가 직접 쓰는 돈은 4에 불과하다. 나머지 6은 지방에 사용된다. 그러나 돈을 쓸 수 있는 권한은 중앙이 8을 갖고 있고 지방정부는 2에 불과하다. 지방정부가 사업을 하려 해도 예산권이 중앙정부에 있다 보니 사업마다 발목을 잡힌다. 애써 개발해도 남는 것도 없다.

 

분양이익은 모두 국가 소유 공기업이 갖고, 세금도 대부분 국세 명목으로 중앙이 가져간다. 지방이 살아나려면, 지금 8대 2로 기울어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의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고령 도시, 해법은 콤팩트 시티

정 원장이 관심 가지는 지방발전 모형은 콤팩트 시티다.

현재 국내 신도시는 도심 외곽지역의 집에서 잠만 자고 생활은 도심에서 하는 개념으로 개발됐다. 일터와 여가시설이 있는 도심의 집값이 비싼 탓이다.

 

콤팩트 시티란 도심을 새로 구성해 각각의 지자체를 새로운 근린 생활권 내 편입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구가 각각 1만 명의 A, B, C란 도시가 있다고 하자. 이 세 도시의 중앙에 중심시가지를 조성하고 이곳에 병원, 교육, 상권, 직장, 주거, 위생, 여가, 대중교통시설 등 자립생활이 가능한 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한다. 그리고 주변 지역에 흩어진 A, B, C시의 인구를 콤팩트 시티에서 살도록 각종 지원을 해준다.

 

콤팩트 시티의 강점은 자동차를 타고 일터에 갈 필요 없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통해 충분히 생활권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으로 개인의 소비와 소득이 빠져나가지 않으니 소득이 세금으로 환원돼 다시 지방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일본 도야마, 동경 롯본기힐스가 이 방법을 통해 인구유출을 막고 새로운 발전을 누리고 있다.

 

정 원장은 “시골에서는 애를 안 낳고, 유입되는 인원도 없다”며 “향후 수십 년간 지자체 소멸은 불가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만히 놔두어도 지자체끼리 콤팩트 시티를 구성해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평등의 대가는 ‘재앙’

혜택엔 대가도 있다. 납세자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분권의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자 정 원장은 ‘책임’을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지표를 보면 포용적 복지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노후라든가 육아, 주거, 의료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증세가 필요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 세계 12위, 국민소득 3만2000불에 달한다. 선진국형 복지를 할 만한 충분한 규모다.”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세계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4년 한국을 중진국 함정을 뚫고, 상위 20% 선진국에 들어선 나라라고 평가했다. 리가르드 IMF 총재 역시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5% 정도다. 북유럽은 40%, OECD 평균은 30%가 넘는다. 부의 재분배를 담당할 세금의 역할이 다른 나라보다 약한 것이다.

 

정 원장은 세금을 큰 폭으로 올리자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세부담률 29%를 목표로 우선 부자들이 부담하고, 중산층도 따라가야 한다고 전했다.

 

“복지는 모두가 잘사는 방법이다. 납세자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OECD 기준 자살률이 1위, 출산율 최하위인데 고령화까지 심화되면 국가적 재앙이 도래한다. 누구 하나만 잘 살고가 아니라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 29%까지 조세부담률이 올라가면, 복지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정 원장은 지자체 역시 부담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이양은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중심으로 이뤄지게 되는데 인구가 대도시의 재정은 늘어나지만, 인구가 적은 지자체는 더 가난해지게 된다. 공동세 등을 통해 잘 사는 지자체와 못사는 지자체 간 수평적 재정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정 원장은 지자체에 재정·사업권을 주면, 반드시 사업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중앙정부 돈을 타 쓰다 보니 책임이 분산돼 보도블록 교체 등 낭비적 요소로 쓴 부분이 있었다”며 “지자체에 재정권한이 주어지면, 타당성 검토 등 이중 삼중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사업위험 축소를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추진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도로 등 간접시설은 우리가 선진국보다 더 나은 부분이 있다”며 “재원을 위험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도약을 위한 변화

문재인 정부가 지방자치 현실화를 추진함에 따라 지방세연구원도 해야 할 일이 늘었다. 정 원장은 변화의 첫 걸음을 교육본부 신설로 시작했다. 인원도 40여명에서 80여명으로 늘렸다. 지방재정이 튼튼해지려면 지방세를 다루는 공무원의 역량 향상이 최우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자체들이 가장 원하는 게 교육이라고 말을 풀었다.

“공무원 역량은 교육과 연관되어 있다. 지방세 공무원이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넓혀서 지자체 주민들에게 상담도 하고, 맞춤형 대응도 잘하게 되면 과세 서비스도 올라간다.”

 

하지만 인프라는 미약하다. 국가직 세무공무원은 2만명이고, 지방직 세무공무원은 1만2000명이다. 국가직은 현장배치전 세무공무원을 철두철미하게 교육한다. 전문성이 뛰어나 소송이 걸려도. 패소율이 20%에 불과하다. 반면 지방직의 경우 지방세 교육원이 없다. 공무원은 바로 현장 배치되고, 패소율도 37%나 된다.

 

지자체가 발전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지방직 세무공무원에게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방세 교육원을 설립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정 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세대교체 대비다. 지방직 세무공무원이 1993~94년에 많이 충원됐다. 2023~25년 사이 이들이 정년퇴직하면서 경력 공백이 커진다. 지방세연구원은 이 우수한 인력을 강사 등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정제도개선센터도 달라졌다. 학자 출신은 현장 경험이 없기에 공무원이면서 박사학위를 딴 인원을 영입했다. 법령해석지원센터도 변호사를 고용하고, 지방세 불복 소송이 걸린 지자체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추진방안은 융합학문이다. 정 원장 취임 후 지방세연구원은 보건사회연구원, 생산성본부 등 8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복지, 행정 다양한 분야와 지방재정연구를 접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하고 물으니 그는 다시 ‘포용’을 강조했다. “포용성이라는 건 다수를 위한 국가와 약자를 살리는 정책을 뜻한다. 하위평균화란 비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포용은 성장을 위한, 상위 평준화를 위한 정책이다. 아무리 꽃이 화려해도 뿌리 상당수가 썩어 있다면, 금세 질 수밖에 없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회에 대한 믿음과 사람들이 진취적으로 도전할 기회를 준다. 이미 세계 각국이 중소상공인과 청년, 지역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대담한 도전과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포용적 정책을 해야 하고 지방세연구원이 그 정책을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프 로 필] 정 성 훈

• 지방세연구원장

• 한국수출입은행 남북협력자문위원회 위원
•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 국무총리소속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혁신도시특별위원회 위원
•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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