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7월 누적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3.4조원 가량을 더 걷었지만, 세금 증가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8·2 부동산대책으로 인한 효과까지 감안하면, 둔화세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9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누적국세수입은 168.7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4조원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당월 국세수입은 30.8조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1조원 늘었다.
액수 자체는 늘어났지만, 세금을 걷는 속도를 뜻하는 진도율은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누적기준 진도율은 6월 6.9%, 7월 4.0%였던 반면, 올해의 경우 6월 1.3%, 7월 0.5%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누적 세수 증가액도 지난해 7월 기준 20.1조원에서 올해 7월 기준 13.4조원으로 지난해의 67% 수준에 머물렀다.
진도율이 감소세를 보이는 이유는 2015년과 2016년 진도율 증가세를 주도했던 부동산 양도소득세 증가세가 올해 들어 정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앞으로 이러한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인 8·2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양도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 기준으로 2개월 내 신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부터 본격적인 소득세 하락요락이 커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소득, 대법인에 대한 과세를 추진 중이긴 하나, 이로 인한 세수 증가액이 과거 부동산 양도소득세 증가액을 뛰어넘을 만한 요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한 정부 세법개정안이 아직 국회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다만, 세수를 올리기 위해 지난 정부처럼 단기부양책을 취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신 현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지출을 조정하고, OECD 대비 7%p 이상 낮은 조세부담률을 서서히 끌어 올려 증가분을 충당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정 세목을 중심으로 한 정책보다는 조세부담률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올 세법개정안에서 고소득·대법인에 대한 증세를 반영했으나, 경기변동·물가상승에 따라 증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양도세 효과가 사라지더라도 수출과 대외경기가 호조세인 만큼 당분간 전체 세수액 증가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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