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에 근거하여 국내 금융지주사가 2002년부터 출범하였다. 출범 당시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는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금융지주사 출범은 비은행 금융사 중심으로 더 발전시켜 국내의 금융지주사도 선진국의 금융지주사처럼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를 출범시키면서 하나같이 지주사의 회장제도가 도입되었고 회장은 은행장이 맡으면서 금융지주사의 출범취지는 퇴색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은행출신들의 회장은 은행이라는 안전하고 보장된 수익 법인에서 일해 온 경영자로서 비(非)은행이라는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의 분야가 대부분 생소한 분야일 뿐 아니라, 은행과는 전혀 다른 수익구조를 가진 금융사들을 잘 알지 못하고, 출발한 경영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기예금과 같은 고정금리와 단기상품만 알고 있는 회장이 보험과 같은 장기상품과 변동금리를 복합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비은행 부문의 금융권역을 발전시킬 비전이나 전략의 부재가 무엇보다 문제였던 것이다. 은행식으로 비은행 금융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어려웠던 것이고 자연히 은행중심의 경영전략과 CEO체제가 형성되면서 은행이 지주회사의 근간이었다. 회장은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금융계열사의 지배만 확고해준 것이 그동안의 금융지주사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막강한 힘과 조직을 거느린 새로운 금융지주사의 회장 자리는 정치권력 실세나 금융마피아에게는 좋은 낙하산 자리의 대상이 되었고 금융권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되면서 당초 의도했던 금융발전의 성과는 미미하고 금융권의 독과점화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흔히 말하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나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산업에 대한 올바른 전략과 지배구조 시스템 등의 구축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도 관치라는 그림자가 강한 상황에서 제 궤도를 못 찾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시행착오이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금융지주사의 자율경영과 창의적, 혁신적 경영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금융지주사의 CEO는 내부직원 출신 능력위주로 선출되는 원칙이 무엇보다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관료 출신이나 선거공신, 권력에 의지한 인사들이 자리에 주기적으로 않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부출신 인사에 의한 인사의 정착이야말로 금융사의 자율적 경영원칙과 내부 조직의 안정, 경영혁신 등 금융의 난제들을 더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내부출신의 경영자가 문제를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외부인사가 더 혁신적이고 창조적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최근 금융지주사의 사례처럼 외부 인사가 2-3여 년 동안 지주사 회장으로서 전횡을 휘두르고 떠나는 금융지주회사는 항상 불안정한 조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 주었다.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는 금융지주회장에 대한 엄격하고도 공정한 평가와 최소한의 관여라는 아주 제한된 범위의 역할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관치 논란보다 금융당국은 내부 전문가 중심의 자율경영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금융의 공공적 기능을 금융지주사가 지속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평가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인사에 정부의 개입의혹이 있었던 것도 분명 올바르지 못한 선출 문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관료로 퇴직하여, 협회장을 하고, 유명 법무법인에 취직하고, 지주회장을 하는 것이 올바른 금융관료의 처신이고 행태라 할 수 있겠는가? 금융분야에서 금융관료 출신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는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료출신 회장에 의한 관치금융이 유지되는 사태나, 관료 집단이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후진적 행태일 것이다.
경영능력이나 금융소비자적 사고, 시장의 통찰력은 금융관료들 보다 금융사 내부의 전문가나 시장의 전문가가 더 나은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적 사고나 전략, 시장을 보는 혜안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내부출신의 직원이 로열티나 열정에서도 앞선다는 점이다.
최근의 금융문제를 깊이 분석해 보면 정책실패가 중요한 원인이었고, 이와 관련하여 일차적으로 금융관료들의 책임이 어느 누구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시장은 더 이상 금융관료나 선거공신 등의 인물이 금융지주사 회장으로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차제에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는 과도하게 금융지주 회장 선출에 개입하거나 관료 출신을 앉히려는 자세를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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