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회보험

[전문가 칼럼] 퇴직 후 중장년의 삶, 하방이동에서 수평이동으로 바꿔야

인생에서 50대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50대 10년의 강을 잘 건너야 100세 시대의 노후를 기약이라도 할 텐데, 조기퇴직자에게는 아득하기만 하다. 50대 10년의 강을 건너게 해줄배는 이미 난파되어 쓸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맨몸으로 강을 건너기 시작한다. 기진맥진하여 강을 건너가도 쇠락해진 기운을 북돋워줄 것이 별로 없다. 다시 있는 힘을 모아 기다시피 나아간다. 칠순에 도달하면 더 이상 나아갈 길도 막힌다. 어쩔 수 없이 경주에서 퇴장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탈진한 정신과 멍든 육체뿐이다. 앞길이 막막하다. 그를 반겨주는 곳은 빈곤층의 활짝 열린 대문뿐이다.


50세 전후에 조기 퇴직한 사람의 일생을 비유적으로 묘사해본 것이다.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의 세상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요즘을 퇴직자 양산의 시대라고 부른다.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화이트칼라 계층의 조기퇴직 상시화 등으로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로 퇴직의 길이 북적인다. 정년연령을 60세로 연장한 의미가 옹색하다. 누구를 위한 정년연장인지, 무엇을 위한 정년연장인지 의심까지 하게 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공무원, 공공기관ㆍ사립학교ㆍ언론기관 종사자 등 약 400만 명 정도임에도 온 나라가 난린데, 상용근로자 수 기준(2014년)으로 정년연장 대상자는 1,157만명에 달함에도 너무나 조용하다. 참으로 이상하다.


100세 인생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50세를 전후한 조기퇴직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조기퇴직한 사람의 가계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을 수령할 즈음엔 그동안 모아놓은 돈마저 소진되어 결국 사회적 부양 대상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인구고령화와 저성장시대로의 진입 등 고용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는 조기퇴직자 양산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고약하다. 청년과 중년이 함께 감기몸살을 앓는 이유다. 청년은 고용시장의 입구가 너무 좁아 추위에 떨고, 중년은 고용시장의 출구가 너무 활짝 열려 있어 찬바람에 무방비다. 그러니 감기몸살을 앓으면서 환경에 적응해간다. 전형적인 수축 지향적 삶이다. 하방이동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런 삶에 부채질을 한다.


하방이동(down-shift, down-sizing)은 현역시절 누리던 수준의 삶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드니 퇴직 후 삶의 무게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면 타당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입이 줄어들었으니 씀씀이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런 삶으로 100세 시대를 무사히 건널 수 있을 때 타당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조기퇴직한 사람이 곧바로 하방이동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면 100세 시대를 무사히 건너기가 쉽지 않다.


하방이동의 삶은 ‘수입이 줄어든 것’을 전제로 한 인생전략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수입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리기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고육지책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병법이나 역사에 나오는 고육지책은 아주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여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퇴직 이후에도 예전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수입을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을 처음부터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하방이동의 삶을 권하는 전제, 즉 ‘수입이 줄어든 상황’을 바꾸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미국 은퇴자협회(AARP) 산하 공공정책연구소(Public Policy Institute)에서 최근 5년 동안 한 번이라도 실직상태에 빠졌던 45~70세 약 2,500명을 대상으로 2014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재취업 이후 소득이 줄었다는 사람이 48%로 제일 많긴 하지만 오히려 높아졌다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사람이 각각 29%와 2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중장년이 실직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반 정도는 재취업 이전 수준 이상의 수입을 거둔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미국 고용시장의 유연성과 실직자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고용협상에 임하는 문화 때문이라 여겨진다.


미국에서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문화적 차이 때문에 어렵다면 문화를 바꾸면 되지 않는가. 중장년이 재취업 전과 후에 절대적 소득금액 기준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생활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반 정도를 차지하는 사회를 필자는 수평이동(parallel shift) 사회라 부르고자 한다. 이제는 퇴직 후 삶의 패러다임을 하방이동에서 수평이동으로 바꿔야 한다. 조기 퇴직자들에게는 특히 더 그러하다.


퇴직 후 중장년의 삶의 패러다임을 하방이동에서 수평이동으로 옮아가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개인들은 실직의 실의에서 빨리 벗어나 실직을자아를 찾는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에 성급하게 무엇을 저지르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할 에너지가 충분할 것이며, 실패 확률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중장년 실직자들이 일어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법적 의무로 부과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수용하기 힘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별도의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장년 퇴직자들의 재취업이 어렵다면 그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안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사회적 대책의 기본 전제는 단순한 일자리 알선이나 정보제공 수준을 넘어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손성동 프로필]

• 연금과은퇴 포럼 대표
-‘꿈꾸는 은퇴와 연금’ 블로그(blog.naver.com/ssdks6519) 운영
• 전)삼성금융연구소
•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인터뷰]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권역별 회원 교육에 초점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지난해 6월 총회 선임으로 회장직을 맡은 후 이제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 회장은 회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방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서울 전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인근 지역세무사회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에 치러질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으로 임기를 조정해 본회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다른 모든 지방세무사회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임원의 임기 조정을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기 조정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임채수 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 중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 서울지방세무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회장님께서 국세청과 세무사로서의 길을 걸어오셨고 지난 1년 동안 서울지방세무사회장으로서 활약하셨는데 지금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A. 저는 1957년에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의 배고픈 기억에 지금도 밥을 남기지