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면 모든 사람이 주식 종목을 골라 시장에서 직접 사고팔아야 할 것이다. 이러다 보면 자신의 생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일일이 종목을 찾거나 주가를 체크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투자전문가가 대신 자산을 운용해주는 '펀드'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직접 투자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됐다. 이런 이유로 펀드는 자신의 생업에 충실하면서 투자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는 '지혜로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 전문가를 펀드매니저라고 한다. 펀드매니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많은 월급을 받는 화려한 직업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어려움이 많은 직업이다. 펀드매니저는 대개 일정기간 동안의 운용성과를 평가 받는데 운용 성적이 좋으면 물론 월급이 올라가지만 성적이 나쁘면 그만둬야 한다. 연 30%의 높은 수익을 올렸더라도 누군가 31%의 수익을 올렸다면 1등의 자리를 내줘야 하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직업이다. 이러다 보니 펀드매니저는 '살아남기 위해'펀드 운용에 전념한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펀드 매니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매우 힘든 직업이다. 어쨌든 투자자가 펀드에 투자하고 나면 펀드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 펀드매니저는 밤낮없이 고민하고 기업탐방을 다니며 노력한다.
'투자자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도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펀드에 투자해 놓고 투자자는 자신의 생업에 충실하면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취미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펀드매니저가 투자자를 대신해 자산을 운용하는 편리한 시스템이 바로 '펀드'인 셈이다. 이와 달리 직접 투자한다면 종목을 찾거나 사고파는 시점을 투자자 스스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다. 주식시장이 복잡해지면서 열심히 매달리지 않으면 결코 돈을 벌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돈을 잃기 쉽다. 여유가 있는 투자자라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생업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종목 연구를 할 전문 지식 등이 부족하다면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다.
투자격언 중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칫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가 바구니가 떨어지면 모든 계란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수 몇몇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손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직접 투자할 경우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 한계가 있고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소수 몇몇 종목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펀드에 투자하면 여러 사람으로부터 모은 큰 자금으로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펀드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전의 양면이 있듯 장점과 단점이 있다. 펀드의 우선적인 단점은 각종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택시를 이용하면 택시 요금을 내야 하듯 펀드에 투자하면 대신 운용해주는 대가로 운용비용, 판매비용 등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반해 직접 투자하면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 중요한 단점은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투자자들에게 '좋은 펀드'가 무엇이냐 물으면 대부분 '꾸준히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펀드' 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펀드가 좋은 펀드이긴 한데 불행하게도 이런 완벽한 펀드는 세상에 없다. 만일 이런 펀드가 있다면 누구라도 그 펀드에 가입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장점만 있고 단점이라곤 눈 씻고 찾아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 없듯 펀드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른 성격이나 모양을 가지고 있듯 펀드 역시 투자하고자 하는 자산의 특성과 시장상황, 운용전략, 운용철학, 운용 조직의 특성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펀드 투자는 각 펀드의 성격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여러 개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직접 주식투자보다는 펀드투자가 더 접근하기 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 투자라고 해서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주식 종목의 경우 그 자체가 기업으로서 인적자원 뿐만 아니라 물적자원도 함께 결합돼 있다. 즉 노동력 뿐만 아니라 각종 공장 설비 등도 함께 갖추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각종 기술이라든지 사업모델 등도 가지고 있다.
반면 펀드는 펀드매니저 등 인적자원 만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어떤 투자철학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핵심이다. 이런 특성을 감안할 때 주식종목이나 기업은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상대적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심은 라면 공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라면을 계속 만들어 팔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라면공장을 가지고 있는 농심이 어느 날 갑자기 반도체를 만들거나 텔레비전을 생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마트에 가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농심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지 볼 수 있다.
반면 펀드는 사람이 바뀌면 언제든지 운용전략이 바뀔 수 있으며 언제 사람이 나갈지 알기 어렵다.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투자자가 얼마나 선호하는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이렇게 여러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펀드가 너무 쉽게 팔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불완전한 판매 때문에 펀드 시장 전체에 대해 불신하는 투자자 역시 적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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