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현대중공업 등 건설회사들이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발주한 공사입찰 과정에서 담합 등 부정행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지난 2012부터 2016년까지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현황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총 3929건의 처분이 행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산자중기위 소관, 전체 56개 기관의 총 처분 건수인 4421건의 89%에 달하는 수치다.
아울러 처분 받은 업체가 처분기간 중 최종 낙찰을 받은 건수는 총 261건으로 산자중기위 소관기관 전체 최종 낙찰 건수인 264건의 99%를 차지했다.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하 ‘처분’)’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로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2조와 국가계약법 제27조 등에 규정돼 있다.
한전의 처분은 공사용역분야‧구매분야에서 진행되는데 공사용역분야에서 2805건, 구매 분야에서 1124건의 처분이 이뤄졌다.
공사용역분야의 처분의 경우 지난 2012년 206건에서 2016년 1101건으로 5년 만에 5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처분 건수는 59건으로 전년 대비 약 1/5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으나 1년 후인 2015년에는 약 20배 정도 증가한 1178건을 기록했다.
한전은 자료를 통해 지난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 2년에 한 번 실시되는 ‘배전공사 협력회사 입찰’이 757건 있었고 다량 입찰을 진행하다보니 법 위반 건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입찰 담합 적발이 있어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처분을 실시한 결과 처분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자료에 의하면 공사용역분야에서 총 2805건의 처분이 이뤄졌다. 처분의 주요 원인은 ▲허위실적 제출 1101건 ▲뇌물제공 556건 ▲적격심사 허위서류제출‧미제출 503건 ▲불법하도급 474건 순으로 집계됐다.
평균 처분기간은 8개월이었다. 원인별 평균 기간을 살펴보면 ▲허위실적제출 11개월 ▲불법하도급 9개월 ▲적격심사허위서류제출‧미제출 7개월 ▲뇌물제공‧입찰담합‧계약불이행 6개월 ▲기타의 경우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구매 분야에서는 총 1124건의 처분이 발생했으며 처분의 주요 원인은 ▲입찰담합 589건 ▲뇌물제공 388건 ▲부당시공 84건 ▲불법하도급 34건 순이었다.
구매 분야의 평균 처분기간은 12개월로 공사용역분야 평균처분기간보다 4개월 가량 높았다. 원인별 평균 기간은 ▲뇌물제공‧부당시공에 대해 법률상 최대 처분기간 24개월이 ▲적격심사서류미제출 12개월 ▲입찰담합 6개월 ▲계약불이행 4개월 ▲불법하도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업체별로는 현대중공업이 404건으로 가장 많은 처분을 받았다. 뒤를 이어 혜일전설 380건, 주식회사 세준 305건, 서광이엔씨 290건, 영전사 205건 등 주요 업체가 중복해서 처분을 받았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혜일전선은 5년간 평균 5일에 한 번 꼴로 처분을 받았고 다른 기관들도 5년동안 평균 6일에서 9일에 한 번 꼴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함께 현대중공업, 혜일전선 등 처분 순위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처분의 70%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한전으로부터 처분을 받은 후 법원의 효력정지결정을 통해 제재를 유보시켰고, 처분 기간 중 106건의 공사를 최종낙찰(총 낙찰가액 3070억원) 받았다.
이는 처분 기간 중 단일 업체에게 최종낙찰이 이뤄진 최다 건수다. 다른 업체들도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처분 중 소송을 통해 처분을 일시 정지시키는 꼼수 등을 펼쳐 처분 기간 중 155건의 최종 낙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한전의 처분이 이들 담합업체에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처벌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이 김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뇌물공여로 인해 404건의 처분 사유가 발생했지만 처분은 2년간 입찰정지 단 한 건뿐이었다.
김 의원은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의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수행하는 공기업이 원활하고 엄격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에 대한 규정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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