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준비미비를 이유로 오는 2018년부터 시행예정이었던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겠다는 발언에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상무위 회의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온 국민에 공평히 적용돼야 하는 것이지, 종교인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준비가 미비하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선 종교인 과세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사안으로 2015년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역시 성명을 통해 “납세의 의무 앞에 종교인도 예외 없다”며 “이제 와서 종교인 과세 유예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해 결성한 연대단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6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는) 김 위원장의 이야기”라며 “우리는 좀 더 살펴보고 답변할 문제이고, 전체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2018년 시행 예정이었던 종교인 과세를 2년 이후로 미루는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김 위원장은 원칙상 종교인 과세에 찬성이라고 밝히면서도 지금은 준비가 안됐다는 뜻을 밝혔다. 종교인들은 과거 소득과 비용구분을 해본 적이 없어 과세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상당수 종교인이 월 220만원도 못 올리는 저소득층으로서 과세대상이 되지 않으며 국세청의 근로장려세제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세유예주장이 반드시 종교인들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종교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고소득 기독교 종교인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 커져만 갔다. 서민들도 하는 소득신고를 종교인이라서 못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주교와 성공회는 자발적 납세에 나서고 있고, 불교계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개신교계는 꾸준히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할 당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종교계 인사를 초청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개신교 4개 교단 대표들은 “종교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강력히 반대의 뜻을 밝혔었다.
2015년 종교인 과세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긴 했지만, 당시 회의록과 기록에 따르면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일각에선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던 반면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강력히 과세추진을 주장했었다. 종교인 과세 유예가 현실화될 경우 과거 종교인과세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런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7월 이낙선 국세청장이 목사, 신부, 성직자에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면서 첫 추진됐었다. 하지만 이듬해 ‘크게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국세청 스스로 과세를 포기했었다.
90년대를 전후로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됐고, 천주교는 1994년 자진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과세를 미루는 국세청을 직무유기로 보고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종교인 비과세는 관행이라며 무혐의 처리했다.
이명박 정부 말엽 종교인 과세가 수면 위로 올라섰고,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으나, 정부안을 국회가 거부하면서 계속 늦춰졌고, 2015년이 돼서야 과세하기로 결정내렸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의 대상 소득을 '종교소득'으로 분류하고, 필요경비율도 최대 80%로 높게 책정해 근로소득자나 다른 사업자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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