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민서홍 기자) 앞으로는 고객의 예탁금이 가압류돼도 고객에게 통지 없이 계약 해지되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총 843건의 금융투자 약관을 심사해 1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 시정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먼저 공정위는 고객의 예탁금 등이 가압류되면 기한이익을 상실시키며 고객에게 통지없이 기한이익을 상실시키는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한 이익 상실이나 계약 해지는 고객의 이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객의 신분가치에 본질적인 악화가 있는 등 중대하고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취하는 임시적 보전절차인 가압류나 가처분은 추측 정도의 심증만으로도 쉽게 인용돼 남용될 수 있어 고객의 명백한 귀책사유가 될 수 없다.
또한 기한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고객에게 별도 통지 없이 상실시킨다면 고객은 이익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자를 물게 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고객에게 발생한 손해의 사업자 책임을 관련 법령보다 완화한 조항도 시정 요청했다. 금융기관은 전자금융거래 사고로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가 부담하도록 했고 예외적으로 이용자 고의나 과실이 있을 때 책임의 전부나 일부를 고객이 부담하게 했다.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고객 책임사유 외에 정전·화재·건물 훼손 또한 추가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업자 손해 배상 책임과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이라고 공정위는 해석했다.
공정위는 담보 제공 불이행, 채권자 등에 의해 회생 절차 또는 파산 절차가 신청된 것만으로도 최고없이 즉시 해지하는 조항도 개선을 요청했다.
민법상으로는 이행이 늦어질 때 기간을 정해 독촉하고 이행되지 않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nternational Swap & Derivative Association, Inc. 이하 ISDA)의 표준계약서를 거의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위 약관 조항은 ISDA보다 고객에게 불리하게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 이용 계약을 해지·변경하는 조항 또한 시정돼야할 조항에 포함됐다. 서비스 해지·변경·제한은 고객의 계약상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외에도 실시간 시세 정보 서비스 계약의 자동 연장 조항과 비상장 주식 중개 서비스의 중개 신청을 제한하는 조항도 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투자분야는 다양한 상품, 전문 용어 사용 등으로 소비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불공정 약관 시정으로 금융 소비자 권리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금융투자약관 뿐만 아니라 여신전문금융,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 분야 약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심사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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