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의 위안_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 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
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 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 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시인] 조 병 화
1921년 경기도 안성 출생(2003년 별세)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을 지냄
시집으로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 등
국민훈장 동백장·모란장상 등을 수상
[시감상] 양 현 근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부질없이 흘러가는 세월과 인연의 실타래 속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위안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뜨거웠던 한 시절의 사랑일까
지금은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추억의 한 페이지일까
시인은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을 다 버리라 한다
사랑과 미움, 그리고 부질없는 집착으로부터 자유가
진정한 위안이라 얘기한다.
마음을 비우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
우리가 오래 꿈꾸었던 싸리꽃 환한 세상이 오리라
푸른 잔디밭에 누워 그 향기에 취하리라
[낭송가] 박 태 서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부회장
재능시낭송대회 은상
서울교통공사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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