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판의 곡선이 겹치는 동안 _장이엽
트럭 위에 계란판을 쌓고 있는 남자
호잇~~짜 후잇~~짜 추임새를 넣어 가며
흔들 산들 리듬을 타고 있다
아슬아슬 높아지는 탑에 음표를 걸어 주는 저 흥겨운 몸짓,
멀뚱히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계란판 쌓는 데도 수가 있어요
곡선허고 곡선이 만날라도 리듬이 필요하당 게요
신명은 없고 신중만 있으면 알이 다 깨져 버리지라
야무진 입매로 지나가던 곡선 두 줄이 활짝 열린다
신념이 신명을 받아들이지 못해 뻣뻣하게 굳어 가던 나
오래된 철심 하나 뽑아내고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_ 장이엽 시집 『삐틀어질 테다』(애지, 2013)에서
詩 감상
세상에 노력없이 거저 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요.
곡선과 곡선, 마음과 마음을 잇대는 일이 어디 그냥 이루어지는 일인가요.
쉬워 보이는 계란판 하나 쌓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고 리듬이 필요한 법입니다.
부질없는 힘 빼고 신명을 실어보세요.
사는 일 또한 그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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