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승훈 기자) 사람과 신을 구별하는 가장 큰 속성은 영속성이다. 신과 달리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종말론이 등장할 때마다 이목을 끄는 것은 인간의 한계와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논리적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 종말론을 제외한다면 인과율에 의거한 논거가 대부분이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과 난개발로 인한 기후변화로 결국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공룡처럼 멸망할 것이라는 종말론도 있고, 기술혁명으로 발생한 부의 재분배에 실패해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이 인간이지만 인간답게 살 수 없는 디스토피아를 맞게 될 것이라는 의미의 종말론도 있다.
신간 ‘인류의 종말은 어떻게 오는가’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를 향한 반성문 같은 책이다.
저자는 정치, 경제, 사회, 과학기술, 국제 관계, 그리고 종교와 도덕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와 탐욕, 갈등 현상을 가감 없이 기술한다.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인 AI의 발달과 생명공학의 발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우울한 현상을 열거하지는 않는다. 구시대의 종말을 통해 새시대의 시작을 맞이한다는 저자의 긍정적 사고는 책의 후반에 들어서서 드러난다. 전술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극복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인문학 냄새가 풍기는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모두가 쫓기듯 한 곳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한번쯤 멈춰 숨을 쉬고 주변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과연 지금의 삶은 행복한지, 성과의 크기나 정량지표를 넘어 인류의 삶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삶인지 '살짝 돌려' 묻는다. 답을 구했다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위해 실천하자고 응원한다. 물론 답은 독자 스스로 구해야 한다.
이철환 지음 | 새빛 | 268쪽 | 값 1만5000원 l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