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세무서 개인납세과를 두고 두 집 살림에 대한 진통이 호소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5년 세무서 내소득세과와 부가가치세과를 통합, 개인납세과를 출범시켰다. 소득세와 부가세간 상이한 신고기간에 따른 업무상 공백과 쏠림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과도한 인력집중으로 수박 겉핥기식 관리와 다른 과의 약체화가 발생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세무서 개인납세과 소속 11명 이상인 팀 41.3% 달해
“문제는 팀원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서장들은 직원들 이름 외우다 1년을 보내고, 팀장들은 모든 팀원을 관리할 여력이 없어요.” 세무서가 개인납세과의 덩치에 짓눌리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1팀 당 팀원이 너무 많다.
경영학이나 조직학은 팀장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적정인원이 4~7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직은 효과성을 이유로 조직원을 확대하려 하는데, 일반 규모 이상이 되면 관리 부족으로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는 국세청 관리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무서 개인납세과에서 이 ‘정석’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지>는 지난 1월 정기인사 기준으로 전국 세무서 개인납세과 소속 441개팀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83.4%인 381개 팀에서 팀원이 8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1명 이상인 경우는 182개팀이었으며, 이는 전체 개인납세과 개별 팀 중 41.3%에 달했다. 팀원이 8~10명인 팀은 199개였다.
개별적로는 팀원이 8명인 경우가 106개팀으로 가장 많았고, 9명은 82개팀, 10명은 69개 팀이었다. 11명인 팀은 83개팀, 12명은 45개팀, 13명은 30개팀, 14명은 14개팀, 15명은 10개팀, 16명인 팀도 2개팀이나 있었다.
팀장 한 명이 관리해야 할 팀원이 많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1990년 경영기법 ‘리엔지니어링’을 창시한 故 마이클 해머 박사는 현대 조직구조에선 정해진 물리적 범위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다. 조직구조가 팀원 개인이 자유재량에 의해 업무를 단독수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세청은 마이클 해머 박사가 경험했던 생산효율이나 기술창조하는 기업이 아니다. 국세청은 세무행정 집행기관으로서 규정 준수에 엄격한 감독관이다. 재량은 인정되지 않고, 오직 법적 적정성만을 따진다. 조직 특성상 현대 조직론에서 제시하는 ‘새 옷’이 안 어울릴 수도 있는 셈이다.
조직 세분화·균등한 경력배분 시급한 세무서
과거부터 과다한 팀원 숫자 문제는 거듭 제기됐었지만, 지난 2015년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가 개인납세과로 통합되면서 유독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통합에는 이유가 있었다. 세무서는 신고기간에 유독 업무쏠림 현상이 발생하는데, 부가가치세 예납확정 신고기간은 1, 4, 7, 10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은 5, 11월로 서로 상이하다. 부가세과가 바쁘면, 소득세과가 한가롭고, 소득세과가 한가로우면 부가세과가 바빴는데, 국세청 상부는 이 둘을 하나로 합치면, 서로 어려울 시기 자원을 함께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단순한 통합은 간판만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 기존 소득세과와 부가세과는 일은 많고 승진은 소외되는 비선호부서였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때마침 일선 세무서 강화 일환으로 지방청 인력은 줄이고 세무서 개인납세과에 인력을 집중시켰다. 그러면서 다수의 베테랑 직원들이 개인납세과로 합류했다. 당시엔 반발이 많았지만, 통합 3년 차인 지금, 이러한 조치는 개인납세과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팀의 비대화는 해소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국세청에서 ‘7’의 법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들은 실질적인 팀 관리의 주체가 서장이나 과장이 아닌 팀장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서장이나 과장은 임기가 1년인 단위인 반면, 순환보직이 있어도 팀장과 팀원은 계속 일정 지역에서 계속 마주치게 된다.
세무서 팀장은 팀원 관리를 통해 지휘라인의 지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의 허리라인이란 것이다. 이 허리 라인의 약화는 장기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이들은 경고한다.
개인납세과 통합은 타 과의 약체화란 부작용도 낳았다. 개인납세과로 베테랑이 몰리면서, 법인 세과와 재산세과의 빈자리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1~3년 차 신입 직원들이 채워졌다. 이는 해당과의 약체화를 야기했는데, 세무직 공채시험에서 세무·회계과목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된 탓에 신입직원 열 중 아홉 이상이 세무와 회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국세청 일각에선 지금은 세수 호황 등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세수 위축기에 들어가면 팀의 비대화와 법인세·재산 세과의 약체화 등 조직관리의 허점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젠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무서를 좀 더 만들어 관할을 세분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이야기도 나오나, 예산 등의 문제로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조직 세분화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개인납세과 1과 내 1~2개로 구성된 팀을 3~4개팀으로 늘리고, 경력직을 보다 고르게 배치하는 안이다. 이는 국세청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온다.
한 관리자는 “팀을 늘리는 것과 고른 경력직 배분은 국세청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조정 가능한 대안”이라며 “그간의 개인납세과 개혁은 그간 소외됐던 부서를 정상화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조직관리적 측면에 집중할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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